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콤이 소매업에 진출하는 7월 1일은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모두에 사운을 건 운명의 날이다. 물러설 수도 없게 됐다.” 결국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 모두 와이브로 사업권을 포기했다. 이동통신 사업자로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는 ‘와이브로 주파수’를 내던져 양사는 상당기간 성장 동력을 잃은 채 단지 ‘후발 유선사업자’로만 남게 됐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이 와이브로 포기의 명분으로 삼은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성장을 멈춘지 오래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은 초고속인터넷 마케팅에 내년까지 최대 각각 2000억원을 상회하는 자금을 투입하기로 결정했다. 와이브로 사업권을 획득할 수 있는 자금이다. 그러나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양사 모두 발등에 떨어진 불이다. 밀리면 끝장이라는 식의 경쟁은 마치 마주보고 달리는 기차를 연상케 한다. ◇두 회사 중 하나는 반드시 패한다=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파워콤)은 7월 1일 이후 가입자 뺏어오기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후발사업자인 파워콤은 공격적인 마케팅을 예고하고 있어 하나로텔레콤으로서는 긴장할 수밖에 없다. 하나로텔레콤이 와이브로 대신 두루넷 인수를 택하고 파워콤의 소매업 진출 저지를 최우선 정책목표로 설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수천억원에 이르는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의 자금이 설비경쟁이 아닌 마케팅 경쟁으로 흐를 수밖에 없는 현실은 소모적이다. 가뜩이나 하나로텔레콤의 설비투자 비용은 2001년 6028억원에서 2004년 2834억원으로 53% 줄었다. 대신 마케팅 비용은 355억원에서 448억원으로 20.8% 늘었다. 데이콤도 설비투자가 2001년 1725억원에서 2004년 751억원으로 56% 줄었다. 하나로텔레콤과 데이콤의 퇴로 없는 경쟁은 유선사업자로서 광대역통합망(BcN) 등 차기 망 투자를 지연시키고 품질저하-요금인상으로 이어져 부담을 고스란히 이용자들이 떠안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대책도 없다=양사의 대충돌을 막을 뚜렷한 대안도 없다. 정통부가 파워콤의 소매진출을 막을 법적 근거는 없다. 정책 조정자의 역할을 하는 정통부는 유선 시장에서 이미 한계에 봉착해 있다. 후발사업자끼리의 경쟁은 유효경쟁 유도라는 카드도 쓸 수 없다. 또 외국자본이 들어와 있고 담합 의혹도 제기된 상황에서 정통부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제한 돼 있다. TPS, IPTV 등 방송서비스를 통해 망의 효율을 높이는 방안이 진정한 서비스 경쟁의 대안이 될 수 있으나 정부의 정책 리더십 부재 때문에 막혀 있다. 결국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무한경쟁으로 내몰려 결국 전용회선 시장처럼 막가파식 경쟁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데이콤과 하나로텔레콤의 인수합병이 유일한 대안처럼 시장에서 급부상하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인제대 김철수 교수는 “초고속인터넷 시장은 가입자 유치단계가 아니고 부가서비스 경쟁이 돼야 하는데 지금과 같은 경쟁은 시계를 3∼4년 전으로 돌려놓는 꼴”이라며 “정부는 전체 IT시장의 위기로 인식하고 대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손재권기자@전자신문, gjac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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