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터프라이즈 서버와 스토리지 시스템은 여전히 국내 하드웨어(HW) 시장을 견인하는 핵심 IT품목이다. 국내 HW시장은 지난 3∼4년간 업체들 간의 경쟁 심화로 하드웨어의 가격이 크게 하락, 예전과 같은 화려함은 많이 사라졌다. 지난 해에도 업계 전체적으로 매출은 늘었지만 수익률의 하락 현상은 여전했다. 올 들어 차세대 프로세서인 ‘쿼드코어’를 탑재한 서버의 출현, 블레이드 서버 시장의 개화, 가상화와 ILM을 중심으로 한 기능 중심의 스토리지 시장 재편이 본격화돼 시장의 질적 성장을 기대해볼 만 하다. 서버 구매 기업들도 단순히 ‘저가 위주’의 구매 패턴에서 벗어나 시스템의 ‘ROI’와 ‘효율성’에 기반한 다차원적인 비용 절감 전략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이 같은 추세는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이에 따라 주요 HW업체들은 과거 물량 중심의 공격적인 마케팅을 지양하고 시스템 최적화 전략을 앞세운 마케팅 전략을 가다듬고 있다. 시장여건도 양호하다. 금융권의 차세대, 통신·제조 등 대기업군과 SMB(중견 및 중소기업)시장이 동반 성장하고 있다. ◇서버시장 동향=현재 서버시장의 기술적인 이슈는 △비용절감에 효과적인 가상화 △멀티코어 △저전력 등이라고 볼 수 있다. 서버 업체들은 운영 효율성이 높으며 TCO 절감이 가능한 솔루션에 대한 엔터프라이즈 고객들의 요구 사항이 점차 높아짐에 따라 이들 기술을 적용한 시스템을 앞 다투어 선보이고 있다. 상반기가 지난 현재 서버시장에서 경쟁이 가장 치열한 분야는 단연 x86 서버와 유닉스 서버다. x86 서버시장에서는 한국HP가 지난 해 말부터 공격적인 영업전략으로 1위 자리를 굳히고 있다. 이어 삼성전자, 델,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스, 한국IBM 등이 2위권을 형성하며 치열하게 다투고 있다. 유닉스 서버시장은 ‘절대 강자’가 없는 춘추전국의 시장 구도가 지속되고 있다. x86 서버시장은 한국HP의 독주 속에 치열한 2위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HP는 반기 판매대수에서 2만대에 육박하며 독주체제를 완전히 굳혔고 삼성전자가 반기별 판매대수에서 처음으로 한국IBM을 제치고 2위(9167대)로 부상했다. 한국IBM(8721대)과 델(6400여대)이 그 뒤를 이었다. 삼성전자 측은 하반기에도 성장세를 이어가 x86 서버시장 점유율을 당초 목표했던 20%를 초과 달성, 명실상부한 2위로 자리매김 한다는 전략이다. 이 시장에서 그동안 뒤져왔던 한국썬마이크로시스템스는 x86 서버시장에서의 영업 강화와 슈퍼컴퓨터(HPC) 시장에 주력 중이다. 특히 썬은 한국IBM을 제치고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 슈퍼컴 4호기 사업의 초병렬시스템부문(MPP) 사업자로 선정돼 주목받고 있다. ◇한국IBM·한국HP, 유닉스 시장서 정면 충돌=서버 양대 산맥인 IBM과 HP는 유닉스 서버시장에서 치열하게 맞서고 있다. 한국IBM은 지난 6월 유닉스 프로세서 신제품인 ‘파워6’를 장착한 유닉스 서버 시스템 ‘p570’을 출시했다. 이에 맞서 한국HP는 인텔 듀얼코어 아이테니엄2 프로세서(몬테스토) ‘인테그리티 유닉스 서버’ 시리즈를 출시했고 연말 께 업그레이드 제품(코드명 몬트베일)을 탑재한 유닉스 서버 신제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한국IBM은 p570을 앞세워 연내에 매출액 기준 점유율 35%를 달성해 시장 1위를 탈환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4분기까지 관련 시장에서는 한국HP가 40%를 웃도는 점유율로 1위를 차지했다. 이에 대해 한국HP는 “인텔 몬트베일 탑재 신제품이 연말께 출시된다”면서 “IBM의 공세에 전혀 밀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몬트베일 기반 HP 인테그리티 서버는 가상 파티션이나 서버 자원 할당 등의 기능을 강화해 서버 가용성을 높였기 때문에 안정적이고 높은 성능을 원하는 기업들의 관심이 높다는 게 HP 측 주장이다. 두 회사는 금융권 차세대 시스템 도입 프로젝트에서도 격전을 벌이고 있다. 한국HP는 IBM의 메인프레임을 HP 유닉스 서버로 전환할 것을 적극 유도하고 있고 한국IBM은 “HP 제품보다 IBM 파워6 기반 신제품이 무려 3배 이상 성능이 높다”며 가격 대비 성능면에서 우월한 위치를 적극 홍보하고 있다. ◇스토리지 시장, 금융권 특수=한 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던 스토리지 업계는 ‘금융권 특수’와 제조업계의 다양한 스토리지 도입 등으로 오랜 만에 활짝 웃고 있다. 상반기 스토리지 시장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매출액 기준으로 2∼3%정도 소폭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같은 실적은 최근 2∼3년 동안 제자리 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줄어드는 경향을 보였던 것을 감안하면 상당히 고무적인 수준이다. 이처럼 스토리지 시장을 성장세로 돌아서게 한 직접적인 요인으로 업계는 금융권 특수를 꼽고 있다. 그동안 기획 단계에 머물렀던 시중 은행들의 차세대시스템 구축 프로젝트가 본격화되면서 은행들이 높은 성능과 안정성을 요하는 하이엔드 스토리지를 본격적으로 구매하기 시작했다. 금융감독원의 지침에 따라 국내에서 영업을 하는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차례로 시스템 구축에 나선 것도 스토리지 특수를 형성하는데 한 몫했다. 상반기에만 국내에 시스템 거점을 구축한 곳은 골드만삭스, 매리츠증권 등 7곳에 이른다. 요동치는 주가로 인해 주식 거래량이 폭발적으로 늘어나자 시스템을 증설하려는 증권가의 수요도 스토리지 판매량을 늘린 요인이 됐다. 증권사들은 시스템 증설과 맞물려 차세대시스템 구축 작업도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 특히 대형 증권사들은 그동안 원장 부문에만 국한됐던 재해복구센터(DR)를 다른 업무 영역까지 확대해 구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계획이 가시화되면 하반기에도 증권가를 중심으로 스토리지 구매 부문이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수혜업체는 단연 한국EMC·HDS코리아·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다. 특히 한국EMC는 금융권 스토리지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이 회사는 은행이나 증권사들의 구매 물량을 상당수 선점하면서 최근 마감된 2분기에 역대 최고의 매출 실적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EMC 김경진 사장은 “증권가 호황이 매출 향상에 기여한 부분이 크다”면서 “상호저축은행이나 투자신탁 등에서도 구매를 위한 성능 테스트 요청이 적지 않았다”고 말했다. 히다찌데이터시스템즈코리아(HDS코리아)도 2분기에 하이엔드 스토리지 매출 성장폭이 컸다. HDS 제품 영업을 맡고 있는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 관계자는 “최근 수 년 사이에 스토리지 매출 성장은 거의 멈췄다고 보는 것이 맞는데 올 상반기에는 고가의 하이엔드 제품 판매가 늘어 매출이 향상됐다”고 설명했다. 금융기관들은 시스템을 구매할 때 높은 성능을 우선 순위로 꼽지만 이에 못지 않게 안정성도 중시해 시장에서 검증된 제품을 선택하는 경향이 강하다. 최신 제품보다는 출시후 1년 정도 된 제품을 구매하는 성향도 뚜렷하다. 때문에 이미 국내 금융기관에 상당수 하이엔드 스토리지 공급 사례를 확보한 두 업체에 구매요청이 몰려 매출 성장폭이 컸던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한국HP와 한국IBM 등은 2분기 금융권에 자사 유닉스 서버 공급량이 대폭 늘면서 이를 하이엔드 스토리지 영업으로도 연계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나 EMC나 HDS의 실적에 비해서는 성과가 미미한 편이다. 이밖에 공인전자문서보관소(공전소) 사업이 뜨거운 이슈로 부상하면서 한국EMC와 효성인포메이션시스템이 이 시장을 양분할 전망이다. 이미 1호, 2호 공인 전자문서보관소 사업자로 선정된 KTNET과 LG CNS에 스토리지 HW를 공급한 한국EMC는 컴플라이언스 및 웜 스토리지의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공인전자문서 보관소 시장에서 최대의 성과를 기록하고 있다. 효성도 3호 사업자 신청을 한 삼성SDS에 스토리지 솔루션을 납품키로 결정됐다. 명승욱기자@전자신문, swm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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