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의 나라, 아이팟, 위키피디아` 이 세가지 단어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새로운 기술을 신속하게 서비스와 접목해 성공한 대표적인 문화콘텐츠 브랜드이다. 이미 존재하던 콘텐츠에 신기술을 접목하는 발상의 전환을 통해 엄청난 성공을 거뒀다는데 공통점이 있다. 94년 12월 공학도였던 김정주는 대학 동기인 송재경씨와 함께 넥슨을 설립하고 세계 최초 그래픽 온라인게임인 ‘바람의 나라’의 서비스를 시작했다. PC게임이 득세하고 온라인게임은 그래픽은 꿈도 꾸지 못하고 텍스트 기반의 머드게임이 판을 치던 시절이었다. 김정주와 송재경은 주위의 비웃움에도 꺾이지 않고 그래픽 온라인게임을 만들어보자는데 의기투합하고 단 둘이서 넥슨을 시작했다. 결국 바람의 나라는 넥슨을 연간 매출 2000억원을 넘어서는 기업으로 키우는데 기반이 됐으며 한국을 온라인게임 강국으로 끌어올리는 시발점이 됐다. 애플의 MP3플레이어 아이팟도 ‘바람의 나라’와 비슷한 전철을 밟았다. 아이팟의 성공요인은 심플한 디자인과 직관적인 인터페이스다. 그러나 아이팟 사용자를 위한 ‘아이튠즈’라는 멀티미디어 플레이어·연동·전송 프로그램이 없었다면 이러한 성공이 불가능했을 것이라고 업계에서는 보고 있다. 결국 소비자와 저작권자를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아이튠즈라는 새로운 개념의 서비스가 성공이 요인이 됐다. 아이팟은 붕괴직전의 애플을 다시 우뚝 일으켜 세웠다. 1995년 네티즌들이 협동해서 웹페이지를 만들어보자는 미국 컴퓨터 프로그래머 워드 커닝햄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http://www.wikipedia.org)도 온라인의 특성을 잘 이용해 성공한 케이스다. 소스 공개를 통한 무료 소프트웨어운동을 벌이는 리눅스의 아이디어를 빌려 네티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온라인 백과사전 ‘위키피디아’는 백과사전의 대명사인 ‘브리태니커’를 압도하고 있을 정도로 성장했다. 이에 비해 신기술에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한 콘텐츠기업에게 미래는 없다. 대표적인 예가 미국의 게임 개발사인 어클레임(Acclaim)으로 ‘모탈 컴뱃’ ‘NBA JAM’ ‘번아웃’ 시리즈 등으로 한 때 잘 나가던 회사였으나 플레이스테이션2(PS2)와 X박스 등 급속하게 변화하는 게임 하드웨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해 결국 2004년 파산이라는 비운을 맞았다. 월트디즈니의 경우에도 어클레임과 비슷한 경우이다. 한 때 ‘애니메이션하면 디즈니’라고 할 정도로 전성기를 구가했지만 3D애니메이션으로 넘어가는 시대적 조류를 거스르다 한동안 침체국면을 벗어나지 못했다. 디즈니가 부진을 면치 못하는 동안 애플의 스티브잡스가 세운 픽사스튜디오는 ‘토이 스토리’ ‘벅스 라이프’ ‘토이 스토리2’ 등 컴퓨터그래픽으로만 창조한 세편의 디지털 애니메이션을 내리 성공시키며 디지털 애니메이션계의 선두에 섰다. 이처럼 신기술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한 시점에서 전(前) 마이크로소프트 연구소장 네이썬 미어볼드(Nathan Myhrvold)의 말은 더욱 의미심장하다. “음악, 비디오 등 멀티미디어 콘텐츠의 이용이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네트워크를 모두 합친 형태로 발전하게 되면 전통적 의미의 전자회사들은 거의 물고기가 물 밖으로 나온 것 만큼이나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컨버전스 시대에 물밖에 나와 허덕이는 물고기가 될 것인가 아니면 깊은 바다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고래가 될 것인가, 국내 콘텐츠 업체들도 선택해야 할 때이다. 권상희기자@전자신문, shkwon@
◆CT 핵심 분야 지난해 산·학·연 전문가 55명의 ‘문화기술(CT) 비전위원회’가 도출한 ‘CT 로드맵’은 향후 개발해야할 핵심 CT를 체계적으로 정리했다. ‘CT 로드맵’은 △공통기반기술(창작기술·표현기술·유통 및 서비스기술) △산업장르별 콘텐츠제작기술(애니메이션·영화·게임·방송·음악·출판) △공공기술(문화유산기술·문화복지기술) 등 3개 부문 11개 분야로 이루어진다. 창작기술 중 세계적으로 급성장하는 분야는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다. 이 기술은 디지털 매체를 활용해 시나리오·콘텐츠 창작의 효율성과 창작물의 공유 및 활용성을 높이는 것으로 사용자가 간단한 줄거리를 입력하면 이야기를 자동생성하는 수준까지를 목표로 한다. 표현기술 분야에서는 인간의 오감·감성·뇌파와 연계해 문화콘텐츠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다. 이 기술이 완성되면 현재의 1인형 시청각 기술 중심에서 가상을 현실과 연계해 인간의 오감을 종합적으로 표현하는 방향으로 획기적인 전환이 가능해진다. 유통 및 서비스기술의 핵심은 표준화된 메타데이터와 거래시스템, 품질 검증 프레임워크가 어우러진 ‘디지털문화콘텐츠 협업 네트워크’다. 상대적으로 자본과 콘텐츠 생산능력이 취약한 우리 디지털문화콘텐츠 산업이 성장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산업장르별 콘텐츠제작 기술을 들여다보면 CT의 활용도는 무한하다. 시청자와의 대화를 통해 시나리오를 변경할 수 있는 ‘인터렉티브 애니메이션’ 기술이나 시각·청각·후각·미각·촉각을 모두 자극해 몰입도를 높이는 ‘오감 영화’ 기술, 음악의 유전자를 분석해 데이터화하는 ‘뮤직 지놈’ 기술 등은 문화콘텐츠 산업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게임 분야에서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단말기로도 즐기는 ‘유비쿼터스 게임’이 유무선 통합환경에서의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떠올랐으며 영화 스타워즈에서나 봤던 ‘홀로그램 방송’도 개발된다. e북 시대를 맞아 컴퓨터가 기구축한 데이터에 따라 사용자의 취향이나 수준에 맞는 출판물을 제공하는 ‘개인 맞춤형 전자출판’도 각광받을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우리 문화유산을 복원하고 통합관리하면서 여타 문화산업 분야 창작소재로 활용하는 기술과, 문화를 활용해 사회복지를 발전시키는 기술 등 공공기술도 CT의 주요 분야다. 정진영기자@전자신문, jych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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