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기업이 그동안 통신사업자 전유물로 여겨졌던 ‘주파수 자원’을 정면으로 요구하고 나섰다. 통신과 IT기업이 고유 영역을 지켜온 가운데 IT기업이 통신시장에 도전장을 내면서 적지않은 ‘후폭풍’이 예상된다.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인텔·HP·델 등 글로벌 ‘빅5’ 기업은 아날로그 방송의 디지털 전환 일정이 구체화하면서 ‘잔여 주파수(White Space)’ 확보를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주요 외신이 전했다. 이들 업체는 이미 MS를 대표 업체로 오래 전부터 전면 디지털 방송에 따라 남는 주파수 대역을 이용하기 위해 기술 개발에 나서는 등 상당한 물밑 작업을 벌여 왔다. 미국은 이에 앞서 오는 2009년 2월까지 지상파 아날로그방송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하고 다양한 보조금 프로그램을 마련하는 등 디지털 전환에 적극 나서는 상태다. 외신에 따르면 이미 MS를 주도로 ‘화이트 스페이스 스펙트럼’ 활용 지지그룹을 결성했으며 TV 주파수 대역을 활용한 인터넷 접속 장비를 개발하고 기술 검증을 끝낸 것으로 전해졌다. 또 이런 내용을 연방통신위원회(FCC)에 정식 제출했으며 이르면 이달 안에 FCC는 관련 서류 검토는 물론 장비·단말기를 시험할 방침이다. 전문가들은 그동안 주파수 정책은 정부와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통신 혹은 케이블TV 사업자가 주도해 온 상황에서 새 경쟁자가 등장하면서 상당한 논쟁이 예상된다고 분석했다. 강병준기자@전자신문, bjkang@
◆뉴스의 눈 미국을 시작으로 주요 국가가 전면 디지털 방송을 위한 ‘카운트다운’을 시작하면서 기존 아날로그 대역의 잔여 주파수 활용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를 전망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2009년 2월 정식으로 아날로그 방송 중단을 못 박은 미국은 이미 주파수 활용 문제가 표면화된 상황이다. 특히 통신·방송 정책이 규제보다는 완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는 미국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하지만 유휴 주파수라도 이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몇 가지 단계를 밟아야 한다. 먼저 다른 대역 전파를 침해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확인받아야 한다. 방송 주파수 대역을 통해 인터넷 서비스가 가능하다는 점도 기술적으로 입증해야 한다. 두 가지가 가능하더라도 장비 보급 등 인프라 투자 또한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무엇보다 큰 문제는 주요 통신사업자의 강력한 반발이다. 사업자는 주파수 대역을 허가받을 경우 사업에 직접적인 타격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빈 주파수를 이용한 서비스가 승인을 받을 경우 통신사업자는 초고속망을 포함한 전체 인터넷 인프라 매출의 40%까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점치고 있다. 물론 FCC는 주파수 라이선스를 가진 사업자를 보호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행 주파수 법안에 따르면 요청이 들어 오면 적법한 절차를 밟아야 하는 상황이다. 미국에서 제일 먼저 표면화됐지만 일본·호주·유럽 등 줄줄이 아날로그 방송을 중단할 예정이어서 당분간 전 세계 정부와 통신사업자의 눈과 귀는 미국 통신시장으로 쏠릴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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