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더위가 찾아오면서 연 1조원 규모 정수기 시장을 둘러싼 ‘물 전쟁’이 시작됐다. 정수기는 생필품으로 여겨질 정도로 계절가전의 성격이 줄고 있지만, 전체 매출의 30%가 6∼9월에 집중될 정도로 여전히 ‘여름에 잘 되는 장사’다. 여름 매출이 60%에 달하는 회사도 있는 것을 감안하면 더위와 함께 정수기 시장도 ‘활활 달아오르는’ 셈이다. ◇정수기는 렌털의 킬러 애플리케이션=무엇보다 정수기의 매력은 꾸준히 현금이 들어오는 렌털 서비스의 ‘백미’라는 점이다. 현재 정수기 렌털 대 판매비중은 7 대 3 정도로 렌털이 압도적이다. 일반 가전제품은 한번 사면 폐기할 때까지 별도 관리가 필요 없는 반면에 정수기는 필터 수명과 성능 유지를 위해 지속적으로 관리해줘야 하는 제품이다. 제조사로서는 초기 보증금 외에, 매달 2만원 안팎의 서비스료를 고정 수입으로 확보할 수 있다. 최근 정수기 사업에 뛰어든 청풍 정완균 사장도 “비즈니스 모델을 렌털로 확대하려다 보니 반드시 정수기를 해야 겠다는 판단이 들었다”고 얘기할 정도다. 이제까지 정수기 판매에 주력하던 동양매직이 최근 월 9900원에 정수기 관리를 받을 수 있는 멤버십 서비스를 발표한 것도 맥을 같이하고 있다. ◇교체수요 10만명을 잡아라=정수기 시장은 연간 1조2000억원 규모로 웰빙 트렌드에 맞춰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하지만 보급률이 40%에 달해 포화상태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업체가 노리는 것도 신규보다는 교체수요. 특히 2001∼2002년 렌털 가입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것을 감안하면 5년 서비스기간이 만료되는 올해 상당한 교체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웅진코웨이는 “5년간 렌털 서비스를 받으면 소유권이 이전된다”며 “웅진 렌털 회원 가운데 10만명이 올해 교체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현재 업계 1위는 52%를 점유하고 있는 웅진코웨이. 렌털·멤버십 회원 395만 가운데 261만명이 정수기 사용자다. 포화 시장에서 교체수요 10만명은 적지 않은 수다. 웅진코웨이는 이탈자를 최소화하는 한편, 최신 모델로 서비스 갱신을 유도해 1위 자리를 고수할 방침이다. 이와 함께 웅진코웨이는 8월 빌트인 정수기 출시로 신축 아파트 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고, 코디와 렌털하우스를 연내 각각 1만5000명, 150개로 늘릴 방침이다. 디자인팀을 사장 직속으로 편제, 정수기 디자인에도 힘을 실을 계획이다. ◇후발주자들의 반란=웅진코웨이의 교체수요 10만명은 특히 업계 2위인 청호나이스가 가장 눈독을 들이는 부분이다. 평소 기술력에서는 가장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반면에 렌털보다 판매에 주력한 탓에 업계 2위로 뒤처졌다는 청호나이스는 다음주 선보일 블랙·와인·화이트 컬러의 ‘냉온·얼음 정수기’로 판세 변화를 꾀하고 있다. 청호나이스는 “올해 모든 분야에서 ‘2배 성장’이 목표”라며 “정수기 시장도 현재 25% 점유율을 40∼50%로 끌어올릴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이의 일환으로 렌털 제품관리 및 상담요원인 청호플래너를 2000명에서 4000명으로 늘리고, 이달 방송광고도 시작할 계획이다. 동양매직도 최근 신제품을 내놓으며 정수기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신제품에 한해 1년간 정수기 관리를 무상 제공하고, 1년 후부터 월 9900원을 내면 필터 교체 및 정수기를 관리해 주는 ‘멤버십’ 서비스를 실시하기로 했다. 지난 6일 홈쇼핑 첫 방송에서 목표치인 750대를 판매함으로써 고무돼 있는 상태다. 이 밖에 보일러 전문회사인 린나이코리아도 ‘쎄인웰’ 정수기를 내놓으며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고, 청풍도 정수기 사업에 가세하는 등 정수기 시장은 2000년대 초반에 이어 새로운 ‘2라운드’를 맞고 있다. 민태홍 동양매직 팀장은 “‘소중한 고객이 마시는 물’인만큼 깨끗하면서도 질 좋은 서비스, 저렴한 가격이 정수기 시장의 중요한 변수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은아기자@전자신문, eaj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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