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대폰 시장에서 방송수신이 가능한 휴대폰인 이른바 ‘방송폰’이 어느 정도의 파워를 갖출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안승권 LG전자 부사장은 DMB폰 시장 전망에 대해 “2∼3년내 전체 휴대폰 시장의 50%선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카메라폰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닮을 것이란 설명이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는 시장 전망 자료에서 DMB단말기 시장이 2012년 30억 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러나 이는 추정일뿐 방송폰이 전체 휴대폰 시장의 절반을 차지하는 ‘킬러’가 된다면 휴대폰 시장 판도에 주는 영향력은 엄청날수 밖에 없다. 실제로 일본의 휴대폰업체인 샤프의 경우 일본내 5위권에도 못들던 마이너 제조업체에서 카메라폰 세계 첫 출시후 3년내 일본 2위 업체로 올라선 저력을 보여줬다. 세계 시장에선 일본을 대표하는 카메라폰 제조업체로 주가를 날리고 있을 정도다. 세계 주요 휴대폰업체간 방송폰 장악 경쟁은 이미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국내 휴대폰업체가 유리한 점은 첫 상용화 시장이 바로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앞서거니 뒤서거니하며 지상파DMB폰과 위성DMB폰 개발에 성공했다. 특히 두 회사는 독자적인 방송수신용 베이스벤드칩을 개발해 힘을 비축해놓고 있다. 방송폰 세계 1위를 위한 첫 격전지는 유럽이 꼽힌다. 유럽은 이동통신사업자들이 휴대이동방송규격으로 ‘DVB-H’를, 방송사업자들이 ‘디지털오디오방송(DAB) 기반의 지상파DMB’를 선호하는 형국이다. 보다폰, O2 등 이통사들은 DVB-H폰의 개발을 눈여겨보며 상용서비스를 저울질 하고 있으며, 독일 바이에른주 등은 지상파DMB 도입을 공식화했다. 업계 한 전문가는 “유럽 이통사에는 반 노키아 정서가 있어 아직 이들이 DVB-H 진영에 들어섰다고는 볼 수없다”며 “또한 방송사들이 가진 방송콘텐츠 힘을 고려하면 지상파DMB에도 승산이 있다”고 전망한다. DVB-H는 노키아가 지금까지 주도적으로 이끌어온 규격이다. 유럽시장에서 지상파DMB가 세를 얻을 경우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이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회사 모두 지상파DMB폰은 물론 휴대폰용 지상파DMB 베이스밴드 개발도 끝냈기 때문이다. 특히 디지털TV 기술을 인정받고 있는 LG전자는 휴대폰에서의 TV수신율 분야에 강점을 보이고 있다. DVB-H가 대세를 이루더라도 LG전자와 삼성전자의 라인이 힘을 발휘할 것이란 전망도 있다. 방송폰이라는 특성상, 수신칩 부분을 제외하면 개발 및 양산 기술은 유사하기 때문이다. 즉, 국내에서 위성DMB와 지상파DMB 본 방송이 시작되고 두 회사가 국내 시장을 놓고 경쟁을 하며 수많은 노하우를 쌓을 수 있다. LG전자의 한 관계자는 “DVB-H폰 개발에도 착수한 상태”라며 “DVB-H가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출시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도 유럽에서의 DVB-H폰 시장 공략 계획을 이미 완료한 상태다. 또한 미국을 장악할 것으로 예상되는 퀄컴의 휴대이동방송규격인 ‘플로(FLO)’ 수신용 휴대폰 시장에서도 삼성전자와 LG전자가 한 발 앞서나가고 있다. CDMA칩업체인 퀄컴이 경쟁 규격을 가진 노키아와 선을 긋고 있어, 세계 2∼5위업체들이 유리하다. 물론 삼성전자와 LG전자는 플로 베이스벤드칩 개발 단계에서부터 휴대폰업체로서 퀄컴과 협력 중이다. 세계 방송폰 시장 주도권 경쟁은 내년이 중대한 시점이다. 유럽에서 방송폰 시장은 2006년부터 형성되겠지만 각 방송사나 이통사는 내년께 휴대이동방송규격을 결정할 확율이 높다. 이런 시점에 지난달과 이번달 노무현 대통령의 브라질, 프랑스 방문은 의미를 지닌다. 지난달 17일(현지시각) 노무현 대통령의 브라질 순방에 맞춰 LG전자는 상파울루 그란멜디아 호텔에서 지상파DMB폰 시연회를 가졌다. 또 이번달 프랑스 방문 길에는 파리에서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위성DMB폰과 지상파DMB폰을 각각 나란히 선보였다. 미지의 영역인 방송폰에서 선두 이미지 잡기에 나선 셈이다. 업계 한 전문가는 “국내에서 지상파DMB와 위성DMB 서비스가 궤도에 올라 시장을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세계 방송폰 시장 공략에 나선다면 2006년 방송폰 시장 형성과 함께 국내 업체들의 독주도 기대해 볼만 하다”고 말했다. 성호철기자@전자신문, hcsu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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