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3월 현재 중국에 진출한 국내기업은 약 2500여 개(KOTRA 자료 기준)에 달한다. 올해 초 한국국토연구원은 국내 기업의 약 75%에 해당하는 업체들이 공장설비의 해외 이전을 고려하고 있다고 발표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제조기업 202개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도 국내 10개 제조업체 가운데 9개사가 중국 시장에 이미 진출했거나 진출을 추진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미 국내기업의 생산기지 해외이전, 특히 중국행은 기업 규모를 떠나 선택이 아닌 필수처럼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각종 조사 결과는 중국으로 생산 거점을 옮긴 국내 기업들의 20%가 투자실패를 경험할 정도로 해외 이전의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이 같은 위험에 대해 국내 본사의 경영진들은 해외 현지의 미비한 법·제도적 환경과 전문인력 부족이 가져오는 관리의 어려움을 지적하고 있다. 현지 생산·판매·인력 등에 대한 파악이 어려워 기업의 경영활동에 장애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해외에 진출한 국내 중견중소 기업 경영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모 중견기업 사장은 “투명하지 못한 업무 관행과 기득권 상실에 대한 불안으로 중국 사업장으로부터 재고량과 같은 기초 데이터조차도 본사에 정확하게 보고되지 않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기업들은 해외 지사 관리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한 방안으로 현지 법인의 정보화와 국내 본사와의 통합 시스템 구축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하지만 구축 비용과 유지보수 비용은 중소기업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이에 대한 최적의 대안으로 ASP를 통한 본사와 해외법인 간 통합 정보시스템 구축이 부상하고 있다. 더욱이 코인텍·넥서브·비텍스비 등 ASP 전문 기업들이 실제 구축 및 서비스에 성공하면서 이에 대한 관심과 도입이 더욱 늘고 있는 상황이다. 넥서브는 화물 전문 중견그룹인 원진그룹과 ASP 방식의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계약을 맺고 약 9개월 동안 국내 4개사 및 중국 내 5개 사업장을 연계한 시스템 구축 작업을 끝내고 시스템 안정화 작업을 진행중이다. 이번 사례는 해외에 별도의 서버와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지 않고 인터넷을 통해 본사와 통합된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점에서 해외법인 정보화를 추진중인 국내 기업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코인텍도 일본계 광전자 부품 전문업체인 한국고덴시(익산 소재)의 한중일 ERP 통합 프로젝트에 ASP를 적용하고 있으며 비텍스비도 의류업체인 아이텍스필의 과테말라·요르단 생산공장에 ASP ERP를 제공하면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국내 ASP 사업자들의 해외진출과 발맞춰 정부도 올해를 ASP 비즈니스모델의 수출 원년으로 삼고 지원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백기훈 정보통신부 인터넷정책과장은 “국내 기업의 해외현지 법인 정보화 실태조사, ASP 해외 로드쇼·전시회 개최, 사이버 ASP 지원센터 개소 등을 통해 ASP의 해외 진출을 적극 지원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전통 제조기업과 ASP 사업자의 글로벌화를 위한 토대를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중국·일본을 위시한 아시아 각국은 지난 수년 동안 초고속 인터넷 기반 확충을 위해 막대한 투자와 노력을 기울여 왔다. 이를 통해 구현된 아시아 전역의 글로벌 인터넷망은 ASP 사업자의 글로벌화를 촉발하는 결정적인 계기로 자리잡고 있다. 불과 1·2년 전 만해도 국내 ASP 사업자가 해외에 위치한 고객에게 IT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기업당 평균 월 1000만 원이 넘는 국제 전용선이 필요했지만 이제 월 100만 원 미만의 일반 인터넷 회선(ADSL은 2∼3만 원 수준)으로 해외 고객을 국내 데이터센터에 연결할 수 있게 됐다. 원진그룹 프로젝트를 담당한 김진호 넥서브 이사는 “중국 청도와 대석교에 소재한 5개 공장은 전용선이 아닌 일반 인터넷 회선을 이용해 국내 ERP 서버에 접속하고 있다”면서 “중국은 하루가 다르게 네트워크 인프라가 개선되고 있고 각종 네트워크 보안 솔루션들이 적용되고 있어 더 이상 네트워크 인프라가 글로벌 ASP의 장애가 되지 못한다”고 강조했다. 네트워크는 물론 하드웨어·소프트웨어 등의 발전이 가속화되면서 이제 해외 기업에 대한 한국발 ASP서비스에는 더 이상 제약이 없다는 것이 업계 전문가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오히려 기술적인 측면보다는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화적인 차이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향후 ASP 사업자와 사용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가 되고 있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성공사례: 원진그룹 산업시설에 필요한 내연재를 생산, 국내외 시장에 공급하고 있는 원진그룹(대표 손달호)은 지주회사인 원진을 비롯해 9개 계열사를 거느린 중견 그룹사다. 지난해에 중장기 경영 전략인 ‘비전45’를 수립하고 IT 인프라 구축을 통한 경영혁신과 생산성 극대화에 시동을 걸었다. 원진그룹은 지난해 5월 전사자원관리(ERP)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전문업체인 넥서브(대표 오병기)와 ASP 방식을 적용한 글로벌 ERP 시스템 구축계약을 체결, 국내외 본지사 및 공장의 통합시스템 구축에 나섰다. 통합 시스템 프로젝는 한글은 물론 영어와 중국어를 지원하는 오라클 ERP를 활용, 국내에 단일 서버 및 데이터베이스를 두고 웹기반 ASP를 통해 국내 본사 및 계열사, 그리고 해외 공장을 연계한 실시간 의사결정 지원체계 구현을 목표로 진행된다.이 프로젝트는 최근 들어 해외 생산기지 설립과 활용이 늘고 있는 국내 중견중소기업들에게 새로운 정보화 모델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관심을 끌어 왔다. 원진그룹은 약 9개월 동안의 업무혁신 컨설팅과 시스템 구축 작업을 거쳐 올해 초 원진·원진건재·경동·원진케이알 등 국내 4개 계열사와 중국 산동성의 청도 1·2 공장과 원진정밀 공장, 요녕성의 대석교 1공장, 대석교 3공장 등 중국 내 5개 공장을 잇는 글로벌 ERP ASP 체계를 구현하고 현재 시스템 안정화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로써 원진은 국내 계열사와 해외 공장에서 발생하는 회계, 인사·급여, 영업·물류, 생산 등 모든 업무를 글로벌 통합 시스템을 통해 수행한다. 전 사업장의 월단위 결산처리가 다음달 10일 이내에 가능해짐은 물론 전사적인 재고, 생산, 수주·출하, 채권·채무 현황의 실시간 파악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넥서브는 현재 국내 고객을 타깃으로 가동중인 시스템운영(MSP) 센터를 중국 등 해외 고객에 대한 지원으로 확대해 현지 사용자들이 안정적으로 시스템을 활용하도록 하고 컨설팅지원(BPI) 센터에 중국 전문가를 배치, 체계적인 서비스 활용을 뒷받침하면서 원진의 실질적인 글로벌 경쟁력 제고를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기고: 남기찬 서강대 교수 IT렌털이라는 용어는 IT 아웃소싱의 한가지 형태로 봐야 할 것이며 이는 또 불과 몇년 전에 많이 논의된 ASP와도 유사한 개념에 해당한다. 당시 벤처 열풍과 함께 국내에서 ASP에 대한 기대감은 대단했다. 일반적으로 전통적인 형태의 IT아웃소싱은 비교적 규모가 큰 기업을 대상으로 하지만 ASP는 규모가 작은 기업이나 표준화될 수 있는 업무가 대상이다. 당시 ASP는 1대 N 형태로 업무를 표준화하여 서비스를 제공하기 때문에 비용이 일반 아웃소싱보다 훨씬 저렴해지고 사용자 입장에서는 IT의 구매나 개별적인 관리에 따른 어려움이 사라지기 때문에 IT 활용을 위한 획기적인 방안으로 인식이 되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남에 따라 ASP 수요가 생각만큼 급증하지 않았고 이에 대한 원인을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분석하게 됐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과도기적인 현상으로 분석하기도 하고 일부에서는 ASP로 제공되는 서비스가 고객의 기대 수준에 미치지 못한 것에서 원인을 찾기도 했다. 현 시점에서 볼 때 가장 설득력 있는 분석은 ASP가 사업자 중심의 사업모델(vendor-oriented business model)이었다는 것이다. 즉 수요자들보다 사업자들이 너무 빨리 앞서서 나간 것이 문제의 원인이라는 생각이다. ASP에 대해 정확히 이해를 하자. 우선 ASP의 과도기적인 현상은 해외에서도 발생됐던 만큼 국내 IT산업 만의 특성이 아니며 ASP가 지향하는 서비스 모델은 여전히 유효하고 미래성이 높다는 점이다. 과거와 미래의 ASP가 다른 점이 있다면 과거에는 ASP가 일반기업 솔루션을 대상으로 했지만 향후에는 업종·업무·기능 별로 전문화된 형태로 서비스가 특화된다는 점이다. 또 지난 몇 년간 국내에서 개발된 ASP서비스를 보면 정부의 지원사업에 힘입어 업종·업무 별로 이미 다양한 솔루션을 제공할 능력을 갖췄다고 평가된다. 국내 ASP사업자들의 서비스 제공 능력을 과소 평가해서는 안 된다. 다양하고 꾸준한 마케팅 프로그램이 뒷받침 된다면 국내 IT산업의 해외 진출에 큰 역할을 하게 될 것이며 해외 여러 나라에 상존하는 다국적 기업들은 이같은 국산 ASP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을 수 없게 된다. ASP는 국내 IT 산업의 미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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