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내 타결이 예상됐던 대우일렉트로닉스의 매각작업이 해를 넘기게 됨에 따라 매각 대상에 오른 토종기업의 ‘기업가치’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양해각서(MOU) 교환 단계부터 헐값 매각 논란이 끊이지 않았던 대우일렉의 매각이 순탄치 않게 됨으로써 국내 기업의 국내 기업에 대한 올바른 평가와 해외에 매각될 때 바람직한 모델을 정립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매출의 30%도 안 되는 가격 요구= IMF를 겪으면서 국내기업의 헐값 매각에 대해 사회 전체가 둔감해진 것은 사실이다. 비디오콘 측은 양해각서(MOU)에서 합의한 가격 조정 폭 5%와 우발 채무로 인한 조정폭 8%를 합한 ‘총 13% 수준’의 가격 인하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채권단은 매각 가격 7000억원에서 수백억원을 인하하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7000억원에서 13% 정도를 깎으면 6000억원이 조금 넘는 수준이다. 이는 현재 대우일렉이 보유한 자산 규모 5600억원에 맞먹는 가격이다. 최근 10년 남짓 출원한 기술 특허가 1만개가 넘고, 2005년 매출이 2조1000억원 규모의 회사에는 걸맞지 않은 저평가다. 또 비디오콘 측은 채권단 여신의 일부를 전환사채(CB) 형태 등으로 유지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들은 “‘그냥 먹겠다’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분개하고 있다. ◇저평가는 막아야=2002년 하이닉스반도체 LCD 사업부문인 하이디스는 높은 기술력을 갖고도 중국 비오이그룹에 단돈 1500억원에 매각됐다. 이후 비오이그룹은 계열사 지분투자로 매각금액을 모두 회수한 채 신규투자는 않고 한국기업의 기술만 뽑아갔다. 비오이하이디스는 2004년 7112억원, 2005년 4649억원의 매출에 이어 올 상반기 1192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부채비율은 2003년 154%에서 지난해 2만2672%까지 늘어나 결국 지난 9월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10월에는 법정관리개시 판결이 내려졌다. 하지만 대우일렉의 최대 채권사인 자산관리공사(캠코) 관계자는 “저평가다, 헐값 매각이다 비난여론이 많은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매출의 80%를 수출에 의존하는 대우일렉은 환율하락과 유가상승 등의 문제가 있다”고 반론을 제기했다. ◇하이닉스의 교훈=지난 2002년 미국 마이크론에 메모리 부문을 매각하기로 양해각서(MOU)까지 교환한 바 있는 하이닉스는 이사회와 소액주주가 나서 해외매각을 결렬시키면서 오히려 회생의 기회를 잡은 경우다. 작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하이닉스는 지난 3분기까지 13분기 연속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특히 최근에는 15조원대에 이르는 시가총액에 힘입어 ‘독자생존’에 부쩍 힘을 싣고 있다. 매각 협상 당시 하이닉스의 사외이사로 ‘헐값 매각 반대’를 외쳤던 우의제 현 하이닉스 사장은 올해 무역의날에 ‘60억불 수출탑’을 수상하기도 했다. 정창덕 고려대 교수는 “매각 대상 토종업체를 꼭 국내기업이 인수해야 할 이유는 없지만 비오이하이디스 사례에서 비싼 수업료를 치른만큼 우리가 우리기업을 잘못 평가해 스스로 헐값에 매각하는 어리석은 일은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류경동·김유경기자@전자신문, nin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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