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7년 8월. 넥슨은 한국 게임업체 최초로 전세계 IT의 심장부인 미국 실리콘밸리에 현지법인을 설립한다. 세계최초의 그래픽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의 PC통신 버전을 한국에서 상용화 한 지 1년 4개월만의 일이다. 그리고 그로부터 11개월 뒤 넥슨은 영문판 ‘바람의 나라(현지서비스 명:넥서스)’를 미국에 상용 서비스하기 시작한다. 당시로선 무인도에 집을 짓는 것 만큼이나 무모한 듯한 행보였다. 그리고 꼭 10년. 이제 한국 온라인게임산업은 해외에서 더 활짝 꽃피기 시작했다. ‘어리석은 자(愚公)’가 ‘산을 옮긴 것(移山)’이다. 10년 전 미국·일본처럼 30∼40년씩 축적된 콘텐츠와 개발력을 보유하고 있었던 것도 아니고, 체계적인 소매 유통망도 없던 상황에서 한국 게임업체들이 택한 ‘활로’가 바로 초고속인프라 기반의 온라인이다. 우리로선 ‘어쩔 수 없이 택한 길’이지만, 세계는 한국의 온라인게임 상용화와 이후 이어진 폭발적인 성장세에 주목했다. 이제는 전세계 게임시장 의 메이저 국가들조차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 됐지만, 당시 한국의 행보는 ‘누구도 가보지 않은 길’이 분명했다. 21세기 뉴밀레니엄이 동텄던 지난 2000년 5월 엔씨소프트는 미국 캘리포니아에 현지법인인 엔씨인터랙티브를 설립해 북미 온라인게임시장 전면 공략에 돌입한다. 지난 98년 상용서비스한 ‘리니지’가 전세계 최초로 동시접속자수 10만명을 돌파하며 선풍을 일으킨 데 이은 또 하나의 야심찬 도전이었다. 그리고 8년이 흐른 현재 엔씨소프트는 한국을 중심으로 북미, 아시아(동남아 포함 4개 법인), 유럽에 거점 네트워크를 갖춘 명실상부한 글로벌 온라인게임업체로 자라나 있다. ◇ ‘해가 지지 않는 제국’ 건설=길이 트이기 시작하자, 중국·일본 등 인접 국가로 파상적 진출이 가능해졌다. 지난 2000년 나란히 설립된 위메이드엔터테인먼트와 웹젠은 2001년부터 자체 개발한 한국형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으로 중국시장을 파고들었다. 중국내 동시접속자 70만명 돌파라는 당시로서는 전무후무한 엄청난 신기록이 만들어지고, 일본에선 비디오게임 일색이던 시장에 온라인게임의 싹을 틔우는 전기를 만들었다. 2001년 일본에 한국형 게임포털 비즈니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NHN 한게임은 이후 야후 등 막강한 경쟁자를 물리치고, 지금도 일본 1위의 게임포털 입지를 확고히 지키고 있다. 이미 수조원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만큼 ‘성공한 게임포털’로 확고히 뿌리내렸다. 이후 대형 선도업체에서부터 신생 소규모 개발사를 가릴 것 없이 해외시장 공략을 위해 나섰고, 현재 한국산 온라인게임은 해외에 수출된 것만 누적으로 300여종, 해외 서비스 진출국은 모두 100개국 이상으로 전세계를 커버하고 있다. 이미 지구상에 퍼져있는 한국산 온라인게임의 누적 회원수가 10억명을 넘어서면서 전세계에 24시간 서비스되면서 그야말로 ‘해지지 않는 제국’을 만들어 가고 있다. ◇‘세계 3대 강국’ 해외서 다진다=한국 게임업체들에게 해외 시장은 미래 성장을 위한 생존의 과제일 뿐 아니라 산업의 발목을 잡고 있는 ‘협소한 국내시장의 족쇄를 떨치면서 독자적으로 전진할 수 있는 ‘돌파구’다. 온라인게임산업 태동 후 10여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게임은 과몰입 및 사회 범죄의 온상, 개인정보 유출과 해킹의 목표물 등으로 취급받으면서 그동안 만들어 낸 성과 및 향후 역할과 무관하게 ‘천대’ 받고 있다. 국산 첫 온라인게임 탄생 뒤 10년이 지난 지금, 전체 산업 규모가 1000배나 커지는 성장세를 구가하며 신산업 동력으로 각광받고 있지만 게임에 대한 사회적 인식과 이용자 평가는 여전히 제자리다. 매년 평균 1000%씩 성장하는 게임 산업을 보는 시각과 인식은 세월 만큼 후퇴해버린 셈이다. 게임산업계가 이처럼 게임에 쏟아지고 있는 비난과 왜곡된 인식 등의 멍에에서 스스로 탈출할 수 있는 길은 10년전 택했듯 해외시장에 나아가 국내보다 더 큰 성공을 거두는 것 뿐이다. 다행히 10년 전의 그 목표와 희망이 헛되게 끝나지는 않았다. 전세계 IT산업 역사에도 남을 성공담이 만들어졌고, 글로벌 기업으로서 손색이 없는 업체도 여럿 등장했다. 무엇보다 그냥 쫓아가기도 바쁠 것이라 생각했던 글로벌 게임산업의 경쟁 무대에서 당당히 우리 기술을 전파했으며,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목표를 ‘세계 3대’ 수준에 당당히 올려 놓을 만큼 산업의 모양새와 내용 모두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10년 뒤 ‘제2의 EA’ ‘한국의 블리자드’ 향해=일렉트로닉아츠(EA)의 전세계 매출은 이미 지난 2005년말 기준으로 한국의 전체 게임산업 규모를 넘어섰다.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도 전세계에 상용서비스 중인 온라인게임 ‘월드오브워크래프트(WOW)’ 하나로만 1조원에 가까운 매출을 낸다. 현실적으로 이들의 벽이 닿기 힘들 만큼 높은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결코 넘을 수 없는 벽도 아니다. 우선은 한 업체라도 글로벌 ‘톱3’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필요하다. 자신감과 향후 성장에 대한 내재된 에너지를 스스로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지금까지의 10년 동안 그러했듯 차근차근 밀어붙이면 한국 메이저업체가 곧 세계 메이저업체로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 EA와 블리자드 등 해외 거물기업들이 취약한 부문에 대해서는 한국이 해외 경쟁지에서 계속 우위를 확보하거나 기술격차를 벌여 놓는 것이 요구된다. 특히 동남아시장을 비롯해 러시아, 인도, 남미 등 신흥 전략지에 대해서는 우리가 10년전 처럼 경쟁국들에 비해 선점 효과를 빨리, 굳건히 뿌리내리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10년 뒤 EA를 뛰어 넘는 한국 기업이, 블리자드를 능가하는 개발력의 한국 업체가 분명히 나올 수 있다. 이진호기자@전자신문, jholee@
◆온라인게임 신흥국가 진출 전략 북미·유럽·일본·중국 이외의 신흥 게임시장이 한국 온라인게임의 글로벌전략에 있어 아주 중요한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중동·동구권·동남아시장의 요충지인 이스라엘, 루마니아,베트남시장의 특성과 한국업체의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스라엘=브로드밴드 가구보급율이 60%를 넘어서면서 PC온라인게임 성장의 기반은 마련돼 있다. 다만 정액제 과금모델보다는 인게임(In-game)광고를 이용한 ‘무료게임’ 모델이 각광받고 있다. 다수의 포털이 인게임광고 경쟁에 뛰어들면서 온라인게임 수요도 빠르게 늘고 있다. 광고주 유치가 용이한 장르로는 레이싱, 슈팅, SF액션 등이 꼽히고 있다. 세계 최대 다운로드게임업체로 성장한 오베론이 이런 이스라엘 시장 특성을 활용했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 크다. 현지 게임기획자와 PM 양성 교육기관이 주목하는 장르는 시리어스게임, 에듀게임, 캐주얼게임 순이다. ◇루마니아=인터넷이용자수는 2002년 220만명에서 2005년 510만명을 넘어, 2007년에는 700만명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게임시장의 70% 가량을 PC게임이 차지하면서 불법복제 문제가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세계적인 콘솔게임업체들이 본격적인 시장 공략을 미루고 있는 것도 이같은 시장의 혼탁성 때문이다. 지난해 게임시장 규모는 600만 유로 가량으로 브로드밴드 보급은 빨라지고 있지만, 여전히 더딘 인프라 개선에 따라 온라인 캐주얼게임의 성공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인구 2000만명으로, 동구권시장 접근의 관문으로 주목받고 있다. ◇베트남=인구 8500만명(2005년말 추산)에 강력한 한류 열풍을 가진 신천지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2006년 온라인게임 매출이 1000만∼1500만달러에 달하며 연평균 300∼400%라는 가히 폭발적인 성장세를 구가하고 있다. 온라인게임 이용자 증가에 따라 초고속인프라가 급속히 확대되고, 그 확대된 인프라가 다시 온라인게임 이용자를 증가시키는 순화구조가 나타나고 있다. 현재 수입 온라인게임의 60%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을 정도로 한국 온라인게임에 대한 충성도도 높다. 한국이 강한 온라인롤플레잉게임(MMORPG) 장르가 71%를 차지하고 있는 것도 매력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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