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통신 단말기 보조금 규제연장 여부를 놓고 또 한 번 뜨거운 논란이 일 조짐이다. 오는 3월 한시법 시효를 앞두고 주무부처인 정보통신부가 정부 개정안을 마련한 뒤 우여곡절 끝에 규제개혁위원회 심사까지 넘겼지만, 국회에서 또 한 차례 막판 진통이 예상되는 것이다. 당장 오는 18일 서혜석 의원의 보조금 법제화 토론회를 시작으로 19일 보조금 규제에 대한 당정협의가 있을 예정이다. 또 23일에는 김영선 의원이 주최하는 토론회 등이 잇따라 예정돼 있는 등 보조금 문제는 이제 국회로 공이 넘어가 막바지 대립으로 치닫는 형국이다. 2월 임시국회를 앞두고 더는 소모적인 논쟁과 혼란을 겪지 않기 위해 보조금 규제의 근본을 되짚고 현실적인 대안을 3회에 걸쳐 모색해 본다.
“솔직히 좀더 빨리 정부안을 공개했다면 논란은 더욱 커지지 않았겠나. 속전속결식으로 밀어붙일 수밖에 없었던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었다” “완전규제냐, 한시법의 일몰이냐 둘 중 하나가 가장 합리적이라는 게 솔직한 생각이다. 하지만 양 극단 가운데 하나를 정부가 선택할 수 있겠나. 어차피 화합하기 힘든 양쪽을 절충한 안이고 이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다” 정통부 당국자들이 단말기 보조금 규제 논란의 한 가운데서 털어놓는 솔직한 심경이다. 지난해 말 법 시효를 겨우 4개월 가량 남겨둔 시점에 갑자기(?) 보조금 규제법안을 내놓을 수밖에 없었던 배경, 당초 규제 도입 취지와 달리 선후발 사업자 간 비대칭규제 철학을 ‘애매하게’ 접목할 수밖에 없는 고민들을 고스란히 내비치는 말들이다. 그러나 사태를 이 지경까지 끌고온 데는 이처럼 뜨거운 현안을 정통부가 ‘밀실행정’식으로 만든 뒤 충분한 여론 수렴과정을 거치지 않고 밀어붙였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10월 25일 ‘3+3’안을 공개하자마자 공청회에서 엄청난 비난여론에 시달렸고, 그 이후 공정거래위원회와의 부처 협의 과정에서 원안이 ‘2+2’안으로 크게 뜯어고쳐진 것은 결국 이런 이유에서다. 가까스로 부처협의를 통과했지만 지난해 말 규개위 심사에서 또 다시 큰 장벽에 부딪혔던 배경도 이런 정통부의 안이했던 시각과 무관치 않다. 허선 공정거래위원회 사무처장은 “단말기 보조금 규제에 관한 한 모두가 공감하지 않는데 오로지 정통부만 규제를 고집하고 있다는 인상”이라며 “마치 다른 동네 사람들 같다”고 말했다. 평행선을 달릴 수밖에 없는 공정위지만 여전히 극단적인 시각차를 보이고 있는 것은 공감대 형성을 위한 정통부의 노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원래 보조금 규제 도입취지와 달리 일관된 정책적 태도를 견지하지 못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정통부는 3년 전 한시법으로 보조금 규제를 도입할 당시 ‘사회적 과소비와 과당경쟁 방지’를 원칙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어느샌가 보조금 규제는 선후발 사업자 간 비대칭 규제 수단으로 자리잡게 됐고, 이번 한시법 시효 연장 과정에서도 부작용이 고스란히 드러났다. ‘시효를 3년 연장하되 3년 장기가입자에 한해 한번 지급한다’던 당초 원안이 공정위와 부처협의 과정에서 2+2안으로 크게 바뀐 것이나, 기타 복잡한 세부 기준이 누더기처럼 덮혀진 것도 모호한 정책 원칙 탓이다. 이종걸 의원은 “현실을 고려할 때 정통부 안에 대안 없는 비판은 소용없다”면서도 그러나 “규제 도입 취지인 과소비 방지와 국산화 명분이 사라진 상황에서 비대칭규제를 원칙으로 삼는 데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더욱 근본적인 이유는 ‘시장자율경쟁·소비자혜택’을 주장하는 한쪽(SK텔레콤·시민단체·국회 일각)과 ‘시장건전화·비대칭규제’를 내세우는 다른 한쪽(후발사업자·정통부·국회 일각)의 결코 좁히기 힘든 시각차다. 결국 일방의 주장만을 수용하기 힘들다면 지금부터라도 전향적인 타협점을 찾아야만 자연일몰이라는 극단적인 혼란을 막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서한·손재권기자@전자신문, hseo·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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