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로 먹고 사는 A사 관리팀장 B씨의 회의 수첩엔 1월 이후 환율 문제가 빼곡하다. 지난해 말 환차손으로 인한 손해만 7억원으로 집계됐다. 순이익 80억원(매출 500억원)의 9%에 이른다. 150억원대 수출물량의 대부분을 달러로 결재하는 탓이다. 새해 들어 환율 1000원대가 무너지면서 이 같은 추세는 가속화됐다. 한 달째인 1월 말 영업부 결산회의. 수익의 빈 자리가 눈에 띄게 커지기 시작했다. 2005년 말 예측환율은 1020원. 오산이었다. 현실은 970원. 매출액 중 5%가량이 증발했다. 16억원이어야 할 수출액이 15억원을 약간 상회하는 데 그쳤다. 이 같은 상태가 6개월 이상 지속되거나 환율이 920원 밑으로 떨어지면, 밑지고 수출해야 하는 심각한 사태가 불가피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그 때부턴 비축해 놓은 현금으로 버티는 수밖에 없다. 고민이 깊어졌다. 준비된 대책은 애당초 없었다. 이날 회의에선 지금이라도 환리스크 헤지보험 가입을 적극 검토키로 했다. 전사 각 부문에서 적극적인 원가절감·생산성 극대화 방안을 강구하기로 했다. 수출 시 현지 물류비 부담방식을 FOB 방식에서 엑스 워크(Ex-Work) 방식으로 바꿨다. 사실상의 가격인상이었다. 신규 인력 채용은 전면 금지됐다. 2월 말 영업부 대책회의. 환리스크 헤지보험 가입은 보류키로 했다. 이미 환율이 많이 떨어진 상황에서 더 떨어진다는 걸 전제로 하면 이미 보험으로 해결할 범위를 넘어섰다는 판단이다. 원가절감은 30%로 확정됐다. 임금 동결이나 하도급업체 단가 인하로 고스란히 전가될 부분이다. 생산파트에선 수출제품의 생산지역을 중국으로 옮기자는 제안이 나왔다. 지금까진 중국 내 생산품은 중국 내 소진, 수출품은 국내 생산이 원칙이었다. 품질 유지가 안돼 해외 바이어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왔지만 수출 자체가 위협받고 있어 지금까지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 포기해야 한다는 의견에 묻히고 말았다. 3월 말 전사 비상대책회의. 환율은 진정세였지만 분기영업실적은 매우 저조했다. 분기 목표매출액 160억원 중 달러 기준 목표액은 달성했지만 원화 기준으로는 3억원이 모자랐다. 수익성이 심각하게 위협받았다. 환율 950원대를 전제로 수출 단가 인상이 진지하게 검토됐다. 회사로선 마지막 수단이었다. 해외영업부는 단가 인상이 불러올 해외 바이어 이탈과 수출물량 감소를 우려했다. 매출 감소는 물론이고 수년간 신뢰를 쌓아온 고객이 등을 돌릴 위기를 맞게 됐다. 특히 다품종소량생산 시장에서 수출에 타격을 입는다면 생존을 위한 기술투자와 시장경쟁에서 아예 밀려날 것이라는 위기감이 팽배한 상황이다. 회사는 단가 인상이라는 마지막 카드까지 뽑아든 상황에서 정부가 더욱 적극적으로 환율 방어에 나서 줄 것을 희망하고 있다. 리스크를 관리하는 방법을 이 기회에 습득시켜 달라는 요구도 했다. 회사 관계자는 “지난 2001년 이후 27%의 원화절상으로 매출액만 100억원 기준으로 27억원이 사라졌다”고 전했다. 그는 “전사적으로 여러 대책을 검토하고 있지만 사실상 방안 없이 최대한 버티고 있다는 게 좀더 정확한 표현”이라며 “수출기업 특례보증, 원가절감 기술개발 자금 지원 등 대기업과 달리 중소업체를 위한 특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산업연구원은 최근 환율환경에선 중소 수출기업의 80.6%가 이미 적자상태거나 손익분기점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고환율의 찬 바람을 ‘맨 몸으로’ 버텨온 수출주도형 중소기업의 100일 자화상이다. 김용석기자@전자신문, 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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