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립 2년 만에 대덕특구를 찾은 외국 국빈은 3명이나 된다. 인도와 도미니카 공화국, 오스트리아 대통령이 대덕을 방문했다. 지난해 대덕에는 각국 장관급 인사만 69개국 660명이 다녀갔다. 전문가까지 포함하면 수천 명이다. 지난 달 대덕특구를 찾은 태국 출신의 국제사이언스파크(IASP) 차차나트 테브타라노트 회장은 “대덕특구에 와서 보니 배울 것이 많은 것 같다. 향후 태국과 교류를 지속적으로 펴나가는 등 협력을 강화했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양국 교류와 함께 벤치마킹하고 싶다는 말도 잊지 않았다. 이 같이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글로벌을 지향하는 성공적인 초일류 혁신클러스터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물론 대덕연구단지 40년의 기술력과 조직력 등이 집적되어 있다고는 하지만 특구 조직이 생긴지는 2년밖에 안 된 점에 비추어 볼 때 성장세가 경이롭다. 만들어진 지 100년이 넘는 미국 실리콘밸리와 비교한다면 아직 갈 길이 멀지만 2년 만에 조직은 어느 정도 안정단계에 접어들었다. 올해는 뭔가 ‘한 건’할 수 있는 가시적인 성과도 나올 것으로 기대를 모으며 명실공히 글로벌 네트워크로서의 한 축으로 부상하고 있다. ◇해외 클러스터와 ‘어깨’=대덕특구가 협력 채널로 확보한 혁신 클러스터는 프랑스의 소피아 앙티폴리스, 중국의 중관촌과 무한동호신기술개발구, 호주의 테크놀러지 파크 벤트리, 핀란드의 울루 이노베이션, 튀니지의 테크노파크 등 모두 6군데다. 특히 대덕특구는 IT분야를 중심으로 R&D 역량이 갈수록 커지고 있는 중국·인도 등의 혁신 클러스터와 네트워크 협력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이와 함께 대덕특구는 오는 2010년 개최 예정인 IASP 총회의 유치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특구 내 기업들의 기술 사업화와 기업 판로 개척, 우수인력 및 외자유치 지원을 위한 교류의 장을 마련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IASP는 전세계 300여 혁신클러스터의 모임이다. 이 모임을 기반으로 글로벌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세계적인 혁신클러스터로 업그레이드되는 기반을 확보할 방침이다. 지난 달에는 국내·외 네트워크 형성 및 기술 사업화를 위한 혁신클러스터 회의(ICIC 대덕 2007)를 성황리에 개최했다. 이외에도 대덕특구는 국제협력 협의회 활동도 활발하게 추진하고 있다. 미국상공회의소(AMCHAM)를 비롯한 유럽연합상공회의소(EUCCK) 협의회 및 주한 외교 사절 초청, 대덕특구 투자환경과 외국인 투자지역 알리기는 물론, 공동 협력 프로젝트 등을 개발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선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이 필수라고 판단하고 있다. ◇국제화 지원 뭘 하나=대덕특구는 해외 기관 및 기업 유치에도 열을 올리고 있다. 대표적인 유치 기업이 미국의 중견 바이오제약사인 아이시스(ISIS)다. 최근 아이시스는 한국화학연구원 부설 안전성평가연구소(KIT·소장 한상섭)와 양해각서를 교환하고 ‘바이오신약개발센터’를 출범시켰다. 대덕특구의 ‘연구소 유치지원 사업 1호’인 셈이다. ISIS가 신약개발 원천기술을 제공하면 KIT는 전임상 시험을 수행한다. 또 대덕특구본부에서는 기술교류 활동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선진기술을 보유한 해외 전문연구소 및 기업연구소를 유치, 특구 내 기업 및 연구소의 협력과 매출액 증대 등에 기여하자는 취지다. 특히 특구 내 정부출연연구소 및 첨단기업을 대상으로 향후 3년 이내 공동연구센터 또는 해외 선진연구소 유치가 가능한 기관이 예산을 요청해 올 경우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해외 연구센터 유치를 위한 사전조사 비용이나 현지 홍보, 법률·세무 검토 및 수요조사 등 기초 조사비용까지도 지원한다. 해외 선진기업 및 연구소의 특구 내 유치를 위한 해외 투자설명회와 국내·외 다국적 기업의 추가적인 해외투자 수요 파악을 통한 잠재 유치 대상 조사분석, 로드쇼 참가업체 발굴을 통한 해외 투자유치 등도 빼놓을 수 없는 핵심 사업이다. 이외에도 주한 경제사절 특구초청, 해외 투자 콘퍼런스 참석, 대덕특구 국제홍보 및 특구 투자환경 설명을 통한 투자유치 기회 확대, 글로벌 민원종합지원 사무소 운영 등에 전력 투구하고 있다. 서준석 글로벌 협력팀장은 “특구가 출범 이후 대덕은 세계적인 관심을 끌고 있다”며 “튀니지 등도 벤치마킹 의사를 드러내는 등 조만간 가시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해외사례-핀란드 오타니에미 사이언스파크 핀란드에는 울루 테크노폴리스와 쌍벽을 이루는 사이언스파크가 있다. 바로 ‘오타니에미’이다. 지난 82년 울루를 시작으로 2001년까지 헤메린란 세우둔 사이언스 파크까지 모두 22개의 과학기술단지를 건설한 핀란드가 대표적으로 내세우는 단지가 바로 울루와 함께 오타니에미다. 울루가 노키아를 중심으로 무선이동통신 R&D 및 생산에 집중하고 있는 산·학·연 클러스터라면 오타니에미는 인큐베이터 및 창업 기능에 주 목적이 있다. 특히 오타니에미는 지리적으로 헬싱키 수도권에 위치해 있어, 주위에 핀란드 최고의 공과대학인 헬싱키 공과대학, 핀란드 국립기술센터(VTT), 국립기술개발청(TEKES), 첨단기업 및 금융기관 등이 밀집돼 있다. 주요 입주기업으로는 노키아, 에릭슨, 컴팩, 마이크로소프트 등 세계적 대기업 등을 포함해 300여 개의 신설 기업이 활동하고 있으며, 100여 개 기업이 인큐베이팅 프로그램에 따라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300여 기업 가운데 200여 곳이 주로 IT 및 통신관련 기업으로 특화돼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이외에 서비스, 컨설팅, 과학기구 등의 업체가 나머지를 차지하고 있다. 운영 방식도 독특하다. 자체 운영이 아니라 울루 테크노폴리스가 설립한 민간기구 ‘이노폴리’에 의해 운영, 개발되고 있다. 이 곳에서는 입주 기업에 대해 국립기술개발청이 기술평가를 거쳐 창업자금의 50%까지 지원하고 있다. 또 벤처기업들에 마케팅과 재무관리 교육 등 인큐베이터 역할을 수행하고 있으며, 이들의 입주 기간은 평균 10년 이상이다. 특히 1개 벤처기업에 대해 7명의 경영·회계 전문가들이 붙어 창업에서부터 상업적인 성공에 이르기까지 전단계에 걸쳐 지원한다. 노키아 등 제조업체는 물론이고 프라이스 워터하우스 쿠퍼스(PwC) 등 컨설팅 회사들도 각각의 프로젝트에 스폰서로 참여하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벤처기업 생존율이 90%에 달하는 것도 다른 과학단지와 다른 점이다.
◆인터뷰/류정주 항우연 선임연구부장 “전남과 경남 등을 아우르는 항공우주 산업 연합체를 만들 계획입니다. 상반기 내에 실체를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항공우주기술(ST) 클러스터 제2대 회장을 맡고 있는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류정주 선임연구부장은 “현재 운영중인 ST클러스터는 말 그대로 친목단체에 불과한 형편”이라며 “우주산업 진흥을 위한 자료 등을 만들어 정책도 건의하고 산업화도 논의하는 조직으로 활성화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큰 사업을 하고 싶은 마음은 있지만 ST 클러스터를 꾸릴 만한 산업기반이 갖춰져 있지 못한 것이 현실입니다. 한 템포 늦춰 숨을 돌린 뒤 항우연 등 기관과 협력할 수 있는 부분부터 찾아나설 계획입니다.” 류 회장은 “국내 클러스터로는 경남 사천의 항공산업 클러스터 협의회와 전남 고흥 중심의 항공우주산업협의체 등이 있다”며 “이달 내 모임을 만들어 다음 달 고흥군 중심으로 연합체를 추진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터키와의 협력 건이나 유럽 아스트리움 건 등이 잘 풀리지 않고 있습니다. 연구소 기업의 경우 현재 홀딩상태입니다.” 류 회장은 “ST 분야의 연구소 기업을 만들 수 있는 아이템 3∼4개 정도를 확보하고 있다”며 “그러나 아이템 1개당 최소 10억 원 정도는 투자를 해야하는데, 현행 규정으로는 투자 재원을 확보할 길이 없다”고 말했다. “예산 쓰임새가 뻔한 출연연 입장에서는 그 예산을 만들기가 지극히 어렵습니다. 그렇다고 리스크가 있는 벤처기업을 만들기 위해 직원 대상으로 설립 자금을 모을 수 있는 상황도 못되지 않습니까.” 류 회장은 연구소 기업 설립 진도가 나가지 않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며 “현재 다각적인 노력을 해나가고 있으니 기다려 달라”고 덧붙였다. 대전=박희범기자@전자신문, hbpar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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