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부상열차의 생산기지를 대덕특구에 구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교통부가 추진 중인 자기부상열차 시범 노선이 현재 4개 지역으로 압축돼 경합 중인 가운데, 대덕연구개발특구 지원본부(이사장 박인철)가 ‘자기부상열차 전략산업단지 조성사업 타당성 조사’ 용역보고서(수행자 대우엔지니어링)를 통해 대덕특구의 자기부상열차 생산기지화를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다. 특히 건교부가 산업자원부와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상용화 사업을 진행 중이어서 국부 창출 유망산업인 자기부상열차 산업단지 조성의 필요성은 모두가 공감하는 부분이다. 국내 자기부상열차 시장은 향후 20년간 9조원으로 예측됐다.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태국 등이 중·저속용 자기부상열차 도입을 검토 중인데다 아시아, 호주, 남미, 북미, 유럽 등에서 총 500여개 노선의 신교통시스템까지 포함할 경우 시장 규모는 250조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가운데 20%만 수주하더라도 규모는 50조원에 달한다. ◇왜 대덕특구인가=이 보고서에 따르면 오는 2020년까지 국내만 신교통시스템 건설을 계획 중이거나 검토 중인 지역은 25개 시도 51개 노선에 45조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측하고, 이에 따라 필수적으로 따라올 관련 산업의 생산기지로 대덕특구가 첨단 기술과 함께 정책 및 정보, 교통, 토지 외 하부구조 요인을 완벽하게 갖춘 전국 최적지로 꼽았다. 자기부상열차 시스템이 특정 분야의 R&D 뿐만 아니라 여러 산업 분야에 걸쳐 다양한 연관 효과를 가지는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이라는 특성 또한 대덕특구의 이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 대덕특구 내 한국기계연구원은 과학기술부의 지원을 받아 개발한 도시형 자기부상열차의 시제차량(UTM-01)을 10년 전부터 시험선로에서 시험해 온데다, 산업자원부는 실용화 모델 개발 사업의 일환으로 오는 11월부터 200명이 탈수 있는 열차 2량의 실용화 모델을 유성 국립중앙과학관과 엑스포과학공원을 잇는 1㎞구간에 적용, 가동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과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한국표준과학연구원 등이 관련 산업의 기반이 되는 R&D를 뒷받침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특히 특히 컴퓨터 및 주변기기를 비롯한 컴퓨터 시스템·설계, SW 자문, 자료 처리 및 컴퓨터 시설 관리, DB 및 온라인 정보제공업, 다이오드, 트랜지스터, 유사 반도체, 전자집적회로 등과 관련한 기술 및 업체가 비티고 있다. ◇산업단지 건설 어떻게 하나=전략 산업단지의 건설은 총 4단계로 나뉘어 1단계에서는 선행 기반사업 차원에서 자기부상열차 시험선로 연장 및 차량 부품 성능시험센터의 설치를 추진한다. 2단계에서는 로템의 창원공장 및 의왕공장 부지를 합친 규모인 28만평 대로 부지를 마련, R&D 및 부속기능을 이전하고 이어 본 공장 중 일부를 이전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시험선로의 경우 총 281억원을 들여 현행 기계연 내 1.2㎞의 선로를 1.73㎞로 연장하자는 것이다. 또 로템 유치를 위해서는 먼저 R&D 기능을 이전한 뒤 의왕공장과 창원공장을 순차적으로 이전하는 방안을 내놨다. 3단계에서는 자기부상열차 관련 기업 유치를 위해 세제 및 금융 지원을 강화하거나 분양 조건의 다양화, 입주기업 주거우선권 혜택 등을 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또 4단계에서는 대덕연구개발특구 본부와 대전시, 한국기계연구원 등 관련 연구기관이 망라된 전략산업단지 개발 합동 기획단을 설치하는 방안을 담았다. 이를 위한 전략 산업단지의 조성비용은 용지비, 조성비, 직접인건비, 이주 대책비, 판매비와 관리비, 자본비용 등을 포함할 경우 55만5584평에 공사비 667억원, 부대비용 37억원, 용지보상비 101억원 등 총 887억원(시험선로 연장 비용 등 617억원 별도)이 필요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략산업단지 조성 위치로는 한국토지공사가 2단계로 개발을 확정지은 둔곡지구를 꼽았다. 둔곡지구는 다른 지역에 비해 기반 시설 및 관련 기업과의 연계성, 부지의 확장성 지가 측면에서 좋은 점수를 받았다. ◇경제적 파급효과 얼마나 되나=자기부상열차 산업단지 56만평을 개발할 경우의 생산액 파급 효과는 총 3조271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부지면적(1000㎡)당 생산액을 산출한 결과 오는 2009년 자기부상열차의 생산액이 1조2806억원, 철도 관련 업체는 1조4916억원, 통신·전기업체 4934억원 등 모두 3조271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분석됐다. 또 2015년께의 생산액은 자기부상열차가 1조8590억원, 철도 관련 업체가 2조1653억원, 통신·전기업체가 6562억원 등 총 4조6805억원으로 추정했다. 종사자 파급 효과로는 2009년 총 1만2408명, 2015년 1만1042명으로 예측했다. 김경제 대덕특구 전략사업팀장은 “열차 관련 전문가 자문회의와 수요조사 등을 토대로 만들어진 조사 보고서로 자기부상열차가 향후 산업에 미칠 영향은 엄청날 것”이라며 “이렇다할 생산기반 시설을 갖고 있지 않은 대덕특구가 앞으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할지의 좌표를 제시하는 것으로 봐도 좋다”고 말했다.
◆기계연에 자기부상열차 성능시험센터 구축해야 자기부상열차의 관련 산업 육성과 첨단기술 개발을 위한 성능시험센터 및 시험평가체제 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높다. 국내에서는 한국기계연구원이 시험선로를 보유하고, 차량 평가를 하고 있지만 1.3㎞에 불과한 짧은 선로로는 제대로 된 평가체제를 구축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특히 기계연구원이 현재 계획중인 시속 400㎞ 이상의 초고속열차를 개발하기 위해서도 자기부상열차의 부품과 차량, 시스템에 대한 성능을 시험할 수 있는 시험센터를 반드시 구축해야 한다는 것. 우리나라가 오는 2012년 저속의 도시형 자기부상열차 실용화를 앞두고 있지만, 같은 방식의 중·저속열차인 일본의 ‘HSST’와 비교할 때 대략 3∼4년 정도 뒤처져 있다는 분석도 제기됐다. 한일간 기술 수준을 비교해 보면, 일본 수준을 100으로 봤을 때 우리나라의 설계 엔지니어링과 궤도 기술은 90, 전장품 신뢰도와 차량 경량화 등은 80 수준이다. 그러나 시험평가체제의 경우는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기준이나 절차가 없는 등 일본의 50%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따라 우리 나라가 자기부상열차 부문에서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기계연구원의 시험선로 옆에 차량부품 성능시험센터를 건립하는 방안을 전문가들은 내놓고 있다. 이와 함께 자기부상열차의 안전성과 신뢰성, 승객 편의성 등을 확보하기 위한 시험인증체제 구축도 병행돼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센터가 구축될 경우 철도차량용 핵심 전장품이나 신교통 턴키 베이스의 시스템 엔지니어링 기술을 통한 첨단 산업화가 가능해진다. 자기부상열차 개발은 소재, 기계, 전기·전자, 통신 및 시스템 등 첨단 종합산업의 결집체이기 때문이다. 출연연 관계자는 “자기부상열차의 자체 개발 및 자체 시험, 평가, 인증을 통해 독자 모델 개발과 수출 경쟁력 강화 등의 효과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며 “국내 부품이나 장치, 시스템 관련 품목이 500여개에 달하기 때문에 관련 산업 육성에도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인터뷰-김병현 기계연 시스템엔지니어링연구본부장 “현행 자기부상열차의 시험선로로는 시속 110㎞까지 달릴 수 있는 도시형 열차의 운행 테스트를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많습니다.” 한국기계연구원에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을 책임지고 있는 김병현 시스템엔지니어링연구본부장은 “1.3㎞의 시험선로로는 최고 50㎞까지의 운행만을 시험할 수 있다”며 “도시형을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지금보다 훨씬 긴 시험선로 확보가 시급한 문제”라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자기부상열차의 각 부품 성능시험도 모두 외부에서 수행했다”며 “부품의 신뢰성 확보를 위해서는 시험운행과 함께 치밀한 인증체계를 갖추고 통합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데, 아직까지 그런 시스템은 만들어져 있지 않다”고 설명했다. 기계연이 착수한 초고속 자기부상열차 개발에 대해 김 본부장은 “속도가 400㎞ 이상이 나오기 때문에 20㎞ 이상의 시험선로 확보가 조만간 현안으로 대두될 것”이라며 “자기부상열차가 향후 국가 비전을 주는 차세대 먹거리로 한몫하는 시대가 올 것으로 본다”고 주장했다. “대덕을 자기부상열차 생산 메카로 구축하기 위해서는 로템의 의지가 중요합니다. 가능성이 있는 문제고, 로템은 기업인만큼 공장 부지나 금융과 관련한 적극적인 지자체의 유인책이 주어진다면 얼마든지 이전도 고려할 것으로 봅니다.” 김 본부장은 또 “자기부상열차가 수출 경쟁력까지 확보하려면 신뢰성과 관련한 인증체계 마련이 필수”라며 “선진국에서도 독일이나 일본 등 일부 국가만 갖고 있는 기술이기에 그만큼 우리나라가 도전해 볼만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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