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1일 찰스 필립스 오라클 사장은 상하이 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오라클 오픈월드 상하이’의 기조연설자로 나와 “정보(Information)의 시대를 넘어 혁신(Innovation)의 시대로 가고 있다”며 소프트웨어(SW)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는 “단순히 정보를 관리하는 것만으로 글로벌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며 “기업은 성장을 위해 끊임없는 혁신해야 한다”며 핵심 SW 도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SW는 하드웨어(HW)를 넘어 기업 경쟁력의 핵심 솔루션으로 자리잡고 있다. 기업의 상품 개발부터 의사결정에 이르기까지 SW를 이용하지 않는 영역은 없다. 공공의 혁신이나 금융의 상품개발도 모두 SW를 통해 결정되고 만들어진다. 기업의 혁신을 SW가 이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 경영진은 SW를 알아야 한다. SW는 이미 CFO의 영역을 넘어 CEO 영역의 것이 됐다. 그런 의미에서 SW가 앞으로 어떻게 변화하고 발전할 것인지는 매우 중요한 대목이다. ◇SW가 혁신 이끈다=SW업계는 혁신을 복음처럼 전파하고 있다. 갈수록 치열해지는 경쟁환경 속에서 혁신은 충분조건이 아니라 필수조건이다. 전사자원관리(ERP)는 이미 대중화된 솔루션이지만 90년대 중반만해도 익숙하지 않은 솔루션이었다. 국내에선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ERP를 도입한 후 생산성을 높이고 업무 프로세스를 개선해 글로벌 기업으로 우뚝 서자 LG전자를 비롯해 국내 대기업들이 시스템 구축에 발벗고 나섰다. ERP를 통한 삼성의 혁신을 보면서 기업들의 정보화 마인드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치열한 경쟁중인 여행업계가 지식관리시스템(KMS)를 도입해 여행 상품을 차별화하고 나아가 글로벌업체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공공기관은 고객관계관리(CRM) 시스템을 구축해 대국민서비스를 강화중이며, 제조업체들은 제품수명주기(PLM) 솔루션으로 제품의 생산성과 품질을 업그레이드하기 시작했다. 장동인 제이디아이파트너스 사장은 “SW를 통한 기업 혁신은 이제부터 시작”이라며 “지금까지 SW가 기업의 생산성 측면에 포커스가 맞춰졌다면 앞으로는 기업의 경쟁력 강화 부분에 맞춰질 것”이라고 말했다. ◇통합으로 간다=SW가 기업의 전반적인 경쟁력 강화에 중점을 두면서 SW업계에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통합과 대형화의 추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기업들은 여러 벤더로부터 여러 제품을 고르기보다는 기업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벤더를 선택하게 됐다. SW벤더들은 인수합병(M&A) 등을 통해 포트폴리오를 확보하고, 기업들이 원하는 모든 솔루션을 한꺼번에 제시하는 시스템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미국에서 벌어지는 SW업계의 M&A 전쟁이 이를 입증한다. 미국에선 빅3 소프트웨어업체인 마이크로소프트·IBM·오라클이 최근 2∼3년간 매년 10개 이상의 전문 SW업체를 인수해 자사의 솔루션으로 편입했다. 이대로 가다간 전문업체들이 남아나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마저 나오고 있다. 신동수 한국오라클 부사장은 “글로벌 대형 SW업체가 스텍(OS에서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솔루션을 확보하는 것)을 갖추기 위해 M&A를 활발하게 벌이고 있다”며 “SW업계는 대형 업체들을 중심으로 급격하게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 패러다임이 온다=기업과 SW벤더를 둘러싼 환경 변화는 SW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요구한다. 서비스 개념의 SW인 SaaS가 대표적이다. 비용 절감과 효율적인 SW 활용을 고민하는 기업들이 라이선스 대신 서비스 사용료를 내고 SW를 도입하기 시작하면서 SaaS는 미래 SW 시장을 이끌 핵심 아이템으로 급부상했다. 서비스지향아키텍처(SOA)도 주목되는 분야다. 기업들이 애플리케이션의 유연성 확보와 재활용을 통한 비용절감 및 도입 시간의 단축을 위해 SOA를 검토하고 있다. 특히 서비스 및 프로세스의 최적화를 지향하는 SOA 기반의 애플리케이션 플랫폼 적용으로 콤포지트 애플리케이션 시장의 활성화가 기대된다. 이는 SW업체들뿐만 아니라, 다양한 구축 서비스의 제공 및 경험이 풍부한 IT서비스업체들에도 기회를 제공할 것으로 예상된다. 팀 하워즈 옵스웨어 최고기술경영자(CTO)는 “미래에는 가상화·SOA·SaaS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SW는 물론 하드웨어와 네트워크의 변화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강만 티맥스소프트 상무는 “웹2.0 시대가 열리면서 SW 산업에도 적지 않은 변화가 시작됐다”며 “SW업체들은 시장 환경과 기술 변화에 대등해 능동적으로 움직여야만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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