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강기(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산업이 흔들리고 있다. 최근 몇 년 사이 다국적 기업 위주로 재편된 승강기 산업은 급격하게 수요가 감소하면서 구조조정기에 접어들고 있으며, 600여 곳의 유지보수업체는 출혈경쟁에 내몰린 가운데 승강기 안전을 위협하고 있다. 개발-제조-서비스에 이르는 산업의 선순환 구조가 일시에 무너질 수 있는 상황이다. 본지는 3회에 걸쳐 승강기산업 위기의 원인, 진단과 처방 등을 3회에 걸쳐 긴급점검한다.
최근 오티스엘리베이터는 전체 임직원의 6% 규모인 300명의 구조조정을 진행하다가 파업을 겪었다. 이 과정에서 창원공장의 이전까지 거론됐다. 승강기 업계의 구조조정은 업계 1위 오티스만의 일이 아니다. 업계 3위인 티센크루프동양엘리베이터는 최근 전체 인원의 10% 가량을 정리했다. 10% 가량 줄어든 매출액 만큼이었다. 중앙엘리베이터를 인수한 쉰들러는 안산의 공장을 물류창고로 바꾸는 작업을 진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몇년 전만 해도 국내 승강기 시장은 다국적 기업의 유망시장이었다. 최근까지도 스위스의 엘리베이터 다국적 기업 쉰들러사는 중앙엘리베이터 인수에 이어 현대엘리베이터 지분 25.5%를 기습적으로 인수하며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그 결과 몇년 사이 2위인 현대를 제외하곤 오티스, 티센크루프, 쉰들러, 코네, 미쯔비시 등 다국적 기업 구도로 재편됐다. 쉰들러가 현대로부터 엘리베이터 사업을 인수할 것이라는 소문도 파다하다. 업계 관계자들은 세계 시장을 놓고 볼 때 국내 시장은 자체수요 뿐 아니라 중국과 가까운 입지 때문에 여전히 탐낼 만한 시장이라고 분석한다. 그런데 왜 갑작스런 구조조정이 진행되는 것일까. 직접적 원인은 건축시장의 냉각이다. 부동산 규제 등으로 신규 건축과 재개발 수요가 급감하면서 신규 엘리베이터 설치대수가 2004년 3만1000대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지난 해 2만 7000대, 올해 2만 1000대(전망)로 매년 15% 가량 빠르게 줄었다. 시장이 줄어드는데 대해 신규사업 확대 대신 구조조정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전 세계를 대상으로 승강기 사업에만 주력하는 다국적 기업 위주의 시장이 된 이후 두드러진 현상이다. 티센크루프 관계자는 “매년 10% 이상의 시장 축소는 물론 판매가격도 떨어지고 있어 당분간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며 “3년전에 비해 벌써 20∼30% 가량 임직원이 줄었다”고 말했다. R&D도 마찬가지다. 다국적 기업들은 국가별로 각각 생산하는 제품 종류가 중복되지 않도록 하고 있어 저가제품 위주의 수요 변동시 자체 개발·생산보다는 중국 등으로부터의 수입품목을 늘리는 대응을 하고 있다. 지금까진 중국 등의 저가모델을 들여오지 않았지만 점차 수입비중을 늘리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전언이다. 2004년 이후 승강기 분야의 수출입 현황을 조사한 결과 엘리베이터의 무역수지는 900만달러 가량 악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승강기 산업의 지각 변동 과정에서 산업기반이 급격히 흔들리는 것으로 분석했다. 다국적 기업 위주로의 구조개편과 수요 급감이 겹치면서 △성급한 구조조정 △R&D 감소 △생산시설 이전 △부품산업 축소 등의 연쇄반응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엘리베이터, 에스컬레이터 등 승강기 산업은 연간 2조원 규모로 주요 업체 임직원만 6000여 명, 중소기업 수준의 제조업체만 600여 곳에 이른다. 또 유지보수 업체가 600여 곳으로 후방산업과의 연관효과가 큰 데다 사회 인프라로 생활안전과 직결되는 점이 특징이기 때문에 기반 붕괴의 영향은 크다. 승강기공업협동조합 정기진 전무는 “중국 제품 수입이 늘어나고 국내 산업이 물류창고화돼 산업 기반이 무너지고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국내 산업이 다국적 기업의 분업체계중 일부분 역할만 하기 때문에 성장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오티스 홍재영 이사는 “한국의 오티스는 40개국에 40개 품목의 제품을 연간 1억 달러 가량 수출하고 있으며 R&D 연구소를 중심으로 고급 기종을 만들고 있어 국내 제조업에 기여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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