산학 협력이 국내 중소기업의 기술지도를 바꿔놓고 있다. 자체 기술혁신 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대학과 협력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강한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 기술력 배양은 물론 특허권 획득, 매출증대, 고용창출로 이어지는 다양한 유·무형의 성과가 산학협력을 통해 창출되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는 중소기업청의 산학연 지원 프로그램도 한 몫 하고 있다. 올해로 15년째를 맞는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은 정부의 대표적인 산학협력 지원 사업으로 자리잡았다. 그동안의 성과를 종합적으로 점검하고 향후 발전 방안을 살펴본다. ◇사업별 투자 성과=중기청의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은 크게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 사업 △산학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설치지원 사업 △산학협력실지원 사업 등 3개 분야로 나뉜다. 이 중에서 가장 대표적인 사업인 산학연 공동기술개발 컨소시엄 사업은 1993년부터 2006년까지 총 3013억원의 예산이 투입돼 2만여 개 이상의 기술개발 과제를 지원했다.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특허출원건수만 5000건이 넘고, 시제품 제작 및 공정개선 성과도 각각 1만건이 넘었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이 최근 실시한 성과분석 자료에 따르면 업체당 매출 증대 효과 2억7000만원, 수입대체 효과 2억4000만원, 수출증대 효과 2억원 등 경제적 성과도 만만치 않다. 이와 함께 2.3명의 고용 창출 효과도 거둔 것으로 조사됐다. 중소기업의 R&D 기반 구축을 위한 산학협력 기업부설연구소 설치지원 사업도 성과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특히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의 경우 혁신 기업화 비율이 높은 것이 특징이다. 실제로 이 사업에 참여하면서 혁신형 중소기업으로 전환한 기업은 82.9%나 됐다. 업체당 매출 증대 효과는 3억5000만원, 고용창출 효과는 3.3명으로 나타났다. 2005년부터 시작된 산학협력실 지원 사업도 성과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대학의 실험·실습실을 산학협력실로 활용해 중소기업의 신기술 및 신제품 개발을 지원하는 이 사업은 산업현장에 맞는 맞춤형 기술인력 양성에도 한 몫하고 있다. 실제로 연평균 700여명의 학생이 사업에 참여해 산업 실무 능력을 쌓아가고 있다. ◇각종 평가 결과 ‘우수’=93년 당시 5년간 한시적으로 도입됐던 산학협력 지원 사업은 이후 96년 중기청이 개청하면서 오늘의 모습을 갖추게 됐다. R&D 수행 기관도 지방소재 대학에서 전문대학, 국공립 연구기관 등 우수한 인력이 집중돼 있는 모든 기관으로 확대됐다. 사업 초창기 20억원에 불과했던 지원 예산 규모도 40배 가까이 늘어 800억원대를 넘어섰다. 지난 15년간 투입된 예산은 총 3953억원. 그동안 뿌려진 재원은 기술적, 경제적, 사회적 성과로 파급효과가 확대되고 있다. 특히 중기청의 지원사업은 산학협력의 중요성을 국내 정부·기업·연구기관에 정착시키는데 가장 주도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다. 이 사업은 현재 다른 부처에서 실시 중인 산학협력중심대학교 육성사업, 클러스터 사업, 지역혁신센터 사업 등의 모태가 됐음은 물론이다. 정부내 각종 평가 결과도 긍정적이다. 최근 기획예산처 및 국토연구원이 7개 부처 20개 사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술적 성과 및 지역 균형발전 영향평가 결과에서 중기청의 산학연 공동기술개발사업은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과학기술혁신본부가 정부내 주요 R&D 과제 51개를 대상으로 실시한 평가에서도 3위를 차지, 지원 사업이 효과적으로 추진되고 있음을 인정받았다. ◇향후 계획=중기청은 그동안의 사업 성과를 토대로 기존 6개월 또는 1년의 단기 R&D 과제 중심에서 2년 이상 중기의 산학연 전략 과제를 신설할 계획이다. 기존 중소기업 수요가 가장 많은 신제품 및 공정개선 등 애로기술 분야는 지속적으로 지원하되 전문기관 및 업계의 사전 수요 조사를 통해 유망 분야에 대한 전략과제 지원을 신설할 예정이다. 또 국내 대학·연구기관과의 공동 연구개발에서 탈피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대학·연구기관과 국제 산학연 공동 R&D과제를 신설, 기업의 경쟁력을 강화키로 했다. 이와 함께 대학·연구기관의 연구장비, 개발 책임자 경력 및 기업지원 이력에 대한 각종 정보를 실시간으로 기업에 제공해 기업의 공동 연구기관 및 연구자 선택권을 대폭 확대키로 했다. 아울러 개발 과제에 대한 기업의 직접 평가제를 도입, 대학·연구기관의 R&D 개발에 대한 서비스 마인드도 제고시켜 나가기로 했다. 박종찬 산학협력팀장은 “한미 FTA 체결을 계기로 미국 유명대학 등과 공동 R&D 과제도 적극 발굴·추진할 계획”이라며 “예산 지원 규모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더 많은 중소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전=신선미기자@전자신문, smshin@
◆기고- 중소기업에 날개를 달아주자 :송재빈 중기청 기술경영혁신본부장 최첨단 장치로 무장한 007 제임스 본드가 악당을 물리치는 영화를 한 번쯤은 보았을 것이다. 반면 오직 칼 하나만 가지고 참신한 아이디어와 기지로 당면한 위기를 슬기롭게 넘기는 맥가이버 또한 우리들의 머릿속에 남아 있을 것이다. 이 두 가지의 대조되는 영화를 보면 겉모습이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현실과 너무나도 비슷한 측면이 있는 것 같다. 막대한 자본과 최첨단 장비로 무장한 제임스 본드는 대기업과 흡사한 측면이 있고 전후좌우에서 든든한 백(back)보다는 머리 하나만으로 위기 상황을 극적으로 해결하는 맥가이버는 우리네 중소기업과 비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모든 중소기업들이 맥가이버처럼 매일 치열한 경쟁 속에서 슬기롭게 살아남을만한 뛰어난 기지와 아이디어를 몸에 체화하고 있을까? 간단히 말하면 최근 급증하고 있는 혁신형 중소기업 등 몇몇 기업군을 제외하고는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우리나라 중소기업들은 고용의 88.1%, 수출 1000달러 돌파 등 국가경제에 막강한 영향력을 미칠 정도로 성장에 성장을 거듭했지만 세계 최고 대비 기술력이 75.8% 수준에 머물고 있는 것을 보면 맥가이버처럼 시청자들에게 극적인 감동을 선사할 정도로 높은 기술력과 신제품을 보유하고 있지는 못하다. 그렇다면 중소기업들이 세계시장을 누비며 우리에게 풍요와 감동을 줄 수 있는 무한 강자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단언컨대 그 정답은 끊임없는 기술혁신이라고 확신한다. 일반적으로 중소기업은 규모가 작아 막강한 자본과 인력을 투입할 수 없는 원천적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독일 경제를 주름잡은 400여개의 세계 초일류 중소기업(Hidden Champion)의 예에서처럼, 환경 변화에 기민하게 대처할 수 있는 작은 몸집에 창의적 아이디어로 무장한다면 대기업보다 우월한 위치를 점할 수 있는 것은 틀림없다. 이러한 측면에서 정부에서 창의적 아이디어의 열쇠가 되는 기술혁신 지원 예산을 대폭 확대하기 위한 다양한 논의가 있다는 것은 매우 시의적절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일할 사람이 많지 않은 중소기업의 규모의 한계를 고려할 때 사업화 능력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중소기업과 고급인력 등 우리나라 연구개발 인프라의 70% 이상을 보유하고 있는 대학·연구기관과의 상호 협력은 R&D 성과물의 시너지 효과를 무한히 증폭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활성화하고 정착시켜 나가야 한다. 이제부터는 끊임없는 모험정신으로 열심히 달려온 중소기업들에게 막강한 연구개발 인프라를 보유하고 있는 대학·연구기관들이 동반자적 상호협력 관계를 공고히 해 세계 일류기업으로 힘차게 웅비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아줄 때인 것 같다. 맥가이버의 기지를 갖춘 많은 중소기업들에게 더욱 막강한 능력을 부여해 줄 수 있는 007 제임스 본드의 든든한 후원자들처럼 말이다. jbsong@smba.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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