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살아남기 위해 그 규모와 상관없이 혁신을 부르짖는다. 혁신의 정의는 다양하지만 궁극적인 목적은 지속적인 기업 성장이다. 따라서 혁신을 외치기 전에 무엇을 버리고 새롭게 시작할지부터 곰곰이 따져 봐야 한다. 지난해 12월 1일부터 도입된 퇴직연금제도도 혁신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난 40여년 동안 별다른 개선없이 지속된 기존 퇴직금제도는 사회·경제적 변화에 적절히 대응할 수 없어 종업원 복지라는 본래의 취지가 많이 퇴색됐다. 반면 새로운 퇴직연금제도는 현 제도의 문제점을 개선하고 노사 모두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제도다. 때문에 퇴직연금 제도 도입은 선택 아닌 필수다. 정부도 이르면 2008년부터 4인이하 사업장까지 퇴직연금제도를 확대적용할 방침이다. 따라서 이젠 퇴직연금 도입 여부를 넘어 구체적인 도입 방안에 대한 이해와 숙고가 필요하다. 기업 입장에서 인구구성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인구구성 변화는 곧 고객의 변화뿐 아니라 나이라는 측면에서 종업원 변화를 의미한다. 인구구성은 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결정짓는 중요한 변수 중 하나다. 경영학의 대가 피터 드러커는 인구통계학적 변수를 미래를 판단하는 주요 근거로 삼았다. 드러커는 “인구통계는 미래와 관련된 것 가운데 유일하게 정확히 예측할 수 있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현재 우리나라 인구구성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저출산과 고령화다. 20년 뒤인 2026년에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근로자들은 그 어느때보다 노후문제에 대해 높은 불안감을 가질 것이다. 세계화도 기업에 많은 과제를 던져 준다. 세계화로 인해 우리나라 기업의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 인도의 IT산업, 중국의 노동집약적 산업 발전에 따라 시장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우리나라에 진출한 외국기업과 경쟁해야 하는 국내 기업은 그 고민이 더욱 크다. 외국기업이 매력적인 기업 브랜드를 축적하고 있어 시장경쟁뿐 아니라 신규 인력 채용 및 기존 인재 유지에서도 국내 기업보다 유리한 위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내 기업은 인력채용 및 인재유지를 위해 새로운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인력관리를 단순한 인사관리에서 벗어나 회사제도 차원에서 다뤄야 하며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 바로 퇴직연금이다. 인적자원(HR) 컨설팅사 왓슨와이어트의 존 헤일리 회장은 “미국에선 퇴직연금이 유능한 인재를 유치하는데 핵심 요소로 떠오르면서 HR 컨설팅의 주요사업으로 부각되고 있다”며 “퇴직연금은 유능한 직원을 유인하고 유지하는 데 큰 효과를 발휘한다”고 강조했다. 미국 근로자들은 직장선택에 있어 연봉보다는 복지혜택, 특히 퇴직연금을 중시한다. 평균수명이 길어지면서 퇴직 이후 삶에 대해 많은 불안을 느끼기 때문에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다. 퇴직연금제도는 △인사 △복지 △교육 △커뮤니케이션 △생산성 △자산운용 △기업 경쟁력을 아우른다. 퇴직연금은 기존 퇴직보험·신탁처럼 하나의 상품으로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복지제도 이상의 모델로 기업과 근로자에게 성과와 행복을 안겨준다. 기업은 퇴직연금을 기업의 지속성장을 가능케 하는 도구로 인식해야 한다. 퇴직연금은 근속기간이 늘어날수록 혜택이 커지는 만큼 핵심인재 이탈을 막는데 큰 도움이 된다. 아울러 직원들이 가질 수 있는 퇴직 이후에 대한 불안요소를 제거하고 재정적 안정성을 보장함으로써 고몰입·고성과를 유도할 수 있다. 퇴직연금은 기업이 직원들의 동반자 역할을 수행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이다. 정리=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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