텔레매틱스는 종합예술이다. 그래서 세계적인 대기업군이 한시도 눈을 떼지 않는 분야다. 텔레매틱스는 자동차와 정보통신 등 이종산업간 융합적 특성을 지녔다. 무선 및 음성·데이터통신은 물론 인공위성을 이용한 위치정보시스템(GPS)에 기반해, 그 위에다 휴대폰-인터넷-자동차를 결합시킨다. 따라서 유·무선 망 인프라에서부터 자동차 보유대수·휴대폰 이용자수와 같은 시장 인프라까지 고루 갖춰야 태동할 수 있는 게 텔레매틱스다. 이는 텔레매틱스를 장악한 업체가 향후 디지털컨버전스 시장의 한 축을 짊어질 강자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기도 하다. 우리나라는 아직 텔레매틱스 ‘1위’ 국가는 아니지만 ‘넘볼 수 있는’위치에는 서 있다. ◇즐비한 강자들=우리보다 앞선 강자로는 미국 제너럴모터스(이하 GM)과 일본 토요타를 첫 손에 꼽을 수 있다. GM은 97년 미국의 대표격 텔레매틱스서비스인 ‘온스타’를 자사 주력 자동차 모델인 ‘캐딜락’을 통해 첫 선보였다. 이후 2003년엔 흑자 전환에 성공, 2004년 1월 기준으로 가입자 250만명을 확보했다. 세계 최대 규모다. 1999년 이후 다른 자동차 제조업체에도 온스타 브랜드를 활용해 제공, 사실상 텔레매틱스 ASP사업도 전개 중이다. 북미지역에선 온스타에 뒤이어 ATX테크놀로지스가 있다. 94년 설립돼 1996년 미국 포드에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제공한 이래, 현재 BMW, 메르세데스벤츠, 롤스로이스 등 여러 자동차제조업체에 서비스 제공 중이다. 2000년 12월말 약 20만 가입자에 이어 2004년 3월말 기준으로 약 55만 가입 고객을 확보 중이다. 최근엔 유럽시장 진출을 꾀하는 등 메이저로 도약 중이다. 일본에선 도요타가 버틴다. 도요타는 2002년 10월부터 자사 인터넷회원제 서비스인 가주(GAZOO) 회원을 기반으로 텔레매틱스서비스인 지북(G-Book)을 출시해 제공하고 있다. 지북은 무선인터넷접속을 위해 텔레매틱스 단말기내 장착된 전용통신모뎀이나 이동전화를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 일본 2위 자동차제조업체인 닛산은 1998년 9월 자회사인 컴패스를 통해 이동전화와 내비게이션 단말기를 연결 이용해 컴패스링크란 텔레매틱스 서비스를 선보였다. 혼다는 2002년 10월부터 인터나비 프리미엄 서비스를 출시했다. 일본 텔레매틱스 산업의 강점은 탄탄한 가치 사슬 체계이다. 토요타, 닛산, 혼다 등 자동차 제조업체가 기준을 잡고 이를 1·2위 이동통신사업자인 NTT도코모와 KDDI가 지원한다. 특히 단말기 제조에는 파이오니어, 소니, 파나소닉, 덴소 등 세계 최고 경쟁력을 갖춘 전자제조업체들이 지탱해준다. ◇우리의 강점=국내 텔레매틱스 산업도 세계 1위의 기회를 움켜쥐고 있다. 우선 신규 개척영역인 텔레매틱스 산업에 뛰어든 시점이 미국, 일본 등에 그다지 많이 뒤쳐져있지는 않다. 우리나라 최초텔레매틱스는 2001년 11월 대우자동차가 KTF 통신망을 이용, ‘드림넷’서비스를 시작한 사례다. 이후 SKT가 2002년 4월 네이트 드라이브를, KTF가 2004년 5월 케이웨이즈, LGT가 2004년 9월 이지드라이드 등 이통3사가 모두 텔레매틱스 시장에 진입했다. 또 현대·기아자동차가 2003년 9월 모젠서비스를 시작한 이래, 르노삼성자동차가 2003년 10월 INS-3000, 쌍용자동차가 2005년 2월 에버웨이를 선보이며 자동차제조업체도 가세했다. 치열한 내부 경쟁이 이어질 경우 그만큼 가속도를 붙여 따라잡을 여지가 충분한 셈이다. 이너큐브 조형민 이사는 “텔레매틱스 산업이 초기라서 크게 뒤쳐진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무엇보다 텔레매틱스를 위한 인프라인 △전자지도 정보 수집 △이동통신망 △인터넷 활용인구 △휴대폰 보급률 △자동차 보유대수 등에서 유리한 조건을 골고루 갖추고 있다. 김상철 KTF 차장은 “우리나라의 경우는 표준화된 통신서비스 방식과 국민 저변까지 확대 보급된 이동전화단말기, 1500만대에 육박하는 자동차 시장 등 세계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텔레매틱스 산업 인프라 측면에서 견실한 구조를 확보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텔레매틱스 산업은 종합예술인만큼 초기 단계에선 중간 위치에서 조율해 줄 필요가 존재한다. 정보통신부는 지난해 4월 텔레매틱스 산업 세계 5위권 진입을 목표로 ‘텔레매틱스 서비스 활성화 기본계획’을 확정, 2007년까지 4년간 다양한 산업 육성책을 시행할 계획이다. 또한 제주도 텔레매틱스 시범사업 등 각종 시범사업과 세제 혜택 등을 통해 수요 창출 기반을 마련하고 기술개발·전문인력 양성 등 산업의 기초체질 강화에 주력할 방침이다. ◇전망=짚어야할 약점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텔레매틱스 기술·서비스를 표준화하기 전에 시작돼 사업자간 호환성이 취약하다. 전체적으로 기술 및 정보, 서비스 수준이 아직 초보적인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이통사의 한 관계자는 “다양한 이종 사업자간 얼마나 효율적으로 협업 분담하느냐에 따라 텔레매틱스 산업발전이 비약의 속도를 더해갈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 지원이 혼선을 빚는 것도 문제다. 텔레매틱스 산업을 놓고 건교부가 지능형교통체계(ITS)를 맡고, 정통부가 주로 이동통신사업과 연관된 텔레매틱스를 육성할 책임을 갖고 있다. 또 항상 함께 육성을 고민해야할 텔레매틱스 단말기는 산자부 소관이다. 3개 부처가 유기적으로 돌아가지 못할 경우 산업 육성에는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기고-효수 텔레매틱스산업협회 사무국장 컨버전스의 블루칩인 텔레매틱스 산업은 9대 신성장 동력에 이어 IT839 전략으로 채택돼 국민 소득 2만달러를 견인하는 임무를 맡아, 그간 발전해왔다. 텔레매틱스 산업의 발전을 위해 민간 사업자는 물론 정부차원에서도 시장을 확대하기 위해 대규모 사업을 수행하는 등 다각적인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텔레매틱스 산업은 태생적으로 우리나라 환경에 적합한 산업이며, 해외로 진출함에 있어 몇 가지 유리한 조건을 갖추고 있다. 흔히 텔레매틱스 산업을 컨버전스의 대표적인 사례로 드는데 그만큼 텔레매틱스라는 테두리에는 다양한 산업군이 포진해 있다. 텔레매틱스 산업을 선도하는 대표주자로 자동차 회사와 단말기 제조사를 들 수 있다. 국내 뿐 아니라 세계에서도 명성을 날리는 자동차 회사가 우리에겐 있다. 또 견고함과 디자인을 무기로 세계 시장을 석권하고 있는 단말기 제조사가 텔레매틱스 산업의 세계 시장 진출의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다. CDMA의 신화인 이동통신망 또한 텔레매틱스 산업을 가능케 한 기반이며 무선랜, DMB, 휴대인터넷 등 보다 넓은 대역폭을 제공하는 양질의 무선 네트워크가 속속 등장 중이다. 텔레매틱스에서 대용량 멀티미디어 서비스까지 가능할 날이 멀지않다. 무엇보다 텔레매틱스 산업의 힘은 새로운 것에 적극적이며 IT정보화 수준이 뛰어난 국민성이다. 초고속 인터넷의 폭발적 성장에서 보듯 우리나라의 IT정보화 수준은 텔레매틱스라는 새 개념을 사용자들이 낯설지 않게 받아들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자동차 회사와 단말기 회사 보유, 국내 곳곳을 커버하는 잘 구축된 무선 네트워크 인프라, 높은 정보화 수준을 보유한 사용자. 세 가지 요인이 국내 텔레매틱스 사업자들을 세계 시장으로 이끄는 요소라 할 수 있다. 블루오션 시대다. 세계는 디지털 컨버전스라는 미지의 영역으로 다투어 나가고 있다. 우리 텔레매틱스 산업도 경쟁력을 갖추고 개척의 길로 나갈 것이다.
◆해외시장 전망 텔레매틱스는 전세계적으로도 급성장이 예견되는 산업군이다. 시장조사기관인 가트너그룹은 텔레매틱스 관련 하드웨어와 서비스 시장 매출 총액이 2000년 36억달러에서 올해 27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얼라이드비즈니스인텔리전스는 텔레매틱스 시스템의 시장가치를 2006년까지 약 128억달러로 전망했다. 또 2006년 미국에서 생산되는 신규 자동차의 70%에 텔레매틱스를 장착할 것으로 예측했다. 스트래티지애널리시스는 전세계 텔레매틱스 시스템 시장은 기본적인 항법장치까지 포함할 경우 2000년 약 56억달러 규모였으며 내년에는 약 234억달러 규모까지 성장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에 따라 텔레매틱스 관련 시장의 영역을 다르게 구분짓기 때문에 다소 차이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텔레매틱스 시장 자체가 급성장할 것이란 데는 의견일치를 보인다. 대체로 텔레매틱스 시장이 자리잡기 시작한 2003년부터 매년 하드웨어 시장이 30∼40%, 서비스 시장이 70% 이상씩 성장하리란 예측인 셈이다. 다만 시장조사기관들은 텔레매틱스 시장에 대해 △세계적인 IT 침체 △고가의 단말기 △고객의 서비스 수수료 부담 △수익모델 개발 지연 등으로 최근 당초 기대보다 고전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ETRI는 이같은 여러 시장조사기관들의 예측을 이용해 최근 세계 텔레매틱스 시장 전망을 냈다. 각국이 안전 및 보안서비스 구현관련한 법규화를 진행시켜 차량안전 서비스 시장이 조기 창출될 경우 2007년 252억 달러까지 성장을 예상했다.
◆국내시장 전망 국내에선 시장 포화에 직면한 이동통신사업자와 자동차 제조사가 텔레매틱스 분야를 신시장 창출의 융합 지점으로 삼아 ‘협력과 경쟁’을 통해 경쟁력을 키워가고 있다. 시장은 크게 비포 마켓(Before Market)과 애프터 마켓(After Market)으로 나눌 수 있다. 비포마켓은 단말기 등을 자동차에 내장시키는 형태이며 애프터마켓은 운전자가 별도의 단말기를 구매해 차에 설치하는 시장을 일컫는다. 비포마켓은 자연스럽게 자동차회사가 중심이 되며 반대로 애프터마켓은 통신사업자가 주도하는 모양새다. 국내 시장은 당초 기대에는 미치지 않는 수준이지만 꾸준히 규모를 키워나가는 형국이다. 발목을 잡는 대목은 텔레매틱스 서비스의 평균 연간 요금이 비싸다는 데 있다. 북미가 212달러, 유럽이 235달러, 일본이 145달러인데 우리나라는 30만원(250∼300달러) 수준이다. 우리나라의 소득수준을 고려할 때 다소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은 소프트뱅크리서치 등 조사기관의 자료를 이용해 2007년까지 국내 텔레매틱스 시장이 매년 40% 이상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했다. 특히 제주도 텔레매틱스 시범도시사업 추진, 세제 및 요금혜택 등으로 측면지원이 이뤄지고 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 등이 새롭게 텔레매틱스의 기능으로 포함돼 동력 역할을 할 경우 시장 증가율은 최대 80%선까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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