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3일(현지시각) 박수를 보낼 만한, 그러면서도 배가 아픈 소식이 미국에서 날아들었다. 디지털음악 다운로드 서비스의 대명사 애플 아이튠스 뮤직스토어가 10억곡 다운로드를 돌파한 것. 서비스 개시 3년 만이다. 애플은 이제 전 세계 음악시장의 6%를 쥐고 흔든다. ‘PC통신 MP3 음악서비스 이달 개시’ 1997년 8월 7일자 본지 기사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가 천리안·하이텔 등 4대 PC통신서비스와 손잡고 ‘유료’ MP3 다운로드 서비스를 시작한다는 내용이다. 전 세계가 놀랄 만한 일대 사건이었지만 10년이 다 된 지금까지 우리 디지털음악 시장은 걸음마 단계다. 언제까지 ‘IT 인프라’ 강국이라는 칭찬에만 머무를 것인가. 과연 우리나라에서 디지털음악 시장의 발전 가능성은 요원한가. 2006년 새판 짜기에 본격 돌입한 우리 디지털음악 시장의 전망과 풀어야할 과제를 4회에 걸쳐 짚어본다.
2006년은 우리 디지털음악 시장에 위기자 기회다. 수많은 호재가 존재하지만 이를 살리지 못하면 오히려 ‘잃어버린 10년’의 마지막을 채우는 불명예를 안을 수도 있다. 온라인 음악계는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가장 큰 호재는 저작권 보호 강화 분위기다. 지난해 8월 소리바다 P2P 서비스 중단 판결을 계기로 ‘저작권 광풍’이 불어왔다. 소극적으로 수익을 올려온 소리바다의 경우에 비춰보면 다른 P2P 업체는 ‘걸면 걸린다’. 권리자의 한마디에 떨 수밖에 없다. 최근 P2P 업체 17곳이 한국음원제작자협회와 유료화에 합의한 것도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한다. 공짜로 음악을 받기 힘들어지면서 돈을 내고 음악을 구하려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 디지털음악 업계의 본격적인 마케팅도 긍정적이다. 지난해 SK텔레콤 멜론이 수백억원의 마케팅 비용을 투입해 소비자를 끌어들였고 음악계와 화해한 벅스도 돈보따리를 풀었다. 조용하던 삼성전자가 관련 시장에 뛰어들 기회를 호시탐탐 엿보고 전문 음악 서비스도 시장 창출에 나서면서 소비자들이 유료 서비스를 접할 기회가 늘어나고 있다. 무료 음악이 사라지고 유료 음악이 활성화함에 따라 밥상은 잘 차려졌다. 문제는 밥상에 차려진 음식을 잘 먹을 수 있겠느냐는 것. 9년 전 세계 최초로 유료 디지털음악 시장의 가능성을 찾았지만 실패한 이유는 이해 당사자가 각자 생각만 했기 때문이다. 권리자는 가격을 높이려했지만 소비자는 돈을 낼 준비가 되지 않았다. 서비스 업계는 유료에 걸맞은 부가가치를 제공하지 못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다. 인터넷의 급속한 발전으로 소비자는 훨씬 더 공짜 음악에 익숙해져 있지만 권리자는 여전히 자신만의 가격을 고수한다. 서비스 업계 역시 공짜 행사 외에는 소비자를 유인할 확실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장을 구성하는 콘텐츠 제공자와 유통자, 소비자 간 상호 이해가 절실하다. 지난 99년부터 디지털음악 서비스를 진행중인 위즈맥스의 금기훈 사장은 “지난 10년은 우리에게 너무나 안타까운 시기”라며 “늦었지만 올해부터라도 합법적인 디지털음악 시장이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소비자·권리자·서비스업체가 머리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음악시장 규모> 단위: 억원, 자료: 한국소프트웨어진흥원 구분 2000 2001 2002 2003 2004 음반 4104 3733 2861 1833 1338 디지털음악 450 911 1345 1833 2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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