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파방송사와 케이블TV업계(SO·종합유선방송사업자)간 치열한 논란을 일으켜온 지상파 디지털방송(DTV)의 다채널방송(MMS:멀티모드서비스) 시험방송에 대해 방송위원회가 14일 ‘대폭 축소’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방송위는 지난달 말 결정했던 MMS 시험방송 정책을 불과 20여일도 안 돼 사실상 번복하는 꼴이 됐다. 게다가 이번 결정에 대해 지상파방송사가 반발할 가능성이 큰데다, 케이블TV업계도 기존 강경 자세를 철회하지 않을 태세여서 방송위는 ‘정책 추진 능력 부재’라는 지적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이날 서면상으로 전체회의를 열고 기존 지상파 DTV의 MMS 시험방송 허가 내용 중 △기간 및 시간대 축소 △채널구성 시 라디오와 데이터방송 제외 등을 의결했다. 시험방송기간은 애초 지난 5일부터 내달 10일까지였으나 이달 말까지로 단축됐다. 시험방송 시간대는 ‘종일방송 시간 중 HD방송 프로그램 송출 시간’에서 ‘오전 6시∼오후 6시 중 HD방송 시간’으로 한정지었다. 채널 형태는 기존엔 ‘HD 주채널 1개 외에 SD 부채널 등 다양한 형태’여서 데이터방송과 라디오도 가능했으나 이번엔 ‘HD급 주채널+SD급 부채널’로 제한했다. ◇변경 배경=방송위는 ‘지난 5일부터 MMS 시험방송을 실시한 결과 △HD프로그램의 화질 열화 문제 제기 △일부 디지털TV와 셋톱박스에서의 수신불량 등에 대한 시청자 민원 때문’이라고 밝혔다. 시험방송 실시후 일주일 정도가 지난 가운데 방송위에만 700여건의 시청자 불만 민원이 쇄도했다. 박준선 방송위 부장은 “며칠간 시험방송으로 축소할 필요성이 제기됐다”고 설명했다. 속내로는 예상보다 케이블TV업계의 반발이 거셌던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방송위는 ‘시험방송은 시험방송일 뿐이며 본방송하곤 별개’라고 해명했다. 케이블TV업계는 방송위가 일방적인 지상파 편들기를 한다며 국가 정책을 의견 수렴과정 없이 바꾼다고 반발해 왔다. 또 방송위는 지상파가 ‘화질 열화는 없다’고 주장해 믿었지만 실제론 시청자들이 직접 눈으로 식별 가능한 정도의 화질저하가 존재했다. ◇지상파MMS 시험방송 좌초?=시험방송 시간대를 오전 6시∼오후 6시로 한정해 사실상 시험방송이 어려워졌다고 볼 수 있다. 지상파의 HD방송시간대는 주로 오후 6시 이후여서 이번 결정으로 방송사별 MMS 시험방송이 가능한 시간은 하루 1∼3시간으로 줄었다. 기존엔 6∼8시간 가능했다. 특히 이번 시험방송이 ‘월드컵 붐’을 명분으로 삼았지만 경기 시간대인 오후 10시∼새벽 6시는 불가능해 당초 방송위의 의도는 완전히 퇴색됐다. 방송위는 ‘월드컵을 핑계 삼아 지상파의 다채널을 지원했다’는 비난을 면치 어렵게 됐다. ◇지상파·케이블TV 모두 반발=오광성 케이블TV방송국협의회장은 “이런 결정으로 그간 방송위 결정에 반대해온 우리 태도가 바뀌는 것은 없다”고 못박았다. 오 회장은 “우리는 방송위가 방송정책에 대한 중요한 결정을 내리면서 관련 사업자의 의견을 전혀 수렴하지 않은 절차상의 문제를 지적했다”며 “지상파의 다채널방송에 대한 반대 의견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사들도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KBS 관계자는 “아직 공식적으로 내용을 통보받지 못해 견해를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상파방송사에선 ‘결정을 해놓은 상태에서 검증도 안 된 이의 제기와 민원으로 정책을 번복하는 방송위’라는 불만이 터져나왔다. 업계 한 관계자는 “지상파는 그래도 다채널이라는 새 시도를 해봤다는 점에서 이득”이라며 “앞으로 시험방송 결과를 바탕으로 본방송에 대한 의견 개진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시험방송을 통해 시청자의 반발을 알았으니 앞으로 쉽사리 본방송 얘기를 못 꺼낼 것”이라는 상반된 반응을 보였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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