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디스플레이 장비업계가 외국 기업들의 ‘아니면 말고’식 무차별 특허폭탄에 휘청거리고 있다. 특허 소송의 70%가량이 무효로, 90%가 비침해로 판정되고 있지만 일단 소송에 휘말리는 것만으로도 50%에 육박하는 영업손실 피해를 받는 것으로 조사돼 충격을 주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외국 업체가 제기한 특허침해소송이 모두 무혐의 판정됐지만 제소 건수는 오히려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등 이들의 ‘묻지마’ 특허공세가 계속되고 있어 이에 대응하는 국내 업계의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이에 따라 아직도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는 국내 기업들에는 특허 컨소시엄 공동 참여, 국책기관의 특허 DB 활용, 정부 지원 등 총체적 대책 마련이 절실한 것으로 지적된다. 19일 전자신문이 관련협회 및 특허기관과 공동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해외업계의 특허 공세때문에 국내 반도체·디스플레이장비업계가 입는 영업손실 피해와 대응 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늘고 있다. 이번 조사는 국내외에 납품 실적을 가진 주요 반도체·디스플레이 장비업체 64개사를 직접 방문해 특허소송 관련자료를 수집·분석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관련기사 3면 특허소송으로 발생된 64개사의 영업 손실은 2003년에는 연 매출 대비 8%에 불과했으나 올해에는 무려 49%에 이를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 또 특허 공세에 대응하기 위해 이들이 부담한 비용도 2003년 약 10억원에서 2006년 약 281억원(잠정)으로 3년 만에 무려 28배 이상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 제외된 100개사가 넘는 국내 중소 장비업체까지 감안할 경우 피해 규모는 훨씬 늘어날 것으로 추정된다. 해외업체들의 특허침해 제소 건수 증가세는 놀라울 정도다. 해외에서 국내로 보내온 특허침해 경고장은 2003년 한 해 11건에서 올해에는 11월 현재까지만 72건으로 7배 가까이 늘었다. 틈허침해 소송건수도 2003년 10건이던 것이 올해 현재까지 103건으로 무려 10배나 급증했다. 그러나 이 같은 특허침해 제소 건수의 증가는 말 그대로 무차별적이거나 악의적이라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2003년부터 지난해 말까지 국내에서 이루어진 판결을 조사해본 결과, 해외업체가 침해소송을 제기한 특허 중 무효로 판명난 경우가 68%에 이르렀다. 특허는 인정되나 국내 업체가 특허권을 침해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난 비율은 무려 88%였다. 특히 지난해에는 100% 모두 특허침해가 인정되지 않았다. 장비업계 한 CEO는 “국내 장비산업이 급성장하면서 자신들의 몫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해외 선진장비업체들이 ‘걸고 보자’는 식의 무분별한 특허소송을 제기하고 있다”며 “법적으로는 효력이 없더라도 영세한 국내 장비업계로서는 고객들의 심리적 불안으로 인한 영업 차질과 법적 대응 비용 등으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고 울분을 토했다. 심규호기자@전자신문, khs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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