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의 힘으로는 막을 수 없을 것 같던 ‘노화 방지’ 분야도 과학기술의 도전 영역이 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 분자의약·화학유전체학 연구실 김태국 교수팀이 개발한 ‘매직(MAGIC:MAGnetism-based Interaction Capture)’은 그동안의 신약개발 과정이 모두 세포 밖에서 이뤄지던 것에서 탈피, 세포 안에서 살아움직이는 변화나 개선점을 확인할 수 있는 원천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살아있는 인간 세포나 질병세포 안을 훤히 들여다보면서 오류나 신약후보물질을 실시간으로 분석하고 개발할 수 있는 첨단 신기술로 꼽힌다. 이 기술을 적용하면 세포나 생명회로를 연구개발하는 데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화상과 같은 상처가 났을 때 아무는 과정을 촉진하는 상처치료제 개발이나, 나이를 먹어 얼굴에 생기는 주름을 개선하는 기능성 물질도 쉽게 개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가 선진국에 비해 취약한 신약 연구개발 수준을 한번에 따라잡을 수 있는 중요한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이것이 원천기반기술로서 매직기술이 갖는 중요한 점이다. 세포 안에 우리가 직접 들어갈 수는 없다. 대신 매직에서는 나노입자를 세포 내에 들여보내 생명회로(또는 신약물질)를 모니터링할 수 있게 한다. 나노와 바이오가 결합된 대표적인 첨단 분자의약영상 신기술이다. 이를 토대로 IT·재료·기계·화학·물리 등 여러 기술을 결합할 경우 차세대 라이브 매직 분석시스템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상 인간세포는 일정 횟수 이상 분열하면 노화 상태로 더는 분열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런 노화상태 세포에 신물질을 처리하게 되면 젊은 세포처럼 다시 활발한 분열이 일어나게 된다. 김 교수팀은 인간노화와 관련된 세포 안의 생명회로 스위치를 켜고 끄는 것처럼 임의의 재프로그래밍이 가능한 방법을 찾아가고 있다. 김 교수는 “매직을 토대로 새로운 신약개발 원천기반 시스템이 갖춰지면 노화는 물론이고 여러 질병을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한 치료제 개발이 가능하다”며 “세포 내 여러 생체분자 간의 결합으로 이뤄진 생명회로를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면서 생명회로 분석 및 신약후보 물질의 다양한 개발 가능성을 입증한 것에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앞으로 과제는 개발된 기술을 주요 선진국의 글로벌 바이오 기술개발 과정과 연계하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매직이 뿌리내리기 위해서는 이번 기술을 많은 세계 신약개발 과정 등에 활용시켜야 한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매직은 세계적인 제약사와 바이오 기업들로부터 공동 연구개발, 조인트벤처 설립, 라이선싱 등을 제안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바이오 신약개발 세계 중심으로 연결시킬 수 있는 중요한 기술적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etnews.co.kr
◆한의학 응용도 가능 김태국 KAIST 교수는 ‘매직’이 콜럼버스의 달걀과 같이 지극히 상식적 아이디어로부터 출발했다고 말했다. 세포 밖에서 신약 물질을 개발하던 것을 세포 내로 옮겨왔다는 설명이다. 김 교수는 자성의 끌림현상을 살아 있는 세포 안에서 처음으로 구현했다. 자성을 띤 나노입자에 신약물질을 부착하고 세포안을 투입하면 질병세포 안에서 질병과 결합하게 된다. 이 상태에서 자석을 대면 결합한 질병과 나노입자의 결합체는 자성을 따라 함께 끌려 다닌다. 이런 것은 현미경을 통해 실시간으로 모니터가 가능했다. 매직은 전통 한의학과 첨단 신물질 개발 사이의 시너지도 기대하게 한다. 동의보감 등에서 효능이 언급된 많은 천연물을 신약개발에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던 것은 약효능 과정을 질병세포 안에서 제대로 구명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매직을 이용하면 새로운 검증 과정을 통해 우리의 전통 한의학도 세계적으로 도약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전통과 첨단의 만남을 통해 새로운 치료기법이 창출될 수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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