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월드베스트 상품군에는 ‘디스플레이’가 수 년째 확고하게 자리 매김을 하고 있다. 대부분 디스플레이하면 두께가 얇고 넓은 화면의 벽걸이형 TV를 우선 떠올린다. 그러나 예전부터 우리의 강점을 살려온 숨은 역군은 따로 있다. 바로 PC의 창문인 ‘모니터’다. 브라운관에서 LCD로 모니터의 주역이 바뀌면서 우리 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선두자리로 뛰어올랐다. 지난해부터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가 세계 컴퓨터 모니터 시장의 선두자리를 양분하면서 탄탄한 진입장벽을 구축하고 있다. LCD의 경쟁력이 모니터의 경쟁력이 된 셈이다. 결국, LCD 모니터의 선전도 그동안 일궈온 LCD 양산체제를 바탕으로 하고 있어 가능했다. 디스플레이 강자였던 일본 업체들을 완벽하게 밀어낼 수 있었던 것도 미래를 내다본 앞선 투자가 맞아떨어진 것이 큰 역할을 했다. 미래시장에 대한 분석, 분석을 토대로 한 정확한 예측, 예측을 기반으로 한 과감한 공격경영이 있어 가능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이는 벽걸이형 TV에서는 적합한 분석일 수 있으나 모니터의 성공 전략을 설명하기에는 2% 가량 부족하다. 모니터만의 월드베스트 성공전략이 숨어있다는 의미다. 업계 전문가들은 모니터 세계 시장 1위를 확보하게 된 이유를 △마케팅의 철저한 현지화 △앞선 인프라 투자 △발빠른 소비자 기호 파악 등 3가지로 꼽고 있다. ◇마케팅의 철저한 현지화 = 우리 기업 제품들이 각국의 다양한 브랜드가 각축을 벌이는 모니터 시장에서 자리매김하게 된 가장 첫 번째 이유는 ‘이미지 심기’다. 이는 현지 소비자들의 마음을 얻는 ‘감성 마케팅’의 일환이다. 현지에 적합한 광고를 실시하고 대표적인 공공기관에 납품해 이미지를 높이는 한편, AS에 대한 투자를 아끼지 않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그 결과, 각 국가별 모니터 시장에서 뛰어난 성과를 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수년째 브라질, 중국 등 해외 현지시장에서 모니터 시장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브라질 시장에서는 지난 2000년부터 5년 연속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프리미엄 제품인 17인치 이상 CDT 모니터와 TFT LCD 모니터에서 50% 이상 시장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 2002년 브라질 석유공사, 2003년 브라질 국영은행, 2004년 브라질 증권거래소 등 대형 공공기관에 잇따라 모니터를 납품하는 성과를 올렸다. 브라질 최대 광고대전에서 모니터 광고가 금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중국시장에서의 성과는 더욱 눈부시다. 지난해 32.5% 시장점유율을 기록하며 6년 연속 1위에 올라섰다. 중국 인민일보가 최근 실시한 브랜드 선호도 조사에서도 1위를 기록했다. 서비스·품질·신뢰도·기업이미지 등 15개 항목에서 전반적으로 좋은 평가를 얻었다. 중국 주요 정부기관과 활발한 수주 활동을 벌여 브랜드 노출 효과도 높이고 있다. 삼성전자는 △제품력 △지속적인 사후관리 △중국 소비자를 수용하는 노력 등을 중국 시장 성공 비결로 꼽았다. ◇앞선 인프라 투자 = 모니터 시장에서 계속 1위를 차지할 것 같았던 일본기업들이 퇴조한 것은 LCD 선행 투자에서 우리 기업들에게 뒤졌기 때문이다. 이는 LCD TV에서 선전과 괘를 같이하는 대목이다. 모니터 시장이 브라운관에서 LCD로 빠르게 변하는 과정에서 우리 기업들은 미리 시장성을 내다보고 투자를 서두른 것과 달리 일본기업들은 투자 여부를 고민하다가 결과적으로 세계 모니터 시장에서는 뒷자리로 물러났다.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2002년 시장침체기에도 불구하고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해 그 해 5월과 10월 5세대 TFT LCD 라인 가동에 들어갔고, 그 영향으로 한국의 TFT LCD는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단기간에 세계 최강의 자리에 올랐다. 시장 특성상 6개월에서 1년 앞을 내다본 선행 투자가 중요하다는 이론이 제대로 적용된 것이다. ◇발빠른 소비자 기호 파악 = 소비자들의 입맛에 맞춘 모니터의 생산이 성공 비결 중에 하나. 세련된 디자인과 다양한 앞선 기능이 그 항목에 해당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우리 기업들이 모니터 디자인 개발에 쏟은 정성은 대단하다. LG전자의 경우 다양한 디자인을 채용한 모니터로 각종 세계 디자인 대회에서 수상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단순한 PC의 부속 기기로 여겨졌던 모니터를 중요한 인테리어 소품의 자리로까지 끌어올렸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대부분 젊은층인 구매고객들의 지갑을 열개한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기능 차별화도 소비자 공략의 일환이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는 것. 외국업체들이 생각하지도 못했던 음이온 방출, 은나노 기능 등을 갖춘 제품들이 쏟아내면서 ‘웰빙’을 조미료로 첨가했다. 서동규기자@전자신문, dkseo@
◆브라운관 모니터 시대의 뒤안길로 접어든 것으로 평가받는 브라운관 모니터가 국내 기업들의 앞선 기술력으로 인해 부활의 꿈을 꾸고 있다. 브라운관 모니터는 2000년 이후 5년만인 지난해 57%가 TFT LCD로 대체됐다. 올해는 모니터 70%가 브라운관에서 TFT LCD로 바뀔 전망이다. 결국, 특수용도나 브릭스(BRICs) 등 신흥시장을 제외하면 모니터와 노트북 시장은 사실상 TFT LCD으로 평정이 된 셈이다. 그러나 지난 2월 브라운관 모니터에도 국내업체들의 기술 개발로 인해 새로운 희소식이 터져나왔다. 기존 모니터에 비해 두께를 30% 이상 줄인 슬림브라운관을 개발한 것이다. 그 폭발력은 슬림브라운관TV에서 증명됐다. 올 상반기 슬림브라운관TV의 판매량은 예상을 뛰어넘어 월 2만대 수준을 훌쩍 넘어섰다. 슬림브라운관을 개발한 삼성SDI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17인치 모니터용 제품에도 슬림브라운관 라인업을 확대키로 한 것. TV가 30인치대까지 출시됨에 따라 모니터도 대화면 제품으로 등장할 전망이다. TFT LCD보다 낮은 가격에 큰 화면을 즐기고 싶은 소비자에게는 맞춤형 제품이 될 가능성이 크다. 또, 업계 전문가들은 홈네트워킹 시대가 다가오면서 슬림브라운관 모니터의 역할이나 수요도 끊임없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우리 기업들은 이를 활용한 다양한 상품군을 개발할 경우 ‘제2의 브라운관 모니터 전성기’도 누릴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형화와 디자인 일본 기업들을 제치고 우리 기업들이 모니터 시장의 선두 자리를 대만업체들이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빠르게 쫓아오고 있다. 현재와 미래의 모니터 시장은 우리기업와 대만기업과의 승부로 압축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만업체들은 자금력 있는 대형 유통업체를 등에 지고 국내시장까지 겨냥할 정도로 성장했다. 대표적인 업체로는 CMV·벤큐·뷰소닉 등이 대표적이며 에이서와 삼포 등도 호시탐탐 시장 장악에 나설 태세다. 이에 맞선 우리 업체들의 차별화 포인트는 ‘대형화’와 ‘차별화된 디자인’이다. 시장조사기관 디스플레이뱅크에 따르면 지난해 전 세계 LCD모니터 시장은 6300만대 수준이며, 이중 17인치 제품은 54%로 3000만대, 19인치 이상이 16%로 1000만대를 차지했다. 그래프 참조 올해에는 19인치 이상 제품이 전체 8000만대 중 23%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되며, 국내는 19인치 비중이 더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 결국, 빠르게 19인치 LCD모니터로 무게 중심이 옮겨지고 있다. 이 같은 추세에 맞춰 삼성전자, LG전자 등이 19인치 LCD모니터 제품을 지난해에 비해 두 배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며, 전체 LCD모니터에서 차지하는 비율도 기존 20%에서 40% 수준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디자인도 키 포인트. ‘명품’의 평가를 받는 세련된 디자인의 제품들을 내세워 대만 제품들과 이미지 차별화에 나설 방침이다. 여기에 웰빙, 공기정화, 은나노 항균기능에서 이제는 색약자를 위한 기능과 네트워크 디스플레이 솔루션을 장착한 제품 등 기능의 차별화로 격차를 벌인다는 전략이다. 여기에 이레전자·BTC·현대이미지퀘스트·에이텍 등 사업전환이나 투자 감소로 힘겨운 경쟁을 해왔던 국내 중견 기업들이 시장 재탈환에 나서면서 ‘모니터 강국’ 수성에 힘을 보태고 있다. ◆평균별점 마케팅 ☆☆☆☆ 기술 ☆☆☆☆☆ 생산시스템 ☆☆☆☆☆ 디자인 ☆☆☆☆ 사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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