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고 있다. 그동안 전력산업은 한국전력이 제공하는 전기를 받아 수용자가 이를 사용하고 요금을 내는 단 하나의 모델을 따라왔다. 하지만 이제 소비자가 직접 전기를 생산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전에 남는 전기를 되팔 수 있는 시대가 도래했다. 공급자 위주의 전력시장에 수요자의 선택권이 확대되고 다양한 부가 서비스도 준비되고 있다. 좀처럼 변화가 없을 것 같던 전력산업에도 신기술 도입과 IT융합을 통해 새로운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전력 생산처 다양화=케너텍은 지난주 서울 사당 4개 아파트단지에 전기를 공급하는 구역형 에너지사업을 시작했다. 한전의 전기 독점공급이 막을 내리고 민간 사업자가 전기를 생산해 공급하는 시대가 열린 것이다. 이같이 소규모로 전기를 생산해 전력시장을 통하지 않고 사용자에게 직접 공급하는 ‘구역전기사업’에는 대구도시가스·주택공사·대한도시가스 컨소시엄·대림산업·서울도시가스 등도 뛰어들고 있다. 향후 신도시와 재개발 단지에서는 입주민들의 의사에 따라 한전과 구역전기사업자 중에서 선택적으로 전력 공급자를 선택할 수 있게 된다. 이응로 기술표준원 연구관은 “구역전기사업에다 태양광·풍력 등 소규모 신재생에너지 설비가 확대되면서 전력 공급원은 더욱 다양해질 것”이라며, “발전지역 근처에서 전기를 소모하면서 원거리 송전 필요가 없어지고 잉여 전기를 한전에 팔 수도 있는 시대가 왔다”고 밝혔다. ◇신기술 접목 부가서비스 확대=전기 이외에 다양한 서비스도 제공되고 있다. 전력선통신(PLC)은 전력과 통신 서비스가 결합된 대표적인 예다. PLC는 유비쿼터스 환경의 다양한 서비스 툴로 각광받고 있고 이미 깔려 있는 전력선을 이용하면서 신규로 통신망을 구축하지 않아도 되는 큰 장점을 갖고 있다. 경원대와 한전·LS산전 등은 ‘고부가 전력서비스 수용가 통합관리 시스템’ 개발에 착수했다. 전력 산업에 통신기술을 접목해 전기 공급자와 수요자 간에 네트워크를 구성, 전기 사용 정보를 공유하고 실시간 사용량 검색·원격제어 등도 가능케 하는 서비스를 목표로 한다. 이 시스템이 구성되면 소비자가 어느 정도 전기를 사용하고 얼마의 요금을 내야 하는지를 실시간으로 알 수 있다. 값싼 전기사용 시간대를 찾아 개별 가정에서 전기 사용 계획을 직접 설계할 수도 있다. ◇양방향·소비자 중심으로=전문가들은 IT와 접목한 전력산업의 패러다임 변화가 효율성을 향상시키면서 소비자의 권익을 높여줄 것으로 보고 있다. 공급자 중심이던 시장구도가 소비자 위주로 변해가고 있다는 것. 홍준희 경원대 교수는 “지금까지 전기는 공급자인 한전에서 일방적으로 통보해 주면 이에 따라 요금을 내는 등 소비자의 선택권이 거의 없었다”며 “전력IT사업을 통해 이제 전력 소비자들이 일방적으로 서비스를 받는 것이 아니라 양방향 정보교류를 통해 소비패턴에 맞는 ‘맞춤형 전력’을 사용하는 시대가 오고 있다”고 밝혔다. 기술 발전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넓혀주는 것과 함께 공급자의 효율성도 높여준다. 전기 공급자는 전기를 많이 공급해야 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 지역별 특성을 감안해 설비를 제어 및 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승규기자@전자신문, se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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