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27일부터 적용되는 새 단말기 보조금 규제 법안의 발표를 앞두고 이동통신 시장에 격변이 예고되고 있다. 1년 6개월 이상 가입자에 한해 보조금 지급이 합법화되면서 당장 2400만명에 달하는 가입자가 혜택을 얻게 되고 6개월 후면 전체 이동전화 가입자의 72%, 1년 뒤면 90% 이상 수준으로 늘어나 사실상 보조금 전면 자유화 추세를 걷게 된다. 향후 1년간 이동통신 시장에서 3개 사업자의 경쟁 구도는 물론이고, 그동안 음성적인 보조금으로 활용돼왔던 가입자 유치 수수료 관행에 큰 변화를 가져와 기존 유통 환경의 격렬한 체질 개선도 예상되는 대목이다. ◇‘보조금은 치킨게임?’=새 단말기 보조금 개정 법안은 당장 사업자들에게 ‘보조금 쓰기 경쟁’이냐 ‘안 쓰기 경쟁’이냐를 고민하게 한다. 현재 1년 6개월 이상 가입자들에게 10만원씩만 지급해도 그 규모는 전체적으로 2조4000억원 수준. 3위 사업자인 LG텔레콤만 따져도 3300억여원으로 지난해 당기순익 규모를 넘어선다. 가입자 유치나 유지를 위해 합법화된 보조금을 쓰지 않을 순 없지만 어느 사업자가 가입자 확대를 위해 과욕을 부릴 경우 모든 사업자가 출혈 경쟁 대열에 합류, 공멸로 치달을 가능성이 있는 대목이다. 이에 따라 비록 보조금이 양성화되더라도 현재 시장 구도를 뒤흔들 정도의 변화는 없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단순 논리로만 보면 ‘치킨게임’을 연상시키는 것이다. SK텔레콤 고위 관계자는 “보조금 경쟁에 먼저 나서는 일은 결코 없을 테지만 후발 사업자들이 가입자 뺏기에 나서면 어쩔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LG텔레콤 고위 관계자도 “원래 보조금을 반대하지만 다만 지배적 사업자가 엄청난 물량 공세를 펼칠지가 걱정이다”고 말했다. ◇사업자 간 이해 득실=불과 며칠 새 정부의 ‘2+2안’이 ‘2+1.5’로 바뀌어 통과된 만큼 현재 이동통신 사업자들은 이해 득실 따지기에 분주하다. 당초 정부 원안과 비교하면 3개 사업자 간 ‘비대칭적’ 규제 요인이 다소 완화된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 3사의 1년 6개월 이상 가입자 비중 격차가 크게 줄어 후발 사업자들이 공세적으로 나올 경우 SK텔레콤이 반격할 수 있는 여지가 생겼다는 점이다. 특히 이번 법안 개정으로 그동안 SK텔레콤에 한해 가중 처벌해왔던 불법 보조금 지급에 따른 과징금 기준도 상당 부분 완화되는 한편, 선발 사업자의 경쟁력인 WCDMA·와이브로 등 차세대 서비스에 대해서는 보조금 상한선이 아예 삭제됐다. 관심을 끄는 대목은 그동안 보조금 규제 논란에서 비켜나 있으면서 ‘회색’ 자세를 보여왔던 KTF의 이해타산이다. KTF는 모회사인 KT의 PCS 재판매 사업을 등에 업고 올해부터 마케팅 역량을 크게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KT의 자금력이 막강한 데다 재판매 점유율 기준에서 제외한 결합서비스, 특히 와이브로에 대해서는 정부 차원에서 강력한 육성 의지를 피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원안을 강력히 지지했던 LG텔레콤으로서도 일단 큰 틀이 바뀌지 않은 만큼 불리할 것은 없다는 판단이다. ◇이동통신 유통 환경 변화=그동안 이동통신 영업 현장인 유통망에서 불법 보조금으로 활용해오던 가입자 유치 수수료(리베이트) 지급 관행에는 큰 변화를 불러올 것으로 예상된다. 지금까지도 단말기 출고가의 20% 정도는 암묵적으로 묵인돼왔지만 이번 개정법으로 인해 보조금이 양성화되므로 그 폭만큼 리베이트 감소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3사의 영업 전위부대였던 대리점·판매점 관리체계에 상당 부분 수술이 예고되는 대목이다. 서한기자@전자신문, hse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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