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0년대 IT업종을 중심으로 벤처창업이 활기를 띠면서 기업들은 새로운 자금줄 확보에 목말라했다. 당시 증권거래소(현 유가증권시장)가 기업과 투자자를 연결하는 고리 역할을 했으나 이제 막 시동을 걸고 있는 벤처에는 문턱이 너무 높았다. 이에 따라 그 무렵 활동하던 벤처기업인들이 중소벤처를 위한 새로운 자본시장을 요구하게 됐고, 이는 지난 96년 코스닥 탄생으로 이어졌다. 이후 코스닥은 적지않은 부침이 있었으나 ‘IT벤처 붐’을 이끌면서 국내 벤처산업의 든든한 버팀목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 코스닥의 대표 기업으로 거론되는 NHN·다음·휴맥스·주성엔지니어링 등이 모두 2000년을 전후로 코스닥에 상장, 자금을 조달해 성장한 경우다. ◇갈 곳 없는 벤처=이처럼 코스닥이 나름의 역할을 해내고 있지만 2000년대 초 ‘IT 거품’ 사태 이후 코스닥 진입 요건이 점차 강화돼 최근에는 일부 성공한 벤처만이 코스닥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1만여개 벤처기업 중 4% 가량만 코스닥에 상장했다는 것은 나머지 유망 기업들은 아직 적절한 자금 조달창구를 찾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들을 위해 상대적으로 진입요건이 낮은 프리보드(구 제3시장)가 운영되고 있지만 실효가 크지 않다. 프리보드 지정기업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4406억원으로 코스닥시장 70조8970억원의 0.6%에 불과하다. 일평균 거래금액도 프리보드는 7500만원에 머물고 있어 1조7900억원에 달하는 코스닥과는 비교하기 힘든 수준이다. ◇자본시장도 양극화=비상장 중소벤처를 위한 프리보드는 활성화는 고사하고 시장인지도 조차 낮은 상황이다. 최근 프리보드 운영기관인 증권업협회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조사대상 벤처임원 743명 중 절반에 가까운 48%가 프리보드를 모른다고 대답했다. 이는 코스닥이 지난 90년대 후반에 이어 2004년말 정부 차원의 활성화대책을 등에 업고 발전을 거듭한 반면 프리보드는 벤처자금 선순환의 장으로 육성한다는 정책 발표 이후 이렇다할 지원이 없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프리보드는 지난해 벤처기업에 한해 양도소득세 비과세 원칙이 적용됐으나 이미 90년대 후반부터 비과세 원칙이 포괄적으로 적용되는 코스닥과 비교되면서 별다른 실익이 없다. 또한 프리보드는 매도·매수자간 일치하는 가격으로만 매매체결이 이뤄지는 상대매매 방식이다 보니 경쟁매매가 가능한 코스닥에 비해 거래가 활성화되기 쉽지 않다. ◇프리보드, 가능성 있다=하지만 프리보드가 조금이나마 발전 가능성을 보이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프리보드의 2005년 시가총액은 지난 2004년에 비해 15% 증가했으며 일평균 거래대금은 같은 기간 83% 늘어났다. 벤처기업의 시장 인지도는 낮으나 비상장기업의 주식유통시장(프리보드)에 진입할 의사가 있는 기업은 앞선 조사에서 58%로 나타나 긍정적인 반응을 얻었다. 따라서 현재 진입의사가 없는 기업들이 주요 과제로 뽑은 ‘시장인지도 제고를 위한 홍보 강화’ ‘시장유동성 제고를 위한 경쟁매매제도 도입’ 등이 선행된다면 활성화가 그리 어렵지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증권업협회 최정일 프리보드관리부장은 “최근 프리보드 기업유치 활동을 강화하면서 벤처업계에서 시장 인지도가 높아지고 있다”며 “단기간 활성화가 쉽지 않겠지만 정부의 시장 육성책이 계속 뒷받침된다면 비상장 벤처기업들을 위한 좋은 자금조달 창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호준기자@전자신문, newleve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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