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시장의 공정경쟁체제를 확립하기 위해 도입한 각종 정책을 두고 그 효과에 대한 논란이 끊이질 않는 가운데 유선시장과 무선시장의 대표적 2위 사업자가 해당 시장에서 약진을 거듭했다. 유효경쟁 정책이 단순히 후발사업자의 시장점유율 증가로만 평가할 수 없으나 2위 사업자의 선전은 시장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견제가 가능해졌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풀이된다. 반면 1위 사업자들은 애써 구축한 자산과 고객을 후발업체에 공짜로 내주게 됐다며 여전히 볼멘소리를 내고 있고, 3위 이하 사업자들은 자신들을 외면하는 정책이라며 정책적 보완을 요구했다. 전문가들은 유효경쟁 정책이 시장지배적 사업자의 독점력을 해소해 소비자들의 만족도를 높이고 후발업체들의 시장진입 장벽을 낮추는 실질적인 효용성을 높이기 위해 수시로 경쟁상황을 평가하도록 제도화해 추가적인 보완정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2위 사업자들 체력 증가=이동전화 번호이동성제 시행 이후 KTF가 크게 약진했다. KTF는 지난 17일까지 총 35만4000여명의 SK텔레콤 가입자를 빼앗았다. 010 신규가입도 월평균 30만명씩 유치해 해지자를 뺀 순증가입자가 지난 한달만도 24만명이다. 이 회사가 지난 한해 동안 전체 순증가입자가 10만7000여명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당초 세운 올해 순증 목표 140만명을 무난히 달성, 시장점유율을 30%대 후반으로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됐다. 전파사용료 차등지급도 수익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 가입자당 사용료를 SK텔레콤은 2300원으로, KTF는 1600원으로 조정하면서 SK텔레콤은 연간 200억원을 더 내나, KTF는 135억원 인하 효과를 거두게 됐다. 유선시장 2위 하나로통신의 전망도 밝다. 필수설비공동활용제(LLU)와 초고속망사업자(ISP)간 연동대가 조정 등에 힘입어 설비투자의 효용성을 높이고 가입자 기반의 경쟁이 가능해졌다. 하나로통신은 특히 시내전화 번호이동성제와 인터넷 전화 서비스에서 각각 37만명과 12만명의 추가 가입자를 확보할 계획이다. 특히 번호이동제가 하반기 서울과 부산으로 확대되면 점유율을 연말까지 7∼8%대로 끌어올릴 것으로 내다봤다. 1년전 3%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해 큰 성장이다. 인터넷전화 부문은 정책결정 수준에 따라 목표를 더 높게 잡을 계획이다. 각 서비스의 예상 가입자당 매출(ARPU)을 따져보면 연간 600억여원의 추가 매출이 기대된다. ◇후 순위 사업자들 볼멘 소리=반면 3위 이하 업체들은 유효경쟁 정책의 효과를 상대적으로 덜 누리고 있다. LG텔레콤은 3월초 한때 하루 유치고객 3000여명까지 떨어진 적도 있으며 지난달까지 010 신규 고객 가입도 KTF보다 크게 뒤졌다. 전파사용료 차등지급도 LG텔레콤은 65억원밖에 절감이 되지 않는다. 이달부터는 뱅크온 등 모바일뱅킹 서비스 확대와 함께 010 가입자 유치에 힘을 모으는 LG텔레콤은 그러나 힘에 부치는지 효과적인 경쟁체제 도입을 위해 2위 사업자와 차등한 정책 적용을 요구했다. 데이콤도 시외·국제전화, 전용회선 등 주력사업에 호재가 없으며 정책 수혜도 적다. 네트워크 과잉투자에 따른 유선사업 구조조정, 전용회선 시장 축소(VPN 도입률 36%), 시외·국제전화 수익성 악화의 3중고를 겪고 있는 처지다. 이 때문에 데이콤은 시내전화 시장 진출이라는 카드를 빼들었지만 기업 시장에 국한될 수밖에 없어 가입자 확보가 쉽지 않다. 초고속기간통신사업자로 등장할 SO의 대형화와 자가망 확보로 일부 지역에서 하나로가 파워콤망 대신 SO망을 활용하기 시작한 것에도 신경 쓰인다. ◇보완 위한 후속 조치 시급=유효경쟁 정책 보완에 대해 2위 사업자나 후 순위 사업자 모두 한 목소리다. 번호이동성 시차제를 잘 도입해놓고도 SK텔레콤에 약정할인제를 허용해 취지를 흐리게 했다고 주장한다. 스피드 010 브랜드 선점에 대한 정부의 규제도 용두사미가 됐다. 한 후발사업자 관계자는 “번호이동성제나 LLU가 제 기능을 하려면 멤버십 제도나 전화설비 공용 등 실질적인 보완과 주기적인 경쟁상황 평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통부와 KISDI 관계자들은 “유효경쟁 정책이 특정사업자를 위한 것이라는 생각이 그릇된 것”이라며 “보완하더라도 독점을 제거해 이용자 만족도를 높이고 자원의 효율성을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말했다. <정지연기자 jyju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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