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대대적으로 시작된 사이버 가정학습이 사교육에 비해 콘텐츠의 질이 부실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강남구, 노원구 등 사교육이 활성화된 지역의 경우 사이버 가정학습 활용도는 크게 낮은 상황이다. 일부 지자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심도가 높지만, 지난 2004년 공교육 내실화, 사교육비 절감 차원에서 도입된 사이버 가정학습이 양적인 확장에 치중한 나머지 ‘절반의 성공’이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양적 성장에 너무 집착했다=지난 2004년 대구, 광주, 경북을 시작으로 전국 16개 시도교육청에선 사이버 가정학습 서비스를 일제히 시작했다. 현재 기본 과정을 넘어 심화 과정에 돌입, 양적 성장은 어느 정도 된 상태다. 교육인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말 사이버 가정학습 가입자 수는 200만명에 이른다. 학급을 운영하는 사이버 선생님도 7000명 수준이다. 문제는 질적 성장이 더디다는 점이다. 일선 교사들은 콘텐츠가 학교 실정에 맞지 않아 이용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업데이트가 느리고 EBS 등 국가가 운영하는 다른 사이버 교육사이트와 차별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실제 본지 조사 결과 교사 중 70% 가량이 사이버 가정학습 콘텐츠 질에 문제가 있다고 답했다. 서울 한 초등학교 교사는 “서울교육청이 운영하는 ‘꿀맛닷컴’에 올라 있는 콘텐츠의 경우 너무 포괄적이고 방대해 사용에 어려움을 느낀다”며 “학교 홈페이지를 통해서도 온라인 평가, 심화 학습 등을 할 수 있어 굳이 사이버 가정학습이 필요한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학교에서만 보는 가정학습=사이버 가정학습의 주 이용자층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중학생까지다. 그러나 고학년이 될 수록 방과 후 학원에 가는 학생수가 늘고 있는 상황에서 사이버 가정학습이 뿌리내리기란 힘들다. 오히려 80% 이상의 학생이 정규 수업 시간에 이용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교육부 독려로 각 학교가 수업 시간에 관련 사이트를 접속하기 때문이다. 물론 사교육이 덜한 도서, 농촌 지역의 경우는 상대적으로 서울 및 대도시보다 가입률이나 이용률이 높다. 학교에서 사이버 가정학습 사이트를 이용하는 것도 만만치 않다. 1인 1PC가 기본이기 때문에 컴퓨터실에서 이용할 수 밖에 없다. 주당 2시간인 재량 수업 중 1시간 정도만 컴퓨터를 사용할 수 있어 ‘수업 연속성’이 떨어진다. 경북지역의 한 초등학교 교사는 “(교육부 독려로) 수업 시간에 사이트에 들어가긴 하지만 속도가 느려 40분 수업 중 실제 활용하는 시간은 10분 정도에 불과하다”고 답했다. ◇지자체 간 격차도 벌어져=16개 시도교육청 간 수준 차이도 지적된다. 콘텐츠의 경우 표준(SCORM)에 맞춰 개발돼 문제가 없는 상황이지만 문제는 운영 경비다. 사용자 수에 따라 서버가 증설돼야 하지만 일부 지자체는 예산 문제로 투자할 엄두를 못내고 있다. 예산이 상대적으로 넉넉한 지자체는 오히려 서버 용량이 남아돌면서 사용률은 낮다. 지방의 경우 1만명이 접속할 수 있는 서버에서 4만명 이상이 접속, 과부하를 일으키기도 한다. 실제 한 지방교육청의 경우 20억원 가량 드는 서버 비용을 구하기 위해 지방 의회 문턱이 닳도록 방문하고 있지만 투자에 대한 확답을 못듣고 있다. 지자체 간 콘텐츠 차별화 부족도 한계로 거론된다. 비용 절감을 위해 표준화 개발을 추진했지만 특화된 지역 환경에 기반한 콘텐츠 정보를 담아내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대구시교육청 관계자는 “사이버 가정학습이 활성화되기 위해선 교사들의 참여가 필수”라며 “이를 위해 교육청에서도 교사들이 원하는 콘텐츠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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