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FTA 협정이 체결되면 부품·소재 등 산업계는 커다란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양국간 무역에서 가장 큰 이슈는 대일 적자 문제다. 1965년 국교수립 후 올해 4월까지 대일 적자액은 총 1940억달러로 집계된다. 특히 지난 10년간(93∼2002년)년 전체 대일적자는 부품소재 적자 규모 탓이다. 일례로 작년 147억달러의 대일적자에서 부품소재가 80%를 차지하고 있다 ◇부품소재 황폐화=IC·자동차부품·합성수지 등 대일 부품·소재 무역적자 10대 폼목은 지난 10년간 큰 차이가 없을 뿐 더러 오히려 비중이 해를 거듭할수록 증가하고 있다. 96년 44%이던 것이 97년 46%, 2002년 51%로 늘어났다. 게다가 광섬유·방송 및 무선통신기기 등 차세대 부품·소재들이 대일 수입 의존 품목으로 신규 진입함으로써 우리 산업이 고도화될수록 대일 수입의존도는 높아가고 있는 실정이다. 따라서 무역역조가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상황에서 FTA 체결은 자칫 만성적인 대일적자 구조를 더욱 고착화시킬수 있다는 지적이다. 부품소재 업체들은 한·일 FTA 협정 체결로 반도체 등 기술력이 일본보다 비교우위에 있는 품목과는 달리 소재 및 재료 국산화가 취약한 품목에 대해선 상당한 어려움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기 한 관계자는 “관세가 철폐돼 단기적으론 인쇄회로기판·칩·기타 범용 부품엔 큰 영향이 없지만 VCO·초소형스피커와 같은 일부 통신부품과 튜너·DY 등 AV 및 PC부품은 연간 3∼4% 가량 매출이 줄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NC·산업용로봇 등 공작기계업계는 심각한 타격이 우려된다. 실제로 일본은 오래전부터 공작기계의 자국내 수입시 무관세 원칙을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대외경쟁력에 자신이 있다는 얘기다. 반면 우리나라는 약 8%의 수입관세율을 적용하고 있어 FTA가 체결될 경우 국산 공작기계의 가격경쟁력은 급격히 하락, 수입 급증이 우려된다. ◇어떤 대책이 있나=FTA체결이 대세라면 그 파급효과를 완충할수 있게끔 협상시 표준화 주도권 확보, 한·일 공동개발, 관세철폐유예 등 부품소재 산업계 현실을 감안한 전략 수립이 시급히 필요다는 지적이다. 과학기술정책연구원 김갑수 연구위원은 “대일 무역장벽이 관세뿐이었는 데 한·일 FTA가 체결되면 일본산 부품의 가격 경쟁력이 그만큼 강해진다”며 “부품·소재 개발시 생산 원가를 지금보다 더욱 낮출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부품소재통합연구단 한 관계자는 “부품 소재 산업이 얼마나 취약하면 정부가 부품소재 특례법까지 제정하겠느냐”고 반문하며 “부품 표준화를 우리가 주도하고 부품 소재를 한·일간 공동 개발, 기술이전을 보장받는 등 FTA 완충역할을 하는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박희철 한국공작기계공업협회 이사는 “일본과 FTA 추진시 중국과 연계한 ‘한·중·일 3국간 FTA 체결’을 통해 대중국 수출확대에 따른 대일무역 보전 방식이 바람직하나 현재 상황에선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며 “해외마케팅 비용지원 등 국내 공작기계산업 보호를 위한 정부차원의 지원책이 아쉽다”고 말했다. <안수민기자 smah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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