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지역은 상권의 근간인 인구가 해마다 감소하는 추세를 보인다. 전체 16개 시·군 중에서 원주시와 춘천시만이 소폭 증가세를 보인 반면에 나머지는 모두 감소세다. 강원지역 전체적으로는 지난해 전년 대비 3%가 줄었다. 따라서 신규 상권 진입 등 활발한 움직임보다는 기존 상권의 유지에도 힘겨운 지경이다. 최근 2∼3년 새 전자전문 대리점의 수가 줄어드는 현상도 이 같은 인구 감소와 무관하지 않다. 또한 이마트 등 대형할인마트의 진입으로 소형유통점이 직접 타격을 받기도 하는 등 상권의 성장은 힘겨운 상황이다. 강원도 전체 인구는 지난해 말 기준 150만명이며 이른바 빅3 도시라는 춘천시가 25만7000명, 원주시 29만4000명, 강릉시 22만2000명 정도다. 나머지 시·군은 모두 인구 10만 미만의 소규모 상권을 겨우 유지하는 형국이다. ◇강원상권을 이끄는 원주와 춘천=혁신도시와 기업도시를 모두 유치한 원주시는 인구 유입이 이뤄지는 지역이다. 강원도에선 향후 도내 상권은 물론이고 문화·생활을 이끌 핵심도시로 부상 중이다. 올해 1분기에 인구 30만명을 돌파해 강원도 최대도시의 면모를 갖출 전망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택지지구와 구 도심상권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타지역 인구 유입으로 문화시설, 체육시설 등이 많이 들어서고 있다”며 “향후 도내 생활수준을 이끌 도시”로 평가했다. 또 수도권에 비하면 미약하지만 강원도에선 프리미엄 가전제품이 많이 구매되는 지역이기도 하다. 10여년 전 조성된 단계택지는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 유동인구를 끌어들이며 원주의 강남으로 일컬어지는 신주거지인 단관택지와 신 시청이 들어서면 관심을 모으는 무실지구는 신흥주거단지로서 프리미엄 가전수요가 기대되는 지역이다. 원주시는 장기적으론 50만이상의 도시로 성장가능성도 점쳐지는 등 중부내륙권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춘천시도 공무원 인구가 많고 자영업자가 적지 않은 주요 도시다. 특히 춘천시는 전자제품 유통에서 경쟁이 심한 지역으로도 꼽힌다. 춘천은 하이마트 춘천점이 입지한 석사동을 중심으로 퇴계동·후평동·효자동 4개동이 상권의 핵심이다. 이들 4개동에 춘천 전체 인구의 60% 정도가 집중돼 있다. 국내 가전제품 유통을 다루는 하이마트·디지털프라자·디지털LG·전자랜드 등 전문유통점부터 이마트·GS마트 등 할인마트에 이르기까지 모두 들어서 있다. 추가적인 할인마트 진입도 예상되고 있어 상권경쟁은 더욱치열해질 전망이다. 2009년 말 복선전철 계통에 맞춰, 향후 프리미엄 가전수요에 대한 기대감이 높다. ◇인구 정체·감소세=원주와 춘천을 제외하고는 이른바 빅3 중 한군데인 강릉조차도 지속적인 인구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강릉시는 2001년 조성된 교동택지와 포남동 일대를 중심으로 주거지역이 밀집돼 있다. 관광업과 이에 관련된 업종인 식당 등이 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다. 아파트 미분양이 많고 경기가 활성화되지 못한 지역이다. 중·저소득층 비율이 높아 프리미엄 가전 수요는 희박하다. 가전 유통점은 포남동·송정동 등에 하이마트·이마트·하이프라자·리빙프라자 등이 위치해있다. 그 밖의 지역은 모두 인구 10만 미만의 소도시다. 동해시는 1980년 당시 10만을 넘었으나 매년 감소 추세를 보이며 결국 지난해 10만의 벽이 무너졌다. 동해시는 인구 유입책으로 천곡동일대와 평릉 택지 개발, 군부대 영외 거주자의 주소지 이전, 출산 장려 정책 등을 펴고 있지만 수월치 않은 형국이다. 즉, 기업의투자 여건 조성 및 고용기회 창출, 생활·교육 여건 개선 등 전반적인 경제적 기반 형성이 없이는 강원 지역의 상권 발전은 기대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하이프라자-강릉점 “지난해 12월엔 가구점과 함께 아파트 입주 판촉을 해서 효과를 봤습니다.” LG전자의 유통 자회사인 하이프라자의 김희남 강릉지점장은 최근에 진행한 판촉에 대해 설명한다. 강릉점 바로 옆에는 국제가구라는 가구점이 있다. 지난 12월에 주변 입주 아파트인 e편한세상에 아예 ‘구경하는 집’을 가구점과 공동으로 내고 ‘가구와 가전제품’을 전시했다. 입주를 준비하는 고객들은 자신의 아파트에 실제로 설치됐을 때의 가구와 가전 모습을 동시에 볼 수 있는 셈이다. “혼수 시즌에 공동 판촉 등 지속적으로 협력해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강릉점은 주변에 삼성전자의 디지털프라자를 비롯해 하이마트·이마트 등 주요 경쟁자를 모두 두고 있다. 그만큼 심리적 부담이 큰 지역인 셈이다. 그렇지만 그는 “이렇게 함께 모여 있는 게 손해는 없는것 같다”며 “고객으로선 편하게 여기저기 둘러볼 수 있어 안목을 키울 수 있고 우리로선 경쟁이 치열하지만 적극적으로 나서면 매출에 플러스가 된다”고 말했다. 김 지점장이 얘기하는 적극적인 대응은 판매자의 친절과 고객에게 제품의 특장점을 정확하게 설명하는 것, 그리고 설치 후 사후고객관리다. 어찌보면 너무 당연한 얘기다. 그러나 강릉점은 소형가전 및 전자제품 등 이른바 소형 전자제품 판매 비중을 10%로 유지할 정도로 탄탄한 편이다. 그만큼 고객관리에 대한 이런 단순한 원칙이 지켜지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고객관리는 매장에서만 이뤄지지 않는다. 강릉점은 지난 12월에 송정동사무소 관할 소년소녀가장에게 김치 10㎏씩 30군데에 제공했다. 매년 단오행사 때마다 사은품을 기증한다. 유통점은 지역민과 함께한다. 그만큼 고객은 물론이고 지역사회에 공헌해야 유통점의 생명력도 강해진다. 이는 특히 우리나라 유통점이 터득한 진리이기도 하다.
◆삼성전자-원주대리점 삼성전자의 원주대리점인 아이넥스의 경계영 사장은 본래 컴퓨터 대리점을 하다 2000년에 가전 매장까지 포함하는 종합 가전 및 전자제품 대리점 체제를 갖췄다. “가전 대리점을 하다가 컴퓨터 판매까지 영역을 넓히면 아무래도 PC 판매를 어려워하는 경우가 많다”며 “컴퓨터 등 IT기기 판매부터 한 경우는 상대적으로 고객에게 가전에 대해 설명하기가 수월한 편”이라고 말한다. 아이넥스는 상권 분석상 독특한 특성이 있다. “고객 분석을 해보면 1차 상권을 얘기하기 모호할 정도로 원주에 전체적으로 퍼져 있다”고 설명했다. 여기엔 다른 지역 대리점이 지니지 못한 아이넥스만의 독특한 특징이 있다. 대리점 맞은편에 원주 지역의 대표적 재래시장인 풍물장이 5일마다 열린다. 장이 열리면 원주는 물론이고 주변 지역에서 사람이 몰린다. 예전만큼은 아니지만 풍물장은 전국에서도 꼽는 ‘아직 사람이 몰리는’ 5일장이다. “우리는 주말특가 판매와 함께 장날 특가도 있다”는 경 사장. “원주 시내뿐 아니라 면 단위에서 들어오는 유입인구가 꽤 되는만큼 장이 서면 소형 전자제품 위주로 판매건수가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평일보다 20∼30% 매출 증가세를 보인다는 것. “시골사람도 많지만 중장년층도 많이 찾는다”며 “5일장의 집객력을 활용하는 것”이라고 경 사장은 설명했다. 경 사장은 직원 관리에선 동기 부여를 중시한다. 매출·이익금·이익률 등 수치적인 매출 목표를 갖고 이를 통해 직원 평가를 한다. 이 같은 목표 기준을 달성하면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방식이다. 또 매장 진열은 나만의 방식보다는 다른 곳 매장 참조를 많이 하는 편이다. “남의 좋은 진열을 꾸준하게 참조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고객관리를 위한 노하우는 지역 정보에 귀기울이는 것이라고 꼽는다. “고객관리도구 등은 삼성전자에서 지원한다”며 “여기다 대리점별 특성과 노하우를 더하는데 우리는 지역의 사적 모임 등에서 누가 결혼한다거나 이사한다는 등의 주변 정보를 얻는 데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하이마트-춘천점 하이마트가 경쟁사보다 월등한 강점으로 내세우는 대목은 언제나 ‘백전노장의 현장지휘관’이다. 하이마트는 예전 대우유통센터 시절부터 지역 현장에서 살아온 지점장들이 주요 상권 격전지마다 버티고 서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주일 지점장은 첫손에 꼽힐 만한 존재다. 1984년 대우유통센터로 입사해 줄곧 춘천이란 현장에서 판매를 맡아왔다. 1999년 춘천지점장을 맡아 80억원대 매출을 일궈냈고 지금은 2배 가까운 매출을 올리며 하이마트 전체 지점 중 10위 순위까지 올라왔다. “2005년 11월 주변 상권에 이마트가 경쟁자로 출현하고도 지난해 4% 성장세를 지켜냈다”는 김 지점장. 춘천점은 초창기 상권 중심 지역이라기보다 다소 떨어진 지역에 위치했다. 1999∼2000년 당시 다소 외지에 460평 부지를 매입했고 그후 지역과 함께하는 마케팅을 펼치며 지금은 오히려 현재 입지가 중심 상권이 된 경우다. 그래서 하이마트 앞에 위치한 사거리도 ‘하이마트 사거리’로 통한다. 주변 교통방송이나 버스노선표에도 게재될 정도로, 하이마트는 지역 속 깊숙이 들어가 있다. 이는 고객 관리에서도 나타나, 패밀리카드 가입자가 4만5000명에 이른다. 이는 춘천시가 인구 26만명, 9만2000세대라는 점을 감안하면 녹록지 않은 수치다. 김 지점장은 직원들에게“식당 가서도, 술집에 가서도 반말을 하지 말고 항상 베푸는 마음가짐으로 생활하라”고 지시한다. 지역사회인만큼 직원은 지역민의 눈에는 손님이면서도 ‘하이마트 직원’으로 비쳐지기 때문이다. 지역에서 하이마트 직원의 행동은 입소문 대상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사생활까지도 챙기는 게 김 지점장의 몫인 셈이다. 이 같은 세심함이 세월과 함께 쌓여 춘천에선 하이마트는 친절하고 편안한 곳이라는 지역민의 인식이 굳어져 있다. 춘천지역에서 춘천점이 여타 경쟁점을 앞서며 1위 자리를 지켜온 힘의 원천이다. 김 지점장과 함께 일했던 직원 중에 이제 지점장 자리로 간 직원만 3명이다. 춘천점의 자랑할 수 있는 강하고 전통 있는 하이마트의 이미지를 배워간 그들이 춘천점의 자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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