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한·칠레 FTA비준안 통과로 우리나라는 146개에 이르는 국제무역기구(WTO) 회원국 중 몽골과 함께 유일한 자유무역협정(FTA) 미체결 국가라는 오명을 씻게 됨과 동시에 비로소 국제 통상 무대에서 떳떳하게 명함을 내밀 수 있게 됐다. 한·칠레 FTA가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농업을 비롯한 일부 분야에서는 피해가 불가피하겠지만 주력 분야인 공산품 분야는 수출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한·칠레 FTA는 농업을 포함한 전 산업을 자유화 대상에 포함시키고 서비스·투자, 무역규범, 정부조달, 지적재산권, 동식물검역 조치까지 아우르는 포괄적 FTA이기 때문이다. ◇FTA 국제 고아 면했다=이번 비준 통과는 지난 99년 9월 칠레와 FTA 추진에 합의한 지 4년 5개월, 양국 정부간에 실질적으로 타결된 지 1년 4개월 만에 이뤄진 것인 만큼 그 의미는 크다고 할 수 있다. 덕분에 ‘FTA 국제고아’ 신세를 면하게 됐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세계무역기구(WTO)라는 다자적 틀과 함께 FTA라는 양자간 틀을 겸비함으로써 글로벌 시대의 경제 개방이라는 새로운 성장 엔진을 갖추게 됐다. 이는 90년대 대표적인 FTA였던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 체결 이후 미국·캐나다·멕시코 3개국 중 가장 뒤떨어진 후진국이었던 멕시코가 ‘국내총생산(GDP) 2배 증가, 수출 및 외국인 투자 유치 3배 증가’라는 효과를 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입증되고 있다. ◇발효따른 경제적 효과=일단 우리나라와 칠레는 필요한 국내절차를 마쳤다는 서면통지를 교환한 날로부터 30일 후 협정을 발효하기로 했기 때문에 상반기 중 발효가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FTA에서 칠레측은 자동차, 휴대전화, 컴퓨터, 철강파이프 등 대 칠레 수출의 66%를 차지하는 2300여개 품목을 협정 발효 즉시 자유화를 단행하게 된다. 또 자동차부품, 폴리에틸렌 등 2100여개 품목을 향후 5년 동안 균등 철폐하게 된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은 이 협정이 발효되면 우리나라는 제조업 전체로 볼 때 대 칠레 수출증가액이 6억3600만달러로 수입증가액(2억500만달러)을 크게 넘어서면서 4억3100만달러의 무역수지 개선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산업자원부도 한·칠레 FTA가 발효될 경우 자동차·무선전화기·가전제품 등 7대 주요 공산품의 대칠레시장 수출 증가액이 단기적으로는 약 7000만달러, 중·장기적으로는 약 2억2000만달러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계 대환영=이번 한·칠레 FTA 비준 통과에 대해 전국경제인연합회·무역협회·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대한상공회의소·한국경영자총연합회 등 경제 5단체는 일제히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경제 5단체는 “한·칠레 FTA 국회비준 동의안이 통과된 것을 적극 환영한다”며 “이번 한·칠레 FTA 국회비준은 우리나라의 첫 번째 자유무역협정이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남다르며 향후 이어질 한·일, 한·싱가포르 FTA 추진의 기폭제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입을 모았다. ◇전망과 과제=칠레는 컴퓨터, 전화, 휴대전화 및 인터넷 보급률이 중남미 1위 국가인 만큼 한국 IT산업의 진출이 유망한 시장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과감한 개혁정책으로 개방적이고 세계부패지수 10위권의 투명한 사회와 함께 안정적인 경제제도를 구축하고 있다. 재계는 칠레 시장이 괄목할 만한 경제성과를 달성하고 있는 잠재력이 큰 시장인 만큼 벌써부터 수출전선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기 위해 시장 공략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무역협회 관계자는 “이번 한·칠레 FTA 비준은 대상국 선정과 협상, 국회비준 과정에서 많은 상처와 함께 교훈을 남겼다”며 “지금 진행되고 있는 한·일 및 한·싱가포르 FTA를 비롯해 앞으로 추진될 FTA에서 똑같은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한·칠레 FTA의 아픈 경험을 되돌아보고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주문정기자 mjjoo@etnews.co.kr>
◆ 한·칠레 FTA 추진 일지 ▲98.11 = 대외경제조정위원회, 한.칠레 FTA 추진 결정 98.11 = 양국 정상회담시 FTA 추진 논의 98.12 = 한.칠레 FTA 추진위원회 구성 ▲99.9 = 뉴질랜드 APEC 정상회담시 FTA 협상개시 합의 99.12 = FTA 제1차 협상(산티아고) ▲2000.2 = 제2차 협상(서울) 2000.5 = 제3차 협상(산티아고) 2000.11 = 양국 정상 조속타결 합의(브루나이) 2000.12 = 제4차 협상(서울) ▲2001.3 = 양허안 실무협의(산티아고) ▲2002.2 = 고위급 협의(로스앤젤레스) 2002.8 = 제5차 협상(산티아고) 2002.9.11-13 = 시장접근작업반 협상(제네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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