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휴대폰도 생산자책임재활용제(Extended Producer Responsibility)의 대상에 포함된다. EPR란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 촉진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따라 폐기물의 일정량을 재활용하도록 생산자에게 의무를 부여하는 제도다. 이에 따라 폐휴대폰도 이제 의무적으로 회수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휴대폰 유통의 독특한 특성 때문에 EPR 시행에 문제가 발생했다. 일반 가전제품과 달리 휴대폰은 제조사가 만들어 서비스사가 파는 구조다. 업계는 폐·중고 휴대폰 회수를 놓고 공방을 벌이는 중이다. 책임소재를 확실히 하지 않으면 내년 휴대폰 EPR 시행이 파행을 겪을 수도 있다. 먼저 휴대폰제조업체는 휴대폰 판매업체가 EPR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휴대폰은 제조업체가 만들지만, 판매는 서비스업체가 한다는 것이다. 서비스업체들이 휴대폰 판매 과정에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기 때문에 회수 및 재활용의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논리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올해부터 서비스센터(AS)를 통해 자체적으로 폐·중고 휴대폰 회수와 재활용에 나서고 있지만, EPR에 대한 책임은 판매를 담당하는 서비스업체에 있다”고 주장했다. 서비스업체는 휴대폰을 판매한다는 이유만으로 ‘독박’은 쓰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EPR가 기본적으로 제조사에 책임을 규정하고 있다는 점도 강조한다. 제조사와 폐휴대폰 회수와 재활용에 관한 협력 방안을 모색할 수 있으나, 회수와 관련해 모든 책임을 지는 데에는 반대하는 것이다. SK텔레콤 관계자는 “냉장고 등 가전제품과 마찬가지로 휴대폰도 제조사의 책임이 크다”며 “제조사들이 자체 유통하는 휴대폰까지 서비스업체까지 책임질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양측 입장만큼이나 관계부처의 의견도 엇갈린다. 정보통신부는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손을, 산업자원부는 휴대폰제조업체의 편을 들고 있다. 정보통신부 관계자는 “장롱 휴대폰을 없애기 위해 번호이동이나 기종 변경으로 발생한 단말기에 3만원의 보상금을 줘서 이통사들이 직접 수거하도록 했다”며 “이후 처리는 제조업체들도 역할을 분담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자원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보상금은 이동전화서비스업체의 마케팅 수단”이라며 “현재 유통중인 휴대폰의 소유권은 이동전화서비스업체가 갖고 있는 만큼 상호 양보할 부분이 있다”고 응수했다. 국무조정실의 역할을 필요로 하는 대목이다. 평행선을 달리는 양측의 입장은 내년 시행하는 휴대폰 EPR 시행의 난항을 예고한다. 정부로선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서비스와 제조사 모두가 책임이 있는 만큼 양쪽 모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양측이 EPR 시행에는 동의하면서도, 미묘한 감정 싸움으로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연초에 휴대폰 EPR 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업체간의 이해관계, 주무부처의 모호한 입장, 관계 부처 간 입장차 등으로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른 폐휴대폰의 책임 회수 및 재활용의 시기가 늦어지고 있다. 김익종기자@전자신문, ij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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