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3년 전 삼성전자, LG필립스LCD(그 당시 LG전자)가 LCD를 배우기 위해 일본에 건너갔을 때 일본 기업들은 기꺼이 기술을 전수했다. 10년 이상 양산 경험과 기술개발에서 앞서있던 일본이 앞으로도 디스플레이 분야에서 앞서갈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상과는 달랐다. 95년부터 LCD를 양산하기 시작한 국내 기업들은 대규모 자본을 적기에 투입해 속속 LCD라인을 건설했으며 밤을 세워가며 연구를 진행했다. 외곽 지원도 화끈했다. 정부는 대형 국책과제인 G7 과제 중의 하나로 디스플레이 분야에 집중 투자했고 학교에서는 우수 인력과 기초 기술을 지원하는 데 노력했다. 그리고 불과 4년 만에 삼성전자가 샤프를 제치고 대형 LCD 분야에서는 1위를 달성했다. 그 이후로는 국내 기업 간의 경쟁이었다. PDP분야는 LG전자가 국내업체로는 처음 2001년에 양산을 시작했다. 이 역시 원천 기술은 일본기업들의 차지였다. 국내 기업들은 일본 기업들과 손 잡고 싶었지만 일본 측은 거부했다. LCD에서 크게 덴 경험 때문이다. 그러나 불과 3년만인 지난해 삼성SDI와 LG전자는 일본 기업을 판매량에서 앞질렀다. 그 여파로 PDP의 원조격인 후지쓰와 NEC는 PDP 사업에서 철수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인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분야도 삼성SDI가 파이오니아를 제치고 지난해부터 1위에 등극했다. 한국이 사실상 평판 디스플레이분야에서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셈이다. 우리나라 산업 역사상 이렇게 빠르게 전세계에서 1위를 달성한 것은 디스플레이뿐이다. 왜 한국은 디스플레이 분야에 강할까. 여러 요인이 있겠지만 무엇보다도 산·관·학이 똘똘 뭉쳤다는 데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산업체는 과감한 적기 투자를, 정부는 인프라 구축과 초기 R&D 지원을, 학교는 인력과 기초 기술을 제공했다. 일본 기업들에 비해 보다 과감히 투자를 결정한 것도 결정적이었다. 미래를 내다보는 경영자들의 혜안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1위를 위해 밤샘을 거듭해온 연구진들과 생산현장의 직원들은 결과를 만들어낸 일등공신이다. 1위에 오른 만큼 과제도 적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2등과 1등은 다르다. 사이클시합에서 2등은 1등 뒤에서 맞바람을 피하면서 역전 기회를 엿본다. 그러나 1등은 맞바람에 맞서며 달려야 한다. 더욱 힘이 드는 건 당연하다. 이제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은 일본기업들이 맡아온 디스플레이 산업의 전체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 의무를 지게 됐다. 독불장군으로는 산업을 키울 수 없는 만큼 경쟁 디스플레이 기업을 비롯, 재료, 장비 업체들을 포용하고 공동의 목표로 이끌어내는 지혜와 지도력도 갖춰야 한다. 위기가 닥쳤을 때 협력업체의 등을 토닥이고 이끌어 가기도 해야 한다. 또 디스플레이 패널 분야에서 비해 아직까지 미흡한 국내 장비·재료 분야의 육성도 국내 디스플레이 기업들의 몫이다. 5년 전 국제정보디스플레이 (IMID 2001) 학술대회 및 전시회를 처음 개최할 때만 해도 이 행사는 국내용이었다. 빠른 발전을 거듭한 국내 기업간의 정보 교류와 논문 발표를 통한 기술 교류의 장에 머물렀다. 5회를 맞는 이번 IMID2005는 행사 규모나 질에서 엄청난 발전을 이뤄냈다. 참가논문은 초대에 비해 2배 가까이 늘어난 441편으로 증가했으며 발표국가도 7개국에서 19개국으로 늘었다. 전시회도 3개국에서 8개국으로, 부스 규모는 139부스에서 406부스로 2.5배 증가했다. 최근 미국에서 개최된 세계 최대의 디스플레이 세미나 및 전시회인 SID 2005와 비교해도 뒤짐이 없다. IMID 행사는 이제 국제적인 정보 및 기술 교류의 장이자 축제의 장이기도 하다. 국내 및 해외 선진 기업들과 석학들이 참가해 디스플레이 산업과 기술의 미래를 토론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디스플레이 산업이 앞으로도 나아가기 위해서는 뛰어난 인력 수혈,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지속적으로 수혈돼야 한다. 이러한 것이 국내에서만 이루어져서는 발전이 더딜 수 밖에 없다. IMID 2005행사는 이래서 더욱 중요하다. 국내외 기업인들과 연구진들에게 세계 최고의 기술과 제품을 보여주고 새로운 자극을 던져줘야 한다. 세계 최고의 디스플레이 전시회인 IMID 2005 행사가 개막됐다. 유형준기자@전자신문, hjy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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