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M과 도요타는 자동차업계 라이벌이라는 점 외에 퇴직연금과 관련해서도 자주 비교되지만 일부 오해가 없지않다. GM의 경영위기를 연금제도가 원죄인 것으로 잘못 바라보는 시각이 바로 그것이다. 이는 퇴직연금제도가 기업주에게는 도움이 되지 못하고 근로자에게만 일방적으로 혜택을 준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킨다. 결론부터 말하면 GM이 지금의 경영위기에 빠지게 된 본질적인 원인은 자동차 개발과 판매라는 본업의 경쟁력 약화에 있다. 좀더 자세히 살펴보면 △기술 및 신차 개발 지연 △품질 및 생산성 열세 △판매전략 혼선 등을 들 수 있다.(삼성경제연구소, ‘거대기업 쇠퇴에서 배우는 교훈’) 이는 본업 경쟁력 약화와 관련된 몇 가지 자료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GM의 2004년 기준 연구개발비는 영업이익의 45.5%에 불과하지만 도요타는 53.6%에 달한다. 또한 2004년 기준 자동차 대당 조립시간을 보면 GM은 23.09시간인 반면 도요타는 19.46시간으로 생산성에서도 적지않은 차이가 난다. ◇GM의 위기=GM과 관련해서 많이 언급되는 과도한 복지비용을 좀 더 정확하게 짚어보면 먼저 미국의 복지제도는 우리와 큰 차이가 있다. 첫째로 GM의 경우 미국 자동차노조인 UAW(United Auto Workers)가 대표적인 강성노조로서 GM이라는 개별 기업의 재무상황을 무시한 채 산별노조 입장만 내세워 과도한 복지비용을 요구하는 협약을 진행했다는 점이다. 둘째로 퇴직자 및 그 부양가족에 대한 연금과 의료혜택에 대한 보장부분이다. 통상 유산비용(legacy cost)이라고 불리는 이 제도는 국내에는 없는 제도로 퇴직자와 그 부양가족의 종신 복지를 보장하는 것이다. 물론 기업입장에서는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날 수밖에 없다. 반대로 퇴직 이후에 대한 보장이 없는 국내 기업에서는 GM과 같은 무리한 복지비용이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 ◇도요타의 경영혁신=이와 반대로 도요타는 앞서 제시한 연구개발비 비교나 대당 조립시간의 예에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속적인 경영혁신 활동을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생산성을 높였다. 품질개선을 통한 고객들의 제품과 브랜드에 대한 인식이 올라감에 따라 도요타는 미국 시장에서 제품 가격을 더욱 올리는 정책을 채택할 수 있었고 이것은 기업 수익성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다 주었다. 미국 법인의 경우 확정기여(DC)형제도를 적용하고 있는 도요타는 자동차 한 대당 제작원가에서 차지하는 퇴직연금 비용은 GM에 비해 적지만 근로자 총 보상측면에서는 GM보다 만족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퇴직연금제도를 인사·복지측면으로 접근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경영혁신과 퇴직연금=GM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비용구조 개선도 필요하지만 이에 앞서 GM 자동차가 도요타에 비해 싸게 팔리는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싸게 팔리는 것은 품질과 만족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며 이러한 가격격차를 따라잡기 위해서는 경영혁신을 통해 품질을 개선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펴나가야 한다. 근로자와 퇴직자를 설득해 유산비용을 줄이는 것보다 고객을 설득해 높은 가격에 자동차를 구매하도록 하는 것이 더 어려운 과제겠지만 효율적인 퇴직연금제도 운영은 이 과제를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이다. GM과 도요타 사례를 통해 볼 때 기업생존 측면에서 퇴직연금제도의 역할은 △자산관리 성과가 높은 사업자 선정을 통한 원가절감 △최적의 복지제도 설계를 통한 저비용·고효율 복지 비용구조 설계 등이다. 다시 말해 이것이 경영혁신 관점에서 바라본 퇴직연금제도의 본질이다. 미래에셋증권 퇴직연금본부 pensionfund@miraeasset.com 정리=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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