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제공과 서비스 의사결정에 원초 자료가 되는 데이터에 대한 품질향상 문제가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불량데이터로 인한 문제가 곳곳에서 나타나 예상치 못한 비용이 기업과 기관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데이터 품질을 높이기 위한 작업은 상대적으로 미진한 게 현실이다. 국내 데이터 품질의 현주소와 품질향상 방안을 3회에 걸쳐 점검한다.
국내 기관과 기업의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에 비상이 걸렸다. 그 동안 수면 아래에 있던 데이터의 품질문제가 최근 정보 공동활용이나 시스템통합 작업 등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핵심으로 지목되면서 시급히 풀어야 할 과제로 대두됐다. 부실한 데이터로 인한 문제는 이미 도처에서 나타나고 있다. 대부업체인 A사의 DB에서는 대부 결정 금액이 대부 신청 금액보다 많은 데이터 오류가 발생했다. 이 같은 엄청난 오류로 인해 이 업체는 예상치 못한 비용을 부담하고 이를 정제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 B기업은 최근 운영하던 두개의 정보시스템을 통합했지만 두 시스템의 데이터 표준이 달라 데이터 검색에 상당한 오류가 발생했다. 원인은 통합 대상이 된 두 시스템의 일부 데이터의 표준이 맞지 않았기 때문. 이 기업은 일관된 기준 없이 데이터 구조를 변경해왔고 결국 통합 과정에서 다른 한쪽 시스템의 데이터는 검색되지 않았다. 데이터 품질관리 문제가 총체적으로 나타난 사례도 있다. C기업은 전국에 흩어진 사무소에서 입력한 데이터를 넘겨받아 통계 데이터로 가공해서 활용해왔다. 하지만 마땅한 입력 지침이 없어 동일한 데이터가 사무소에 따라 서로 다르게 표현, 입력됐다. 이를 활용하지 못함은 당연하고 이를 기반으로 한 서비스 자체도 엉망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데이터 불량으로 인해 이용자들도 피해를 본다. 최근 3년간 한국소비자보호원에 접수된 네비게이션 관련 소비자상담은 총8754건으로 매년 증가 추세다. 소비자불만 유형은 지난해까지 노상판매나 충동구매에 의한 소비자피해가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올해는 품질에 대한 불만이 25%까지 증가했다. 주요 품질 불만내용은 ‘길 안내 불충분’, ‘지도 정보 오류’ 등인데 모두 기초데이터 불량에 따른 것이다. 이외에도 정부가 대국민 서비스 질을 높일 목적으로 행정정보공유체계 사업을 수년째 구축하고 있지만 기존 정보에 대한 오류가 시정되지 않은 채 추진되는 이 사업에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데이터 관리 “나 몰라라”=기업의 시스템 관리부서는 물론이고 정부 정보시스템 관리자들 사이에서도 데이터품질은 ‘아는 게 병, 모르는 게 약’이라는 의식이 팽배하다. 데이터 담당자들이 시스템을 파헤치다 보면 끝이 없어 아예 손을 대기가 힘들다는 얘기다. 또 데이터를 구축할 때 목표한 데이터 건수를 채우고 검색속도와 기능에 큰 문제가 없다면 데이터품질이 우수하다고 여기는 것도 데이터 관리 부실의 원인이다. 이 같은 국내 데이터 관리 수준은 수치로 드러난다. 데이터품질관리인증센터가 지난해 말 국내 146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데이터 품질관리 성숙 수준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내 기업의 데이터 품질관리 수준은 ‘도입’ 단계인 1단계를 조금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1단계는 데이터 품질관리의 중요성에 관심을 갖기 시작해 부분적인 품질관리를 수행하는 초보 수준을 의미한다. 일반 기업도 마찬가지로 국내 기업의 30% 정도만이 데이터 품질관리를 수행한다는 분석이다. ◇데이터품질관리 의무화 할 때=김선영 DB진흥센터 품질평가팀 팀장은 “선진국과 같이 DB 품질 개선을 위한 체계적인 품질관리체계를 의무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국내 DB 담당자의 80% 이상이 이 같은 DB 품질관리 의무화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데이터관리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확대가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실제로 이미 데이터 품질의 중요성을 인식한 일부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자체적으로 데이터품질 제고 작업을 시작했다. 차세대 전산시스템 구축을 완료하거나 진행 중인 하나은행·우리은행·국민은행 등이 데이터 품질관리팀을 별도로 운영 중이다. 지난해 7월에는 공공기관으로는 처음으로 한국교육학술정보원이 나이스(NEIS)에 대한 데이터 품질 고도화 프로젝트를 추진했다. 또 이달에는 보건복지부가 복지정책DB 개선 프로젝트를 발주하면서 데이터 품질 진단 사업을 함께 추진한 바 있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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