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 통신비 지출 규모를 둘러싼 오해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최근 한국은행이 지난 상반기 가계 소비지출 규모를 집계, 발표하면서 일각에서 통신비 지출 규모가 여타 항목에 비해 가장 높다는 분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같은 분석은 가계의 소비지출 규모를 산정하는 관례와 다른 기준을 적용할 때 나오는 수치로, 자칫하면 현재 가계의 ‘통신요금’ 부담이 과도하게 높다는 잘못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지적이다. 한국은행이 13일 집계한 ‘가계의 목적별 소비지출’에 따르면 올 상반기 실질 기준으로 가계의 최종 소비지출 가운데 통신비 지출은 13조268억원을 기록, 음식·숙박비 지출액 12조9630억원을 넘어섰다. 실질 기준으로는 지난 상반기 가계의 소비지출 가운데 통신비가 전체의 7.2%로 주거비(17.2%), 식비(13.6%), 기타(13.1%), 교통비(10.1%), 오락·문화비(8.1%)의 뒤를 잇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 한국은행은 경제통계 관행에 따라 전체 소비지출에서 항목별 소비지출을 발표할 때 ‘실질 기준’이 아닌 ‘명목 기준’으로 해왔다. 통상 실질 가계 소비지출은 전년(기준연도)에 비해 해당 연도의 규모가 얼마나 증가 내지 감소했는지를 파악할 때 쓰는 지표인 반면에, 명목 소비지출은 해당 연도의 항목별 소비지출 비중을 나타낼 때 사용한다는 게 한국은행 측의 설명이다. 국민총생산(GDP) 규모를 파악할 때 실질 GDP와 명목 GDP가 용도에 따라 다른 것과 마찬가지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전체적으로 통신비는 시간이 갈수록 감소하는 경향이 있어 실질 기준을 적용하면 전년도 가격을 반영하기 때문에 과다산정될 수밖에 없다”면서 “일반적인 경제통계 기준인 명목 기준으로 보지 않을 경우 이 같은 오해를 불러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지난 상반기 명목 기준 통신비 지출 규모를 보면 11조3025억원에 그친 데 비해 음식·숙박비 지출 규모는 15조5000억원을 넘어선다. 아직도 73%에 그치고 있는 수준이다. 특히 한국은행이 집계하는 통신비 항목에는 유무선 전화기와 휴대폰을 포함해 통신장비 가격이 전부 포함되고 심지어 별정통신과 일부 우편서비스, 케이블TV의 초고속인터넷 요금도 합산된다. 통신비 지출규모 전부가 마치 통신요금인 것처럼 오해해서는 안 된다는 뜻이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통신요금이 계속 인하돼 온데다 올해 들어서는 휴대폰 보조금도 지급되면서 전체적으로 지출이 감소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그동안 적용해왔던 명목 기준 지출 규모로 잘못된 오해를 바로잡아야 한다는 게 공식 견해”라고 설명했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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