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3년 7월 정보통신산업협회가 발표한 ‘국내 ASP산업 및 보급실태 조사’ 결과는 ASP에 대한 서비스 도입기업과 미도입 기업 간 큰 인식의 차이를 보여 주고 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ASP 도입시 장애요인으로 이미 서비스를 활용중인 기업은 ‘지속적인 유지보수 관리’라는 품질 부분을 가장 높게 꼽은 반면, 비 이용 기업은 ‘회사 정보유출’을 꼽았다. 이 같은 인식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가. 지난 99년 국내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ASP는 고품질의 IT 아웃소싱 서비스를 저가에 제공하는 혁신적인 서비스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국내시장에서는 성공하기 힘든 사업으로 여겨졌다. 당시 전문가들은 세계 어느 곳보다도 폐쇄적인 문화를 가진 국내 기업들이 과연 자사의 핵심정보가 녹아 있는 정보시스템을 제 3자에게, 그것도 외부의 데이터센터에 둔다는 서비스 모델을 인정하겠느냐며 아직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를 내렸다. 회사의 정보 유출이라는 ‘정보보안’ 이슈를 ASP가 넘어설 수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2000년 4월 시장 초기에 ASP 방식의 ERP 도입을 결정했던 셀빅(구 제이텔)이 “그런 이유 때문에라도 ASP가 더 유용하다”고 평가했던 사례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시 셀빅은 정보보안 측면에서 자체 구축 및 관리하는 방식(인하우스 방식)보다 ASP가 오히려 더 안전하다는 해석을 내렸다. 즉 “ASP 업체가 고객사 기밀정보를 경쟁사에게 유출할 위험과 자사 직원이 퇴직하면서 기밀정보를 유출할 위험을 비교해 볼 때 오히려 ASP를 통해 자사의 기밀정보와 무관한 IT 전문가들에게 시스템을 맡기는 것이 훨씬 안전할 수도 있다”고 본 것이다. 지난해 말 ‘ASP도입 성공 사례집’을 펴낸 인터넷기업협회 김성호 실장은 “실제로 ASP 관련 사업이 시작된 이후 3년 동안 한 번도 정보유출과 같은 보안 사고가 접수된 사례가 없다”고 밝혀 이러한 평가를 뒷받침하고 있다. 결국 ASP를 경험하지 못하고, 정확히 알지 못했던 환경적 요인이 정보보안에 대한 막연한 불안과 우려로 이어져 실제 사용자 확산을 가로 막았다고 보는 분석이 타당성을 얻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국내 ASP 사업자들은 정부와 함께 사용자들이 갖는 정보보안에 막연한 우려를 불식하기 위한 노력을 경주해 왔다. ASP 인증제도 도입, 표준 서비스수준협약(SLA) 개발, ASP 보험 상품화 등 입체적인 노력이 이뤄졌다. 특히 ASP산업에서 예상되는 다양한 사고위험으로부터 공급자와 이용자를 보호하기 위한 ASP 보험은 2001년 삼성생명 등이 주도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물게 상품화되기도 했다. 정보통신산업협회는 실태조사에 응한 ASP사업자들(57개)이 확보한 고객사가 7000 개가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제 국내 ASP 시장은 도입기를 거쳐 성장 국면에 접어 들었다는 평가다. 이는 곧 그동안 국내 IT 아웃소싱의 장애요인으로 부각돼 왔던 정보보안 이슈가 더 이상 장애가 되지 못함을 뜻한다. 김신표 박사(한국정보기술인증원)는 “고급 IT 전문가의 충분한 확보가 어렵고 어렵고 정보보안의 사각지대에 놓인 국내 중견·중소 기업들의 현실을 고려할 때 고객의 서버, 네트워크 등을 체계적으로 관리해주는 ASP 사업자에게 시스템을 위탁 관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훨씬 더 안전하다는 시각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따라 지금은 국내 중견·중소 기업들이 ASP 등 IT 아웃소싱의 도입을 결정할 경우 보안보다는 ‘가격’과 ‘사후관리’를 우선적으로 꼽고 있다. 아직 삼성SDS·LG CNS 등 시스템통합(SI) 업계가 타 분야에 비해 중소기업 IT 아웃소싱 시장에서 뚜렷한 성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는 것은 품질대비 가격에 민감한 중소기업이 수용할만한 적정 가격 제시에 실패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ASP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 같은 상황에서 ASP 전문 사업자들이 고객요구에 최적화된 서비스와 SI 업체들에 비해 50% 이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IT 아웃소싱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하지만 결국 그동안 채산성을 이유로 시장공략에 미온적이었던 SI 업계와 ASP 사업자 간 제휴 및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ASP는 기존의 SI·SM 방식에서 제공할 수 없었던 신속한 시스템 구축과 저렴한 운영 비용 등 분명한 장점을 가지고 있다. 이제 정보보안 이슈와 같이 ASP가 소개되던 초창기에 제기된 막연한 우려는 기우로 돌아서고 있다. 기업 정보화를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ASP를 상정하고 관련 산업 및 서비스 환경 개선과 발전을 위한 진지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성공사례-동서리서치 마케팅 조사 전문업체인 동서리서치(대표 김진호 http://www.dsrgroup.co.kr)는 그동안 마케팅 및 여론 조사를 위해 수작업에 의존해 온 콜센터 운용 환경을 애플리케이션임대서비스(ASP) 방식의 KT 비즈메카 콜매니저 서비스를 도입, 개선했다. 콜매니저 서비스는 전화 발신자번호표시(CID) 서비스와 PC의 고객관리솔루션(CRM)을 연계해 고객정보의 데이터베이스(DB)화, 통화내역 녹음 관리, 상담원 관리, 통계관리 등이 가능한 개인형 콜센터 서비스로 별도로 콜센터를 운영하기 힘든 소형 유통점, 온라인쇼핑몰 등 소규모 사업자들이 전화·PC·인터넷을 결합한 콜센터 환경을 구현할 수 있다. 그동안 동서리서치는 10명의 전화상담 요원이 전화기와 연결된 테이프 방식의 녹음기를 활용해왔다. 하지만 통화내역 만을 녹음하고 고객정보가 축적되지 않아 고객 데이터베이스(DB) 구축이 미흡했고 특정 고객의 통화내역 청취하려면 처음부터 계속 재생해야 하는 불편함을 겪고 있었다. 더욱이 고객사가 녹음 내용을 요구할 경우 최근 사용도가 낮아진 테이프 형식의 증빙자료를 제공하기 위해 별도로 수거 및 관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었다. 하지만 이달초 콜매니저 서비스를 적용하면서 상담원의 근무환경 및 정보 구축체계가 크게 달라졌다. 동서리서치는 사내 전화기와 PC를 연결, 상담원들이 엑셀 형태의 리스트를 보며 순차적으로 통화작업을 진행하고 그 접촉 내역을 리스트에 기재하도록 하고 있다. 상담원은 통화 대상자의 번호 버튼을 누를 필요없이 PC를 이용한 콜매니저 프로그램을 통해 자동 선택하면 별도로 엑셀 리스트를 작성할 필요가 없어 업무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또 자동으로 녹음된 통화내역은 고객정보와 함께 디지털 압축 및 암호화 과정을 거쳐 KT 인터넷데이터센터(IDC)센터에 저장, 관리된다. 특히 녹음 내용은 고객명·회사명·전화번호·주소·통화내역 등과 함께 저장되고 일시·상담원·고객 별로 다양한 검색 및 통계관리가 가능하다. 통화내용은 웹을 통해 언제 어디서나 청취가 가능하다. 이와 함께 녹음 내용은 DVD·CD로 백업해 고객사에 증빙 자료로 제출, 고객 만족도를 높이는 효과를 보고 있다. 동서리서치는 향후 콜센터를 30명 수준으로 늘리고 콜매니저 서비스의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기고-최종욱 상명대 교수 최근 주간지 비즈니스위크에서는 미국의 ‘고용없는 성장’을 다루고 있다. 이 기사는 미국이 최근과 같은 4%대의 고도성장을 이루려면 전체 노동자의 급여는 적어도 8%가 성장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1% 정도 감소됐다는 점을 지적하고 그 이유가 미국 기업들 사이에 확산되고 있는 아웃소싱을 꼽았다. 이미 미국은 정보통신 아웃소싱으로 30만 내지 50만명의 고용인력을 해외에 빼앗기고 있고 향후에는 비즈니스 서비스 영역에서만 330만명에 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미국 기업들의 아웃소싱 바람은 이제 일본을 비롯해 세계 각국으로 퍼지고 있다. 이는 글로벌화로 인한 경쟁 심화와 원가 절감 때문으로 어느 기업이든 피할 수 없는 대세로 다가왔다. 그 영역도 제조·정보통신 등 각 산업과 인사·회계·영업 등 다양한 업무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정보통신 서비스의 경우 아웃소싱을 통해 10∼30%의 경비를 절감할 수 있고 이와 관련해 국제경제연구소는 아웃소싱이 IT서비스를 활성화시켜 IT분야의 일자리를 늘리는 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제조업체들이 중국으로 옮겨 가면서 글로벌화를 겨냥한 업무 고도화와 원가절감의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우선 수작업에 의존했던 업무가 데이터와 모델, 그리고 비즈니스 프로세스에 의존하는 지식 집약형으로 변화하고 있고 군살을 빼고 핵심 역량을 강화하는 원가절감의 바람이 불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 IT아웃소싱, 더 나아가 소프트웨어의 렌털이 있다. 이제 소프트웨어는 그 자체로서 업무 고도화의 가장 중요한 도구이며 원가절감을 가능케 하는 수단이다. 소프트웨어 렌털은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아 핵심 사업에 역량을 집중해야 하는 기업들로 하여금 수많은 프로그래머와 관리자를 고용해야 하는 부담을 덜어 준다. 국내 상장기업 중 5% 정도의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기업이 30%가 되지 않는 지금, 상당한 자금과 이력이 필요한 전산실을 운영할 이유가 없다고 본다. 아직은 ‘내 집 갖기’가 소원이듯이 국내 기업은 ‘내 전산실 갖기’가 당연한 것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전산업을 전문으로 하지 않는 기업들이 전산실을 운영해 봐야 본업에는 큰 도움이 되지 못한다. 소프트웨어 렌털을 통해 저가의 소프트웨어를 사용하고 나아가 정보 서비스 업체들을 경쟁시켜 질 좋은 최신 서비스를 받는 것이 더 유리할 것이다. 이미 장치 산업에 가까워진 의료 기관들이 고가 장비를 임대하듯이 일반 기업들도 소프트웨어 빌려쓰기를 통해 서비스 고도화와 원가 절감을 구현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에 앞서 고객·영업활동·제품·재정 등의 ‘정보 유출’에 대한 수요기업의 의구심이 해소되도록 보안과 신뢰의 메커니즘을 구현하기 위한 공급업체들의 노력도 요구된다. <이정환기자 victolee@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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