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으로 이 한 권의 단아한 책을 만났다. 서양사에서 영혼의 교류라는 주제로 심심찮게 등장하는 인물들의 성숙한 만남을 늘 부러워하면서, 우리 언어의 특징인 존대어가 세대나 신분을 뛰어넘는 그런 만남에 걸림돌임을 탓하여 왔었다. 일전에 ‘Tuesday with Morrie’라는 책을 잔뜩 추켜세우며 아예 우리에겐 세대를 이어 주는 이러한 의사교통이 불가능할거라고 단정하기까지 했었다. 비록 퇴계와 고봉의 논쟁에 대해 학생 때 시험 준비과정에서 들어보기는 했겠지만, 그것이 이렇듯 서로의 애틋한 살핌으로 시작해서 예리한 학문적 논쟁으로 닿아 가는 인간적 교류임을 몰랐었다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다.
이 책을 소개하는 글이라면 의례 삼십 초반의 당돌한 고봉 기대승과 예순을 바라보는 대학자 퇴계 이황이 시작한 서신의 교환이 조선시대 유학에 끼친 영향에 대해 언급하게 된다. 그러나, 우리의 역사나 학문에 무지한 내가 이 책에서 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내용보다는 형식일 수밖에 없었다. 나를 비롯한 많은 우리 세대의 사람들이 이들 두 대유의 관계에 대해 제대로 몰랐다는 건 그것을 전달해 줄 매개의 부재 때문이 아닐까? 그런 의미에서 구성, 언어, 편집, 그리고 심지어 쪽 번호를 단 방식까지도 글읽기에 게을러진 우리 세대의 기호에 맞추어 준 저자(번역자)와 기획자의 배려를 높이 사게 된다.
“황은 머리 숙여 두 번 절합니다…” 한자가 상형문자라는 개념밖에 남지 않은 내가 원문을 읽었다면, 또는 고고하신 학자님의 언어로 남긴 번역본을 대했더라면, 한참 아래의 후학에게 이렇듯 겸사로 시작하는 퇴계를 느끼지 못 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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