닷컴업계에 실세형 대표가 사업전면에서 한발 물러서고 실무형 대표들이 전진 배치되는 파격적인 인사가 잇따르고 있다. 이같은 현상은 비대해진 조직 정비 및 해외 영업력 강화라는 전략적 포석 아래 이미 게임업계를 한차례 풍미한 이후 포털업계까지 확산되면서 닷컴기업 경영의 새로운 로드맵으로 급부상중이다. 세밑 끝자락에 NHN은 기존 이해진·김범수 공동대표 체제에서 김범수 사장 단독체제로 변경되고 이해진 사장이 이사회 의장 및 전략임원(CSO:Chief Strategy Officer) 역할만 수행하게 된다고 발표했다. 이번 결정에 대해 NHN측은 “"합리적이고 투명한 의사결정을 위해 이사회 기능을 강화하고 의사결정에 대한 추진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이전에 진행됐던 타 업체 경영구도 변화 사례와 동일한 맥을 드러냈다는 점에서 더 큰 주목을 끌었다. 실세 대표가 새로운 단계의 실탄을 준비하면서 후방지원에 주력하는 대신 경영 전면은 실무형 사장이나 이사에게 내맡기는 모양새가 잇따라 취해지고 있는 점이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4월에 김화선 부사장, 6월에 박영목 이사 등 MS출신 실무형 경영진을 전진 배치한 것도 이같은 사례로 읽힌다. 이후 김택진 사장이 국내사업에선 일정정도 거리를 두면서 일본, 미국, 중국 등을 넘나들며 해외 마케팅에 더욱 주력한 것도 이같은 해석을 뒷받침한다. 또 지난해 6월 넷마블 방준혁 전 사장도 ‘새우가 고래를 삼켰다’는 평가를 받은 플레너스와의 합병을 성사시킨 뒤 돌연 대표이사에서 물러나 주위를 놀라게 했다. 플레너스 지분 23% 이상을 가진 방 사장이 대표 자리를 사임하며 표방한 이유는 “CEO로서의 무거운 짐을 덜고 기획 이사로 돌아가 플레너스의 다음 먹거리를 찾는 행동 대원이 되겠다”는 것이다. 현재 방준혁 사장은 사장이라는 직함으로는 복귀했지만 여전히 대표이사 자리는 고사하고 있다. 이전 넥슨 창업주이면서 실세인 김정주 CCO가 지난 2001년부터 정상원 사장에게 CEO 자리를 맡기고 엠플레이, 모바일핸즈 등 자회사를 설립하는 등 넥슨의 제2성장을 위한 뒷바라지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똑같은 모델이다. 이같은 경영구도 변화는 이질적인 기업의 합병으로 인한 외형적 시너지 표출과 무관하게 조직 내부적으로는 어느정도 ‘정비’가 요구되는 시점에 다달았음을 반영하기도 한다. NHN은 네이버와 한게임의 합병 이후 3년 5개월 동안 눈부신 성장 성과를 쌓아오긴 했지만 내부적으로 한게임쪽 인력들의 상대적 박탈감이라는 내홍에 시달려야했다. 이해진 전 사장과 가깝던 주변 CEO들이 이번 이 사장의 대표이사 사임이 ‘심기충전(refresh)’ 과 함께 ‘김범수 사장에 대한 힘 실어주기’의 목적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지적하는 것은 그래서 더 설득력을 갖는다. 플레너스도 방준혁 사장이 합병법인의 최대 주주로서 충분히 경영권을 장악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한발짝 물러선 것은 플레너스 직원에 대한 심정적 다독임의 의미가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이진호기자 jholee@etnews.co.kr 류현정기자 dreamshot@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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