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은 날고, 내수는 기고’ 2004년 IT산업계는 이 한마디로 요약된다. 세계 경제가 살아나면서 반도체·디스플레이·휴대폰·디지털TV 등 하드웨어에서 게임에 이르기까지 우리 IT제품의 수출은 최고조에 달했다. 반면 미래의 불확실성으로 국민이 지갑을 열지 않아 소비는 극도로 침체됐다. 기업의 마케팅과 투자 의욕도 사그라져 악순환을 부채질했다. 올해 IT 시장은 어떠했는지, 산업계는 어떻게 대응했는지 시리즈로 살펴본다. 내수 의존도가 높은 통신·방송 시장은 올해 부침이 심했다. 상반기엔 이동전화 번호이동성 실시로 신규 및 변경 가입자가 늘어나 통신시장 전반이 활기를 띠었지만 하반기에 영업정지의 여파와 사업자의 마케팅 자제로 인해 정체됐다. 이동전화사업자의 매출 증가는 둔화했지만 수익성은 개선됐다. 유선전화시장은 시내외 전화, 국제전화 등 기존 음성 시장은 물론 초고속인터넷시장의 경쟁 격화로 지난해에 비해 시장이 활성화되고 수익성도 한층 개선됐지만 가입자 포화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케이블TV사업자들도 가입자 증가 둔화에 저가 경쟁이 겹쳐 수익성이 악화됐으며, 지상파방송사도 기업들의 광고비 지출 억제로 불황을 겪었다. 통신사업자들은 신시장 창출을 위해 유무선, 통신·방송, 통신·금융 등의 결합서비스를 잇달아 내놓았지만 시장 잠재력을 확인하는 수준에 그쳤다. 가입자 확대에서 수익성과 부가가치 창출로, 마케팅 경쟁에서 신규 서비스 선점 경쟁으로 급선회한 게 2004년 통신·방송시장의 큰 특징이다. 유선과 이동전화사업자들도 저마다 이 흐름에 맞게 사업조직을 미래 지향적으로 개편했다. 통신시장의 공정경쟁도 어느 정도 정착됐다. 유무선 번호이동성제를 성공적으로 도입했으며 해묵은 SK텔레콤의 합병인가 조건 논란을 매듭지었다. 과도한 번호이동성 마케팅도 통신위의 강력한 제재로 진정됐다. 그렇지만 지나친 마케팅 위축으로 가뜩이나 침체된 내수 시장 경기에 찬물을 끼얹는 결과도 초래했다. 통신 구조조정도 본격화했다. 올해 말에 윤곽을 드러내는 두루넷 매각으로 2년 넘게 끌어온 유선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 국면에 접어들 전망이다. 케이블방송시장도 ‘규모의 경제’를 갖춘 MSO와 MPP 중심으로 재편돼 통신에 이어 새로운 IT인프라 축으로 거듭났다. 융합이 본격화하면서 갈등도 심화했다. 디지털TV 전송방식과 위성디지털멀티미디어방송(DMB)을 놓고 통신과 방송산업계의 대결 구도가 형성됐다. 지상파TV 재전송을 놓고 통신사업자와 지상파방송사업자, 위성방송사업자와 케이블TV방송업계의 갈등이 첨예했다. 초고속인터넷을 둘러싼 유선사업자와 SO 간 갈등도 불거졌으며, MP3폰을 놓고 이동전화사업자와 음반업계의 대립도 거셌다. 다행히 디지털TV전송방식 논란을 종식시켰고 위성DMB도입을 위한 방송법 개정도 이뤄졌으며, MP3폰 갈등도 조정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렇지만 갈등은 여전히 남아 있어 내년에 또 한 번 홍역을 치를 전망이다. 새로운 통신·방송 정책 대안도 활발히 모색됐다. 정보통신부는지난해 내놓은 IT신성장동력 산업 발굴 정책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신규 통신·방송서비스와 IT인프라 고도화를 전면에 내세운 IT839정책을 내놓았다. 방송위원회도 규제 일변도라는 비판을 수용해 산업정책에 관심을 기울였다. 디지털TV전송방식 논란 종식을 계기로 정통부와 방송위의 정책 협력도 가시화했다. 하지만 아직 초기 수준이고 양측의 ‘프로토콜’을 맞추는 데 상당한 시간이 필요해 산업계의 정책 욕구를 제대로 충족할지는 미지수다. IT839정책 역시 침체된 내수 시장을 당장 개선하는 데엔 역부족인 것으로 드러나 정통부는 ‘디지털국력강화대책’이라는 이른바 IT뉴딜정책을 모색중이다. 정책 대안 찾기는 활발했지만 집행은 잔뜩 위축됐다. 특히 검찰의 정보화촉진기금 수사를 계기로 정통부의 기금 집행이 위축됐다. 그나마 기금 운용과 예산 집행의 투명성이 높아진 게 성과다. 통신서비스의 글로벌화도 올해 본격화했다. KT와 SK텔레콤의 연해주·베트남 등지 해외 운영 사업이 호조를 보이면서 가능성이 확인됐다. 전자정부 솔루션 등 국내 IT 노하우 수출도 활발해졌다. 신화수기자@전자신문, hssh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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