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지제록스·롯데캐논·신도리코 등 복사기 업체들이 안전인증을 받지 않은 비정품 중고복사기의 기승을 막아달라며 관세법 및 전기용품안전관리법의 개선을 요구하고 나서 정부와 진통을 겪고 있다. 정부는 이같은 조치가 시장개방과 역행될 뿐 아니라 통상마찰까지 일으킬 가능성이 있다며 곤혹스러워하고 있는 반면 업계는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한국에서 철수도 불사하겠다며 반발하고 있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후지제록스·롯데캐논·신도리코 등 주요 복사기 업체들은 지난 99년 세관장 확인 고시품목에서 제외된 이후 지난 99년 295억원대였던 비정품 복사기 수입규모는 2000년 328억원, 2001년 420억원, 2002년 430억원대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여 피해가 커지고 있고 불법제품의 기승으로 복사기 영업에서 심각한 타격을 받고 있다며 외국인투자지원센터, 국무조정실 등에 대책마련을 요구하고 있다. 복사기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들 복사기는 산업적 피해는 물론 화재 또는 감전 등 사고발생 가능성이 높아 소비자들의 안전이 심각하게 위협받고 있다”며 “국내 유통되기 전 통관절차에서 안전인증 여부를 확인하는 세관장 확인 고시품목으로 재지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사기는 현행 전기용품안전관리법상 안전인증을 받도록 돼 있으나, 지난 99년 세관장 확인대상품목에서 제외됐다. 그러나 산자부·관세청 등 정부 부처는 규제개혁위원회가 규제완화를 요구하고 있고, WTO도 자유무역을 강조하고 있어 복사기 업체들에 대해서만 예외조항을 두기는 어렵다는 입장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관세 또는 부과금 이외에는 일절 수출입에 대한 규제를 할 수 없다는 GATT 11조 1항과 국내업체들의 요구사항이 딜레마로 작용하고 있다”며 “자칫 통상마찰을 야기할 수 있어 인베스트코리아를 중심으로 논의를 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정부가 이같이 나빠진 투자환경 및 유통환경을 그대로 방치한다면 중국으로의 공장이전 등 한국시장에서의 사업철수 가능성을 내비치며 반발하고 있다. 롯데캐논은 내수 점유율의 40% 이상을 비정품 복사기에 잠식당했고, 한국후지제록스와 신도리코도 각각 시장점유율 이 각각 20%, 10%씩 떨어졌다며 이대로 방치할 수 없다는 강경한 입장이다. 업계는 불법 복사기가 내수 경기가 어려웠던 지난해의 경우 정품에 비해 최대 40% 가량 저렴한 비정품이 500억∼600억원 대에 이를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김원석기자 stone201@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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