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황순원의 <카인의 후예>는 해방 전후의 시대적 상황을 다른 어떤 소설보다도 객관적으로 그려 낸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다. 토지 개혁이 실시되어 지주 제도가 몰락하는 과정은 이 작품에서 인민 재판의 장면을 중심으로 다양하게 묘사된다. 대부분의 농민들은 급변하는 상황에 당황하면서도 눈앞의 이익을 좇아 행동하며 마름들은 과거의 소행이 두려워 지주 비판에 앞장선다. 대패 한 개, 삽 한 자루를 얻고 만족해하는 농민들의 의식 수준은 오히려 토지 개혁 세력들에게 계획적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이다. 지주를 위하여 가차없이 농민을 억압해 온 도섭 영감은 세상이 바뀌자 지주 비판에 앞장서서 나선다.
그러나 그는 토지 개혁이 마무리되자 결국은 중간 착취자[마름]이라는 이유로 숙청당하고 만다. 또한 토지 개혁에 대처하는 지주들의 행동도 다양하게 제시되는데, 평양서 집장사를 하는 부재 지주 윤 주사는 일부의 재산이나 보존하려고 자작한 것처럼 문서를 위조하는 데 비해 용제 영감은 필생의 사업을 완수하겠다는 일념으로 저수지의 몰수에 항의하다가 탄광으로 끌려갔으나 탈출하여 저수지 물에 자살하고 만다. 즉 재산이 아니라 사업에 대한 집념 앞에 목숨을 바치고 만다.
특히 박훈은 가난한 소작민을 위한 야학 사업을 펼치거나 일체의 토지 문서를 내다 혼자 태워 버림으로써 소유에 집착하지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이는 박훈을 단순히 자주 계급에 귀속시킬 수 없도록 하는 요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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