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백업센터 구축을 포함한 재해복구(DR) 체계 구현에 주력해 온 은행권이 비즈니스상시운용체계(BCP)로 시야를 넓히고 있다. BCP는 시스템과 데이터·애플리케이션 등 IT 인프라와 전산 업무의 복구를 꾀하는 DR와 비IT 부문을 포괄하는 상위의 개념으로 전산은 물론, 재난·재해 등 비상사태에 대비한 현업 업무 프로세스의 사전 대비 및 사후복구 체계까지 포괄하는 전사적인 통합 대응체계를 일컫는다. 은행권의 BCP 도입은 전산설비의 손실 또는 작동불능에 따른 사후 대응과 복구에 초점을 둔 DR 시스템이 금융기관 내 다양한 조직의 체계적인 사전대비와 사후지원이 없이는 실효를 거두기 어렵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추진형태=지난 2001년 미국 9·11사태 이후 최근 1∼2년새 금융·통신 업종을 중심으로 많은 논의가 진행됐지만 BCP 차원의 프로젝트보다는 금융감독 당국의 권고에 따른 DR 시스템 구축에 머물며 이렇다 할 준거(레퍼런스) 사이트가 나오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일부 은행을 중심으로 BCP 컨설팅과 DR 시스템 구축을 동시에 추진하는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본격적인 BCP 추진에 앞선 중간적 형태로 IT BCP 개념의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사례도 나오고 있다. 또 일부 은행은 바젤Ⅱ에 대응하기 위한 운영리스크 관리체계 구축과정에 BCP의 개념을 적용하려는 시도도 생겨나고 있다. ◇현황=제일은행은 지난달 27일 현대정보기술과 BCP 사업계약을 해 금융권에서 처음으로 BCP와 DR 시스템의 동시 구현에 들어갔다. 총 300억원(추정)이 투입돼 향후 5년간 4단계로 진행되는 이번 사업은 재해 발생시 전산과 현업 업무 영역을 포괄한 DR 시스템 구현을 목표하고 있다. 재해 발생 후 30분 이내 정상 업무진행이 가능하도록 ‘실시간 미러링’ 방식이 적용되는 이번 사업은 1단계로 계정계·정보계·대외계, 인터넷뱅킹, 외환시스템 등에 대한 백업체계를 구축하며, 2단계로 유가증권(SIMS)·신용위험관리, 법원통신 등 시스템에 적용할 예정이다. 중앙은행인 한국은행은 전산 시스템을 대상으로 한 IT위험관리 프로젝트에 이어 최근 각종 재해·장애로 금융망의 지급결제 업무가 중단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BCP 컨설팅에 나섰다. 약 4개월 간 이뤄지는 이번 작업은 한은 금융망은 물론 이와 연계된 내부 전산(회계) 시스템, 국가재정정보시스템 등 지급결제 업무와 연계된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 한은은 BCP 컨설팅을 통해 금융망에 발생 가능한 장애·재해 유형의 사전 파악, 분석 및 평가 등을 수행하고 사후 단위업무별 처리 기준을 수립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그 결과를 반영한 장애방지 및 사후조치 항목 등을 담은 BCP 매뉴얼도 제작한다는 방침이다. 또 외환은행은 바젤Ⅱ의 운영리스크 체계에 대비하기 위한 차원에서 BCP의 개념을 도입할 예정이다. 현재 현대정보기술과 삼성SDS를 대상으로 DR센터 사업자 선정작업을 진행중인 외환은행은 오는 10월 차세대 시스템과 백업센터 개통 이후 연말까지 BCP 개념을 반영한 운영리스크 관리 방안을 도출한다는 방침이다. 최근 한국IBM을 백업센터 구축 사업자로 선정한 우리은행은 오는 9월 말 차세대 개통 이후 곧바로 IT BCP 체계를 도입한다. 이와 관련, 우리은행은 IBM BCS와 함께 컨설팅에 착수, 연말까지 전산시스템의 장애발생시 전산시스템 복구와 관련 업무 유지를 위한 계획을 수립할 예정이다. 또 12월 중 컨설팅 결과를 토대로 전사 부문으로의 확장 여부를 검토할 방침이다. ◇전망=금융권의 BCP는 사별로 시스템 환경과 투자여건에 따라 컨설팅을 동반한 전사차원의 프로젝트를 수행하거나 DR 체계를 토대로 확장하는 방식으로 양분될 전망이다. 특히 재난·재해는 물론 사스(SARS)와 같은 전염병, 파업 등과 같은 비 IT적인 요인까지 감안하고 있으며 시스템·업무 복구 시간도 기존 3∼4시간에서 실시간에 가깝도록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고 있다. 이상렬 현대정보기술 전무는 “국내 금융기관들이 그동안 금융감독 당국의 권고 수준에 초점을 맞춰 왔지만 최근 들어 외국계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BCP 채택이 검토되고 있다”면서 “이제 DR 시스템도 실시간 백업에 준하는 시스템을 구현해 제2의 주전산센터로서 기능하도록 추진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정환기자@전자신문,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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