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 -대다수 CEO들은 정치권 능력 수행에 커다란 의구심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00명의 CEO중 무려 83명이 올해 정치권이 고쳐야할 것으로 ‘IT전문성 결여’를 꼽았다. 정치권이 효율적이고 거시적인 IT 육성책을 입안하지 못하는 요인이 전문성 부족인 것으로 CEO들은 평가했다. 이와 맞물려 정치권의 과감한 ‘세대교체(51명)’를 주문함으로써 21세기 시대에 걸맞게 참신하고 IT마인드를 보유한 정치권으로의 변신을 요구했다. 여·야당간 당리를 위해 불필요한 소모전 치중에 따른 ‘국회 상임위 활동 결여(43명)’도 개선점으로 지목됐다. 또 정치권이 ‘인사에 대한 이권·청탁·압력(42명)’을 개선, 기업들처럼 투명경영식의 인사정책을 펴야한다고 응답했다. 올해 4월 총선을 앞둔 탓 인지 41명의 CEO들은 정치권이 ‘정치자금 요구’를 매우 경계해야 한다며 우려감을 표시했다.
△ 정부 -CEO들은 ‘정책혼선 및 부재(78명)’를 제일 먼저 꼬집었다. 작년 디지털방송전송방식·외국인 불법체류·부안 방사능폐기물 선정 등 정부의 굵직한 사안들이 쉽사리 해결의 기미를 보이지 않은 것이 큰 이유로 보인다. 다음으로는 ‘산자부와 정통부간 알력(66명)’을 해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홈네트워크 등 차세대 성장산업 주도권을 놓고 산자부와 정통부가 갈등을 빚고 이로 인해 참여 업체들이 제품 개발보다 양부처의 눈치를 살펴야하는 어려움이 큰 탓으로 분석된다. 정통부와 방송위가 통신방송융합서비스 업무를 두고 벌이고 있는 주도권 다툼(34명)을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밖에 ‘대기업 규제 강화(39명)’도 시급히 고쳐야할 것으로 지적됐으며 ‘정치권과의 불화(29명)’ ‘외국인 기업과의 역차별(22명)’ 등도 정부가 개선해야할 사항으로 지목했다.
△ 기업, 적극적인 투자와 투명성 제고해야 IT기업인들은 국내 기업들이 고쳐야할 사항중에서 ‘미온적인 투자(64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기업들이 경기침체와 더불어 IT투자에 매우 소극적이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또한 IT투자뿐 아니라 중국 추격에서 벗어나고 선진국을 따라잡기 위해선 기술개발 투자가 절실하다는 점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작년말 불법 대선자금 조성 실체가 밝혀지면서 CEO들은 투명경영도 투자 활성화 못지 않게 중요하게 여겼다. 60명이 ‘투명성 부족’을 기업의 개선점으로 지적했다. 투명경영을 위해서는 ‘오너경영 체제와 경영전문성 부족(57명)’도 하루 빨리 고쳐야할 것으로 지목했다. 이밖에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수직 계열화와 폐쇄적 구매시스템(52명)’도 중요한 개선점으로 꼽혔다. 제조업 공동화에 대한 우려가 높은 반면 CEO들은 ‘생산기지의 해외이전(20명)’에 대해서는 크게 문제삼지 않았다.
◆ 이것이 최우선과제다
△ 정부 -올해 IT산업 발전을 위해 정부가 최우선적으로 추진해야 할 사항으로는 64명의 CEO가 ‘차세대 성장 동력 육성’이라고 대답, 차세대 성장 동력사업에 대한 기업인들의 기대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또 경제의 허리인 ‘중소벤처 기업 육성’에 힘써달라고 주문한 CEO가 51명, 신사업의 인프라가 될 ‘차세대 네트워크 투자 확대 유도’를 요청한 CEO가 46명으로 각각 뒤를 이었다. 규제완화도 정부의 주요한 과제로 꼽았다. ‘규제 철폐(39)’는 물론 ‘영등위 등 콘텐츠 심의 완화(11)’ 등 총 50명의 CEO들이 규제완화를 정부과제로 지적했다. 이밖에 ‘생산 기반 시설 확충 제고(17명)’ ‘DTV 일정 조속 추진(15명)’ 등 순이었다.
△ 기업 -주요 IT기업 CEO들은 2004년 재도약을 위해 기업들에 가장 장려해야 할 것으로 ‘기술 개발 및 투자 확대(71명)’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기술개발과 투자확대에대한 CEO들의 응답은 다른 항목들에 비해 2배에 가까웠다. 대부분 CEO들은 선진국의 견제와 중국의 추격 속에 끼인 우리나라의 생존을 위해서는 기술력이 필수라는데 인식을 같이했다. 기업 지배 구조 개선과 투명성 제고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전문 경영인 체제 강화(47명)’를 주문한 CEO들이 그 다음으로 많았다. ‘품질, 경영 등 업무 프로세스의 혁신(44명)’을 주문한 목소리도 높았다. 이밖에 ‘M&A 또는 전략적 제휴 활성화(39명)’ ‘구매·자금 등 투명성 제고(24명)’ ‘DTV·차세대네트워크 투자 확대(23명)’ 등도 주요 과제로 꼽혔다. ‘브랜드 마케팅 강화’는 20명, ‘전문가들의 정계 및 정부 진출’은 10명이 과제로 꼽았다. ‘오너 경영체제 강화’라는 응답은 하나도 없었다.
◆ 차세대성장동력 어떻게 해야하나
△ 3부처 역할분담 -차세대 성장 동력 추진의 주도권 확보를 놓고 갈등을 빚던 과학기술부, 산업자원부, 정보통신부는 결국 10개 사업을 1:4:5로 각각 나눠서 역할 분담을 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차세대 성장동력 추진체제에 문제가 있다는게 절대적인 의견이었다. 응답자중 ‘타당하고 효율적’이라는 의견은 4명 뿐이었다. 36명의 CEO는 ‘타당치도 효율적이지도 않다’며 정부의 부처별 역할 분담 방침이 나눠먹기식이란 입장을 보였다. 반면 46명의 CEO가 ‘비효율적이지만 현실적이다’라는 입장이어서 여건상 뾰족한 대안을 낼 수 없는 현실을 인정했다. 차세대 성장 동력 추진 체제를 어떻게 개선해야 하느냐는 질문에는 일원화보다는 공동운영체체를 절대적으로 꼽았다. ‘10개 사업별로 3부처가 공동 참여하는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한다(38명)’는 의견과 또 ‘G7처럼 부처가 아닌 하나의 산하기관이 예산과 조직을 통합해 일원화해야 한다(31명)’는 의견이 엇비슷했다. 차세대 성장산업을 총괄하는 주체를 분명히 하되 어느 부처에 주도권을 줘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이에반해 ‘부처를 통폐합해야 한다‘는 의견은 12명, ‘3개 부처 중 어느 한 부처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응답은 고작 8명뿐이었다.
◆ 이공계기피 원인과 대책
△ 신분불안과 비전 불투명이 원인 -작년 과학기술계의 가장 큰 우려를 자아냈던 ‘이공계 기피 현상’의 원인에 대해 CEO들은 ‘신분 불안과 불투명한 비전(90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또 ‘인문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열악한 처우(65명)’ ‘부실한 국내 이공계 교육(43명)’ 등도 주요 원인으로 거론됐다. 이외에도 ‘어려운 공부를 하기가 싫어서(37명)’ ‘졸업 후에도 연구에만 매달리기 싫어서(25명)’ 등을 이유로 꼽은 CEO도 많았다. 기타 의견으로는 ‘의사/변호사 등 전문직에 비해 처우가 낮다’ ‘기술과 정책을 연결하는 테크노크랏 부재’ 등을 지적하는 의견도 있었다. 정부가 삼성그룹의 이공계 대우정책을 벤치마킹 할 필요가 있다는 따끔한 지적도 나왔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극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조치로는 ‘이공계 출신 처우 개선(59명)’ ‘양질의 이공계 교육 시스템 도입(56명)’ ‘R&D 투자 확대(54명)’ 등 3가지 항목이 비슷한 빈도로 꼽혀 해결 방안에 대한 의견 일치는 어느 정도 이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공계문제는 처우개선 등 하나의 문제만을 해결한다고 해서 사회에 만연된 기피 현상이 근본적으로 풀어질 사안이 아니라 정부·기업·대학 등 모두가 머리를 맞대야 할 사안인 것으로 분석됐다. 그 외에 ‘연구원들의 신분 보장(42명)’ ‘이공계 공직 진출 확대(33명)’ 등의 응답이 그 뒤를 이었다. ‘힘든 일을 기피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인식 전환(25명)’을 촉구하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 2003년 IT산업 허와 실
△ 차세대성장동력 발굴이 최대 성과 -10명중 6명 이상의 CEO들은 작년 IT산업의 성과로 차세대 성장 동력사업 발굴(75명)을 가장 많이 꼽았다. 통신 인프라 투자(63명)도 그다음으로 잘한 일로 선정됐다. 세번째로는 참여정부가 청와대 조직을 개편하면서 과학기술 육성을 위해 비서실에 정보과학보좌관을 신설한 것(31명)을 손꼽았다. 또 정부의 연구개발 허브정책(35명)도 인상적인 것으로 CEO들은 평가했다. 정부는 동북아 R&D 허브구축을 위해 한·중·일이 중심이 돼 매년 100만달러 규모의 ‘아시아공동연구기금’ 설치를 추진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밖에 ‘동북아물류 허브추진(25명)’ ‘국가균형발전추진(23명)’ ‘신기술개발(22명)’ 등 순으로 CEO들은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
△ 부처간 알력이 최대 걸림돌 -작년 IT산업 걸림돌로는 역시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부처간 갈등(84명)’ 항목에 압도적인 표를 던졌다. 정보통신부와 방송위원회간 통신방송 융합서비스에 대한 규제 주도권 다툼(77명)도 못지않은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또한 ‘수도권총량규제(38명)’ ‘거래소 및 코스닥통합결정(24명)’ ‘영등위 심의강화(23)’ ‘한일 FTA추진(7명)’ 등 순으로 걸림돌인 것으로 지적했다. 이외 인터넷콘텐츠 불법복제·시장에 대한 정부의 지나친 간섭·신정부의 IT전략 부족·e비즈니스마인드 위축 분위기 등 소수의 의견도 나와 눈길을 끌었다.
◆ 2004년 IT산업 전망
△ 장미빛 메시지 도처에 -작년과 달리 새해들어 세계 경기가 회복될 것이란 기대치가 비교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CEO들이 긍정적인 요소로 ‘국내외 경기회복(59명)’을 제일 먼저 꼽았다. 또 BcN 등 ‘차세대네트워크 구축(38명)’과 ‘차세대 성장동력 본격 추진(46명)’에 따른 수요 창출과 시장 활성화를 산업발전의 긍정적인 징표로 응답했다. 또 42명의 CEO들은 게임강국답게 디지털 콘텐츠가 경기 활성화에 한몫 거들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세계 공장으로 부상한 ‘중국 특수(31명)’도 우리 경제에 주름살을 펼 것으로 답했으며 우리나라가 반도체 신화에 이어 디스플레이분야에서도 세계 1위 등극함에 따라 이를 겨냥한 ‘일본 등 선진국의 한국 투자(20명)’도 새해 밝은 모습으로 지적했다. 이와 함께 ‘규제완화(28명)’ ‘부품 국산화(7명)’ ‘한일 FTA 체결 추진(5명)’ 등도 전망을 밝게 해주는 요인으로 꼽았다.
올해 IT산업은 매우 희망적이긴 하지만 CEO들은 정치권에 매우 불안한 시선을 보내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새해 IT산업 발전에 가장 커다른 걸림돌로 CEO들은 ‘정치불안과 총선(60명)’ ‘정부정책혼선(63명)’을 제일 먼저 거론했다. 또 내수경기가 작년의 부진을 털어버리고 새해들어 회복될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높았다. 이를 반영하듯 CEO들은 ‘내수회복부진(59명)’을 우려했다. ‘노사 갈등문제(31명)’와 세계공장화에 따른 ‘중국의 급부상(24명)’도 빼놓지 않고 CEO들은 기업 경영의 주요 변수로 지적했다. 이밖에 ‘부처간알력(30명)’ ‘이라크파병(6명)’ ‘북핵문제(2명)’ 등 순으로 응답했으며 차세대 IT핵심산업 불확실성의 의견도 나왔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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