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SK텔레텍 겸업 규제 여부에 대한 KISDI의 보고서는 정부 정책 방향과는 무관하다. 최종 보고서가 아닐 뿐만 아니라 정책 결정은 정보통신부의 몫이다. 그렇지만 KISDI가 정통부 정책 논리를 제공해 왔기 때문에 연구 결과를 보면 어느 정도 정책 방향을 읽을 수 있다. 확실한 것은 정통부의 정책 기조에 뭔가 변화가 생겼다는 점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정통부는 전기통신사업법 개정 방안까지 검토했지만 올 들어 부쩍 신중해졌다. 완전한 허용까지는 아니더라도 강경 기조 흐름이 갈수록 퇴색하는 분위기다. ◇어떤 내용을 담았길래=보고서는 수직결합에 따른 부작용(경쟁제한)으로 △시장봉쇄 △약탈적 가격 △단말기-서비스의 배타적 결합 △단말기 산업의 국제경쟁력 감소 △필수정보의 배타적 제공 △계열사 간 불공정 내부거래를 꼽았다. SK텔레콤의 지원을 받은 SK텔레텍이 다른 제조사를 배제하거나 덤핑 가격으로 경쟁자를 퇴출시킬 수 있다는 우려다. 또 단말기 제조를 위한 정보를 독점적으로 받거나 배타적인 내부거래를 벌일 수 있다는 점도 언급됐다. 그러나 KISDI는 보고서에서 대부분의 경우 우려가 크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일부 요소의 경우 되레 경쟁을 활성화한다는 긍정적 효과를 내다봤다. 부작용이 예상되는 불공정 내부거래는 공정거래법으로 처벌이 가능하다고 봐 정보의 배타적 제공만이 유일한 부작용으로 꼽혔다. 물량규제 유지 방안에 대해서는 △SK텔레콤 공급물량 제한은 유통망과 직접 계약시 규제효과가 미약하고 △내수물량 제한은 지배적 사업자와 무관한 대상까지 규제하므로 정당성이 미흡하다고 분석했다. ◇전망=KISDI는 “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고, 정량적이 아닌 정성적 분석이기 때문에 토론에 따라 방향이 바뀔 수 있다”고 설명했다. 정책 방향을 잡기 위한 기초자료일 뿐이고 논의 초기 단계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 그러나 경쟁제한적 요소가 크지 않다는 대략적인 판단이 내려진 터라 이를 유지할 경우 사실상 구매물량 제한 수준의 규제를 제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이에 따라 조건부로 수직결합을 허용한 뒤 불공정 거래의 감시수단을 두는 조건부 허용으로 가닥을 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KISDI 관계자는 “물량을 규제하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사후적인 안전장치를 마련하는 방안”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책당국의 의지에 따라 필요하다면 진통이 있더라도 규제를 추가할 수도 있지 않겠나”며 “현재로선 법 개정 등 방법론이 부차적인 문제”라고 덧붙였다. ◇고민하는 정통부=정통부는 “아직 일정이나 방향이 확정된 바 없다”고 못박았다. 시한을 두지 않고 천천히 검토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되풀이했다. 그렇지만 법 개정을 하려면 규제가 종료되는 올해 말 이전, 늦어도 정기국회까지 매듭을 지어야 하는 상황이다. 정통부는 △SK텔레콤의 단말기 시장 지배력 전이 △SK텔레텍을 통한 SK텔레콤의 배타적 경쟁력 강화 △중소 제조업체의 입장 △규제의 적절성 등을 놓고 복잡한 고민을 거듭하는 상황이다. 특히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 전이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진대제 장관도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규제 여부를 SK텔레콤의 시장 점유율과 연계해 보겠다는 의중을 밝혔다. 정통부 측은 “KISDI 보고서가 손에 들어와 있지 않으며 방향을 정하지 않았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KISDI 측과는 최종 보고 내용을 놓고 의견을 조율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본격적인 검토에 들어갔음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신화수·김용석기자@전자신문, hsshin·y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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