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방송융합시대가 도래한다는데 그럼 주식에도 통방융합주가가 있을까. 아직은 ‘없다’가 답이다. 무엇보다 증권사에 아직 통방융합담당 애널리스트가 없기 때문이다. 새해부터는 그러나 ‘미디어를 아는 통신 애널리스트’와 ‘통신을 주시하는 방송 애널리스트’가 주목을 받을 전망이다. 왜냐면 통신사업자를 분석하는데 그들의 방송 전략을 빼놓을 수 없을 뿐아니라, 방송사를 평가하는데 통신사업자의 움직임을 놓치면 큰 흐름을 읽을 수 없기 때문이다. 민영상 CJ투자증권 연구위원과 김성훈 대우증권 연구위원가 바로 그런 애널리스트다. 민영상 애널리스트는 지난 한해 케이블TV(SO·종합유선방송사)의 성장 잠재력을 여러 차례 제시하며 주목받았다. 김성훈 애널리스트도 벌써 통신서비스 분석만 5년이 넘어가는 ‘베터랑’반열로 올라서는 젊은 연구위원이다. 두 사람이 한 자리에 만나서 ‘병술년 새해의 통신과 방송 시장 전망’을 함께 해봤다. 인사를 나누는 두 사람, 그런데 명함부터 예사롭지 않다. 둘은 각각 통신과 방송 분야에서 이름이 알려진터인데 정작 명함엔 ‘대우증권 미디어담당’‘CJ투자증권 유통·미디어담당’으로 찍혀있다. 애널도 슬슬 융합을 준비하고 있는 셈이다. 먼저 김성훈 위원이 말문을 연다. “새해 통신 시장은 유선통신·무선통신·초고속인터넷 등 모든 시장이 포화돼 매출이 정체되는데다, 정부의 정책이 신규진입을 완화하려는 움직임이여서, 시내·시외·국제전화 등에서 진입장벽이 낮아져 경쟁이 치열해질 것”이라며 정부정책이 그간 ‘정책적 규제→사업자 높은 마진→투자 활성화’라는 사업자중심이었는데 이젠 ‘규제완화를 통해 높은 마진을 줄이고 소비자 이득을 늘리는’소비자 중심주의로 바뀌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은 “새해엔 향후 3∼5년간을 내다본 초석다지기 기간일 될 전망”이라며 “특히 이동인터넷시장이 올해 초기 시장을 형성할 것인며 이는 향후 통신시장의 성장성과 연관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동인터넷시장으로 HSDPA, 와이브로 등을 꼽았다. 일테면 KT의 와이브로는 유선사업자의 무선시장 진입으로서 산업의 지형 변화를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방송 애널인 민영상 위원은 “통신사업자들이 방송시장에 어떤 형태로 들어올지가 방송 시장과 산업에 영향을 줄 것”이라고 말했다. “방송은 아직 광고에 의존하는 구조인데 통신사업자의 진입에 겁을 낸다”는 것. 김 위원은“SO도 시장규모는 작을지 몰라도, 배경엔 대기업이 있으며 자금동원력 등에서 볼때 통신사업자와 경쟁에서 어려움을 느낄 상황이 아니다”라고 말을 받았다.“오히려 통신사업자로선 초고속인터넷시장에서 가입자를 지키려고 방어망을 치는 가운데서도 SO들이 가입자를 빼앗아가며 위기의식이 팽배하다”고 말했다. SO들은 ‘지역 토착적 마케팅’과 ‘방송과 초고속인터넷 결합상품’을 앞세워 통신영역을 잠식한다는 것. 김 위원은“통신사업자의 자산은 결국 망이다”며 “망 위에서 수익을 얻는데 지금까지는 KT가 망을 독점해왔지만 SO가 지난 4∼5년새 망을 구축, 이제 독점은 깨졌다”고 지적했다. SO가 새로운 망사업자로선 그 기반위에서 새 수익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는 것. 통신사업자가 무서워하는 ‘SO의 등장’인 셈이다. 그렇다면 방송시장은 올해 ‘활황’일까. 민 위원은 “새해 방송광고는 매우 좋아 7∼10% 성장이 예상된다”로 전망을 시작했다. “MSO시장은 이제 태광·CJ·현대백화점 등 대기업군과 외자계열로 재편이 지속되는 가운데 초고속인터넷가입자는 증가하고, 디지털케이블가입자수도 늘어날 전망”이라고 말했다. 그는 단지 스카이라이프의 경우는 5000억원 누적 적자를 짊어진 가운데 올해 10억원 흑자 전환을 하더라도, “이는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것일뿐 ‘전환의 신호’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두 애널리스트의 평가대로라면 새해 통신시장은 흐리고 방송시장은 맑음이다. 김 위원은“방송을 보는 시각이 바뀌어 공익성보다 이제 산업적 관점이 대두된다”며 방송시장에 진입하려는 통신을 설명하기 위한 운을 띠웠다. 통신사업자 입장에서 멀티캐스팅 등 유사방송기술 등은 기술발전상 꼭 얻어야하는 단계라는 논리다. IPTV 등 유선망 뿐만아니라 와이브로나 HSDPA 등 무선망도 결국 동영상을 실시간으로 보낼 수 있다는것. “그러나 통신사업자에게 방송시장 진출이 새로운 킬러앱을 의미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KT가 IPTV를 시작해 100만 가입자를 확보해 월 1만원씩 받는다해도, 이는 연간1200억 매출인데 현재 KT의 매출1%에 불과하다”며 “그 자체로선 큰 시장은 아니며, 오히려 플랫폼을 갖게되면 이를 통해 콘텐츠시장으로 진입할 수있다는 점에 주목한다”고 말했다. 통신이 포화된 상황에서 새로운 수익 시장으로 예상되는 콘텐츠 등으로 진출하는데 반드시 가져야할 플랫폼이란 설명이다. 물론 SO가 KT의 핵심시장인 초고속인터넷을 잠식하는데 대한 내부 위기의식도 팽배하며 이런 분위기가 IPTV 진입을 서두르게 한다는 점도 잊지 않았다. 민 위원은 김성훈 애널리스트의 설명을 듣고 “IPTV가 시장 진입할 경우에 SO의 새해 전략, 즉 케이블TV의 가입자당월매출액(ARPU)을 현재의 5000∼6000원 수준에서 1만원이상으로 가야하는데 KT라는 경쟁자 등장으로 차질을 빚을 것”이라고 우려했다.“KT가 방송에 대한 규제를 받지 않고 진입하려는데 대해 SO는민감하게 반발한다”고 강조했다. “뉴미디어는 결국 하나의 네트워크에서 트리플플레이서비스(TPS:전화+방송+초고속인터넷)를 장악해야 방송통신융합시장에서 살아남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두 위원에게서 ‘통신방송융합’이란 단어의 사용빈도수가 높아지기 시작했다. 일각에서 예상하는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간 인수합병’에 대한 의견은 어떨까. 김 위원은“올해 통신사업자가 방송사업자를 인수할 가능성은 ‘제로’이며 방송사업자가 통신사업자를 인수하는 딜은 51%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민 위원도 김 애널리스트의 의견에 동의했다. 김 위원은“통방간 M&A는 가능하다”며 두 가지 측면을 제시했다. M&A를 통해 사업자들이 네트워크나 사업권의 보완을 얻을 수 있는지여부다. “네트워크(망)이란 측면에서보면 우리나라는 KT가 100%전국망을 보유한 가운데 파워콤이 70%정도의 전국망, 그리고 SO가 전국으로 쪼개져있지만 다 모으면전국망 가진셈”이라며 “KT는 SO를 사면 망이 중복되기 때문에 SO매입하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SKT는 그러나 유선망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데 단 현재의 SO 소유권역제한 1/5이 풀려야한다”며 “SKT로 전국망을 가져야지, 전국 20%망으론 의미가 없다”고 지적했다. 민 위원은 MSO가 소규모 통신사업자를 M&A할 가능성을 높게 점쳤다. 그는 “MSO가 가진 HFC망은 권역내에선 강한데 백본망이 없어 임대사용 중이기 때문에 이런 지역망을 연결할 백본망이 필요하다”며 “또 점차 MSO 매출에서 초고속인터넷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아예 통신사업자를 인수해 그들의 노하우도 받아들여 TPS시장에 진입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통신사업자를 인수할 개연성이 가장 높은 곳으론 태광산업을 꼽았다. “태광산업계열MSO(티브로드)는 초고속인터넷 67만 가입자로 파워콤보다 오히려 많다”고 말했다. 두 애널리스트는 시종일관 상대방의 주장이나 설명에 깊은 관심을 표했다. 올 한해 통신사업자가 방송시장에, 그리고 방송사업자가 통신시장에 대한 정보를 원하는지를 두 위원의 모습에서 실감할 수 있는 장면이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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