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의 소프트웨어(SW) 구매 창구 가운데 하나인 조달청의 조달단가가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부가 주장하는 SW제값받기의 의미를 퇴색시킴은 물론 업체들의 수익성을 악화시키는 원인으로 지목된다. ◇조달단가 시중가의 절반도 안돼=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이 작년에 조사해 내놓은 ‘SW 가격정책 현황조사’에 따르면 업체가 책정한 제품 표준 가격을 100으로 봤을 때, 실수요 기관에 직접 납품하는 가격은 표준 가격의 76%, 조달 단가에 의한 조달청 납품가격은 표준 가격의 70.3%로 나타났다. 조달단가가 표준 가격보다 30% 싸게 공급된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실제 공급업체가 느끼는 가격차는 더 크다. 조달청을 통해 공공기관에 공급하는 자료관솔루션의 경우 2003년 초기 조달등록 시 가격이 이미 시중가격의 절반 수준이었다. 이후 4차례의 재계약이 이뤄진 지금은 초기 조달등록 가격의 30% 수준으로 떨어졌다. 자료관솔루션 업체 관계자는 “조달단가가 낮은데다 재계약을 할 때마다 5∼30%씩 가격을 깎기 때문에 벌어지는 현상”이라면서 “시간이 지날수록 제품판매 인건비는 올라가는 반면 제품가격은 빠르게 떨어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조달 가격 산정방식이 문제=조달가격이 낮은 데는 조달가격 산정방식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국가가 인증한 원가 계산 업체 감우회와 조우회가 산출한 원가를 조달청이 준용하지 않고, 시중에서 최저가로 공급된 가격을 기준으로 조달가격을 산정하는 경우가 많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감우회와 조우회가 산출한 원가를 적용하더라도 통상 70% 이상을 할인한다는 설명이다. SW업체 관계자는 “공급업체가 레퍼런스 확보 차원에서 전략적으로 제품을 저가로 공급한 경우, 이 가격이 결국 조달가격의 기준이 된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또 조직별 규모(인력 구성 및 고객 지원 정도)에 따라 같은 제품이라도 가격이 달라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가격 차이를 무조건 10% 내에서 결정하는 것도 문제로 지적된다. 특히 6개월 단위로 조달 재계약을 할 때 제품이 업그레이드됐음에도 불구하고 초기 공급 금액에서 5% 정도를 깎고 있으며, 심지어 초기 가격에서 30%까지 떨어뜨리는 사례도 있다. 조달 계약을 통해 오랜 기간 공급하면 할수록 손해를 볼 수 있는 기형적인 구조라는 것이 업계 주장이다. ◇시장가격에 악영향=더욱이 조달 단가는 개별 계약에 따른 공공기관의 구매 등 전체 공공기관의 SW 구매에 있어 실질적인 기준 가격으로 작용하고 있어 업체들의 수익성을 더욱 악화시키기도 한다. 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구입한 고객이 조달가격과 비교하고 나서 가격 차이를 보존해 달라며 항의한다”면서 “낮은 조달 가격이 일반 프로젝트는 물론이고, 다른 실수요 기관에 대한 공급에서도 기준 가격으로 제시돼 곤혹스럽다”고 토로했다. 이 때문에 패키지SW의 경우 조달등록을 기피하는 현상도 있다고 업계는 밝히고 있다. 업계는 조달 가격 체계가 SW를 물품 구매로 처리하기 때문에 SW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조달가격 산정에 정통부가 고시한 ‘SW 사업 대가 기준’을 일부 반영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편 지난해 조달청의 물품·용역 구매는 10조원 가량으로 이중 SW를 포함한 IT 총 구매액은 2조4000억원 가량이다. 윤대원기자@전자신문, yun1972@
[인터뷰]백종진 GS인증시험의회 회장 “제품마다 다르기는 하지만 보통 업계는 시중가격과 조달 가격 차이를 30∼40%로 보고 있습니다.” 백종진 GS인증사협의회 회장(한글과컴퓨터 사장)은 “국산 SW업체 사장들이 각종 회의에서 만날 때마다 토로하는 어려움 중 하나가 조달단가 문제”라면서 “SW 활성화를 위해서는 공공기관들이 제품을 구매하는 조달 가격 현실화가 절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백 회장은 “현실적으로 국민의 세금을 갖고 운용하는 정부 입장에서는 저렴한 가격에 제품을 구매해야 하는 대의명분을 이해한다”면서도 “그러나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등을 구별하지 않고 일률적으로 법률을 적용하려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최근 정부가 SW업게 제값받기 운동을 주관하는 것에 대해 바람직하다고 덧붙였다. 교육 기관 등 각종 산하기관에 소프트웨어를 제값주고 구매하라는 요구에 실효성이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정부부처부터 모범적으로 SW 제 값 받기운동에 동참하는 것부터 시작해야하지 않겠느냐고 백회장은 진단했다. 그는 조달단가 문제와 더불어 조달등록 시기도 개선해야 한다고 밝혔다. 조달등록을 현재 6개월마다 해야 하고, 그 때마다 신제품이 나오지 않으면 조달단가를 일정정도 더 깎게 되는데, 이는 SW업계에 절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SW업계의 재개발 기간이 빨라야 1년, 평균적으로 2년이 걸리는 상황에서 6개월마다 신제품을 내놓고 재등록해야 하는 것은 어렵다는 것이다. 일부 회사들이 이에 맞추기 위해 제품을 급조하는 현상도 있을 정도다. “조달 단가 문제 해결도 중요하지만 더 현실적으로 조달 재등록기간을 SW에 한해서는 더 늘려주는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 백 회장은 “SW업계 활성화를 위해 현재 거론되고 있는 각종 문제에 대한 해법이 빨리 나왔으면 한다”고 소망했다.
*최빈가 등으로 산정방식 변경, 구매업무에 SW전문가 참여도 정부는 조달단가를 비롯해 업계 최대 현안인 소프트웨어 제값받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지난 2월 조달청과 정보통신부가 소프트웨어 제값주기운동에 공동보조를 맞추기로 한 것이 대표적인 경우다. 조달청과 정보통신부는 ‘조달청과 정보통신부 간의 협력을 위한 협정서’ 조인식을 갖고 SW 공공구매제도 개선을 통한 국내 SW기업의 공공시장 진출기회 확대와 전자조달시스템 해외시장 개척 지원 등을 위해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기로 했다. 이어 조달청과 정통부는 SW 제값받는 환경 조성을 위해 최저가가 아닌 최빈가 또는 가중평균 방식으로 SW가격을 산정토록 하는 한편 가격의 적정성을 심의하는 조달청의 ‘구매업무심의회’에 SW 전문가를 참여시키기로 했다. 그동안 두 부처가 우수 SW 품질정보 제공 사이트(good software.or.kr)와 조달청 나라장터(G2B) 사이트 쇼핑몰 간 링크, GS인증 제품의 제3자 단가계약 지원 등을 통해 중소 SW기업의 공공부문 판매를 지원해 온 것이 더 확대된 셈이다. 두 부처는 베트남·파키스탄 등의 전자조달사업 수주를 위해 협력해 왔으며, 이러한 계기가 양 부처 간 협력을 가능하게 했다. 조달청과 정통부는 조인식에 따라 향후 국장급을 위원장으로, 또 과장급 및 전문가가 참여하는 협력위원회를 구성해 세부 협력과제를 발굴할 예정이다. 또 공공기관 발주자들이 용역업체 평가를 효과적으로 할 수 있도록 SW사업자신고 시스템과 조달청의 사업자평가 시스템을 연계하고, 우크라이나 등 전략국가 대상의 조달정보화 컨설팅 지원에 나설 작정이다. 조달청의 한 관계자는 “조달청과 정통부 간 MOU 교환은 국내 SW기업의 공공구매 활성화 기반 마련과 함께 전자조달시스템 해외시장 개척을 활성화할 수 있는 전기가 될 것”이라면서 정부가 SW 조달 문제 해결에 적극 나설 것임을 시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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