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리버’는 한국을 MP3플레이어의 종주국으로 만들어낸 ‘월드베스트’ 상품이다. 국내 시장의 50% 이상을 점유하고 있으며 미국에서도 플래시메모리 타입 MP3플레이어 시장의 20%를 점유하며 부동의 1위를 지키고 있다.지난 99년 11억 원에 불과했던 매출이 지난해 4528억원으로 급성장한 ‘아이리버’의 성공요인은 무얼까. 개인 취향을 많이 타는 디지털 기기의 성공요인은 반도체나 휴대폰 등과는 조금 다르다. 전문가들은 △독특한 디자인 △입소문 마케팅 △CEO의 결단력 등을 꼽았다. 지난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의 가전전시회(CES) 개막 전야.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회장이 기조연설 도중 자그마한 디지털기기를 꺼내들고는 ‘디지털 삶을 앞당기는 기기’라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이 제품은 레인콤이 타도 애플을 외치며 야심 차게 선보인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 신제품 ‘아이리버 H10’이었다. 빌 게이츠가 누군가. 전세계 IT산업을 이끄는 황제다. 그가 던지는 한마디는 IT시장의 변화를 예고한다. 그런 그가 메이드인 코리아 MP3플레이어를 극찬한 것이다.
1. 독특한 디자인 ‘Design by INNO’. ‘아이리버’ 제품의 포장 박스에 항상 따라오는 문구다. 문구 옆에서 환하게 웃고 있는 사진 한 장. 바로 ‘아이리버’ 신화의 중요한 한 축을 담당해온 세계적인 디자인 그룹 이노디자인의 김영세 사장이다. ‘MP3플레이어=사각형’이라는 공식을 과감히 깨뜨리며 ‘아이리버’ 신화에 시동을 건 프리즘(iFP-100) 시리즈, 단일품목으로 100만대 이상을 팔아치운 크래프트(iFP-300) 시리즈, 액세서리와의 경계를 허문 N10까지 이노디자인의 작품은 업계에 큰 충격을 던져줬다. 물론 디자인의 혁신에는 기술적 능력도 뒷받침돼야만 했다. 처음 삼각기둥 형태의 디자인이 나왔을 때 레인콤 엔지니어들은 “도저히 부품이 안 들어간다”며 고개를 저었다. 이에 대한 경영진들의 반응은 “구겨넣어!” 연구진들은 결국 모든 부품을 담아내는 데 성공했다. 최근 출시돼 빌 게이츠가 극찬한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 ‘H10’ 역시 디자인에 큰 비중을 두고 있다. 하드디스크형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애플의 아이포드보다 더 작고, 더 편리하고, 더 눈에 띄는 제품을 만드는데 총력을 다했다. 지난 2000년대 초반 국내에만 130여 개의 MP3플레이어 업체들이 난립하는 상황에서 ‘아이리버’가 한발 앞서 나갈 수 있었던 것은 이처럼 MP3플레이어가 소비자의 문화적 감성에 호소하는 제품이라는 사실을 미리 간파했기 때문이다. 디자인에 승부를 걸었던 것이 적중했다.
2. 입소문 마케팅(buzz marketing) ‘아이리버’가 짧은 기간에 성공한 또 다른 비결은 입소문 마케팅의 활용이다. 사업 초기 양덕준 사장은 전 직원에게 한 가지 지시를 내렸다. “10∼20대가 자주 찾는 인터넷 공간에서 ‘아이리버’ 제품을 자랑하라”는 것이다. 소비자의 문화적 코드를 맞추려는 시도였다. 지난 2002년 6월엔 ‘아이리버 마니아 클럽’을 만들었다. 500명의 마니아들을 선발해 이들에게 일정한 혜택을 주면서 ‘아이리버’ 알리기에 나서주도록 요청했다. 미국·일본·홍콩·유럽 등에서도 활동하는 해외 요원들도 300명에 달한다. 하지만, 단순한 홍보에만 그치지는 않았다. 레인콤 직원 중 고객관리에 매달리는 인원만 3분의 1가량. 고객들의 입맛을 읽어내기 위해 적극 노력한다. ‘아이리버’ 서포터즈들이 제기한 문제점들이 제품개발이나 서비스 개선으로 이어지도록 매주 한차례 회의를 갖는다. 이때 반드시 개발자들이 참석해 그 자리에서 언제 개선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고 다음날 웹사이트에 결과를 올린다. 프로그램의 버전을 올려 새로운 기능을 추가하거나 문제를 해결하는 ‘펌웨어 업그레이드’도 지금은 일상화된 기능이지만 레인콤이 처음 시도했다. 창업 초기 택배수리 제품에 양덕준 사장이 직접 쓴 친필사와 메시지를 동봉해 ‘애프터서비스는 아이리버가 최고’라는 이미지를 각인시켰다는 일화도 유명하다.
3. CEO의 결단력 급변하는 디지털 기기 시장에서는 순간순간의 선택이 곧 사업의 성패를 좌우한다. ‘아이리버’의 성공 뒤에도 CEO의 결단력이 있었다. 양덕준 사장의 첫 번째 결단은 소닉블루와의 결별. 리오 브랜드로 유명했던 미국 소닉블루에 주문자개발생산(ODM) 방식으로 제품을 공급하면서 큰 성과를 올렸지만 여러 문제가 생기자 2001년 당시 레인콤 전체 매출의 75%를 차지하던 소닉과 관계를 과감하게 청산했다. 이후 시장 직접 진출에 난항을 겪자 내부에서는 유명 브랜드의 새로운 ODM선을 확보하자는 의견이 등장했지만 양 사장은 “여기서 포기하면 ‘아이리버’ 브랜드는 소멸할 것이니 힘들어도 우리 브랜드로 밀고 나가자”고 말했다. 결정을 소신있게 밀어붙인 것이다. 마침 레인콤이 준비중이던 데이터플레이 MP3플레이어에 미국 최대의 가전 양판점인 베스트바이가 관심을 가지면서 CD 타입 MP3플레이어와 플래시메모리 타입 MP3 플레이어까지 모두 입점하는 최상의 결과를 얻게 된다. 당시 베스트바이 측의 요구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 제품을 3개월 만에 개발·양산하고 500개 매장에 대한 물류 시스템을 만들라’는 빡빡한 것이었지만 불가능하지만 해보겠다는 또 한 번의 결단이 내려지면서 ‘아이리버’ 신화는 마침내 시작됐다. 이후에도 플래시메모리 공급부족 현상에 대비, 신제품인 크래프트의 가격을 높게 책정해 채산성을 확보하면서도 오히려 시장점유율을 끌어올린 것이나 애플의 아이포드 미니에 대항한 하드디스크형 신제품 H10의 출시 등 레인콤의 발빠른 결단은 계속 빛을 발하고 있다.
[기고]최문규 얼리어답터 사장 전세계 모든 제품들을 다루다 보니 우리나라 제품이 세계적인 브랜드와 어깨를 견줄 때면 무척 기분이 좋아진다. 전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서 애플의 상승세가 대단하다. 반면 애플의 성공신화와 함께 조명되는 업체가 있으니 바로 ‘아이리버’로 유명한 레인콤이다. 애플을 꺾을 수 있는 유일한 업체로 기대되는 업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아이리버’가 국내 시장 평정에 이어 세계적인 기업들과의 한판 대결에서도 승리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우선, 사업 초기와 달리 디자인적인 변별력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아이리버’가 시도한 독특한 디자인은 말 그대로 이제는 ‘독특한 디자인’이 아니다. 최근에는 경쟁사들이 먼저 획기적인 디자인을 앞세운 제품을 내놓기도 했다. 이는 레인콤이 덩치가 커지면서 신제품을 출시하는 주기가 점점 늦어지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과거에는 제품 하나하나가 ‘혁신’이었지만 지금은 단순히 많이 팔릴만한 제품을 내는 경우도 있다. 요즘 디지털 기기는 좋은 컨셉이 디자인을 압도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다기능적인 제품을 좋아하지만 미국 사람들은 다양하고 예쁜 디자인보다는 단순하고 사용하기 편한 디자인을 좋아한다. 이처럼 전세계로 뻗어나가려면 현지 소비자의 취향을 파악하는 것이 필수다. 무엇보다 컨버전스 시대에 대응해야 한다. MP3폰과 같은 컨버전스 제품이 많이 있음에도 MP3플레이어가 단일 품목으로 각광을 받은 것은 아직 컨버전스시대가 완전히 도래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제대로 된 컨버전스 제품이 등장하면 ‘아이리버’도 변신이 필요하다. 소니의 디지털카메라 겸용 MP3플레이어와 경쟁해야 하고, 삼성전자의 고품질 MP3폰과도 경쟁해야 한다. 지속적인 아이디어의 ‘혁신’만이 ‘아이리버’의 강점을 살릴 수 있다. 끊임없이 ‘혁신’하는 ‘아이리버’의 모습을 보일 때만 월드베스트의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moonn@earlyadopter.co.kr
"레인콤·애플 양강구도 깬다" 대기업·중기 너도나도 도전 ‘우리도 있다!’ 레인콤(플래시메모리 타입)과 애플(하드디스크 타입)로 양분된 세계 MP3플레이어 시장에 전운이 감돌고 있다. 삼성전자·LG전자 등 전자 대기업은 물론 중소업체들도 저마다 강점을 내세우며 ‘월드베스트’가 되기 위해 과감한 도전장을 던진 것이다. 가장 적극적인 곳은 삼성전자다. 최초로 관련 제품을 개발하고도 시장을 장악하지 못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신제품을 쏟아내고 다이아몬드를 박은 90만 원짜리 ‘명품’을 출시하기도 했다. 6만5000컬러 LCD를 탑재하고 무게도 82g에 불과한 6Gb 하드디스크형 MP3플레이어를 선보이며 애플과도 한 판 대결을 벌일 기세다. 삼성전자 디지털미디어총괄 최지성 사장은 지난 1월 CES에서 오는 2006년 MP3플레이어 세계 판매 1위 목표를 밝혔다. 지난해부터 본격적으로 MP3플레이어 시장에 뛰어든 LG전자도 올 해 초소형 타입 출시와 함께 대기업만이 할 수 있는 공격적 행보로 시장에 파란을 불러왔다. 지난달 자사 MP3 브랜드인 ‘X프리’ 전용 홈페이지를 열고 콘텐츠 서비스를 본격화하고 있다. 지난해 말 SK텔레콤의 정액제 음악서비스인 멜론과 연동하며 기세를 올린바 있는 거원시스템은 10일부터 독일에서 열리는 IT전시회 세빗에서 2층 규모의 대형 부스를 마련하고 PMP와 HDD형 MP3 플레이어 등 신제품 6종을 선보인다. 엠피오도 세계 최소형 휴대형멀티미디어플레이어(PMP)를 비롯한 신제품 13종을 대거 출품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현원도 길이·폭·두께가 모두 2.4㎝이고 무게는 18g에 불과한 정육면체형 MP3플레이어를 이달 말 출시하면서 소비자들의 시선을 끌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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