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으로 토지대장 한번 열람하려다가 성격 다 버리겠습니다.” 회사원 K씨는 지난달 전자정부 단일창구(G4C)를 이용해 개별 공시지가를 확인하려고 1시간 이상을 컴퓨터와 씨름하다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온라인으로 개별 공시지가를 확인하는데 필요한 비용은 민원 수수료와 전자결제 이용료를 합쳐 총 990원. 하지만 1000원 이상이라야 신용카드 결재가 가능하다. 그래서 K씨는 직접 계좌이체를 시도하기로 하고 엄청나게 많은 보안관문(?)을 통과했다. 하지만 결국 인터넷뱅킹 비밀번호의 벽 앞에서 또 한번 좌절했다.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려면 숫자로만 된 비밀번호 8자리를 입력해야 하지만 K씨의 인터넷뱅킹 비밀번호는 영문과 숫자가 조합된 8자리. 이번에는 무통장입금을 선택했다. 하지만 무통장입금은 5000원 이상만 가능했다. 결국 K씨는 마지막 남은 전자화폐 결제방법을 시도했으나 그 곳에는 어떤 전자화폐(코인)를 어디서 어떻게 구입해야 하는지 아무런 안내도 없었다. “정부가 자랑하는 강력한 전자정부 서비스가 결국 일반 국민의 접근을 철저히 가로막는 철옹성 전자정부”였다는 것이 인터넷 민원서비스를 첫 경험한 K씨의 솔직한 느낌이다. 지난 주 인터넷으로 주민등록등본을 신청했던 주부 L씨도 비슷한 심정이다. 전자정부 서비스가 ‘24시간 안방민원’이 아니라 ‘48시간 늦장민원’임을 뼈저리게 실감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L씨는 오전 9시대에 접수한 서류를 다음날 오후에나 받을 수 있었다. 그것도 발급기관에 직접 전화하고 동사무소를 방문해 30분을 기다리며 힘들게 얻어낸 성과다. “직접 동사무소를 방문해 팩스(FAX) 민원을 신청해도 4시간이면 정확하게 서류를 받을 수 있는 데 민원신청이 완료됐다는 e메일을 하루 이상 컴퓨터 앞에서 꼬박 기다린 후 또 다시 동사무소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 전자정부 서비스를 누가 이용하겠느냐”는 것이 L씨가 내린 결론이다. “안방민원 시대” 개막을 선언하며 화려하게 출범한 전자정부 서비스가 개통한지 불과 반년만에 국민들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개통 초기 월평균 400만건에 달하던 G4C 접속건수는 최근 150만건 수준으로 줄어들고 G4C를 이용한 민원신청도 월 평균 2만3000여건에 머물고 있다. 복잡한 이용 절차에다 우편 또는 행정기관 방문으로 민원서류를 직접 수령해야 하는 등 전자정부 서비스가 일반 민원에 비해서도 크게 불편한 것이 민원인들의 가장 큰 불만. 온라인으로 주민등록초본 한장을 발급받는 데도 엄청난 인내심이 필요하다. 인터넷 민원을 열람하다 시스템 장애가 발생하면 곧바로 수수료 환급을 요청해야 한다. 같은 자료를 다시 열람하려면 까다로운 신청 절차를 또 한번 밟아야 한다.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고 수수료 환불을 요청해도 환불되기까지는 한 달 가량이 걸린다. 행정기관간 정보 공동 이용의 범위도 제한적이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불필요한 민원서류 양식을 정비하고 정보 공동 활용범위를 확대하는 등 G4C 민원서비스 전반에 대한 근본적인 진단과 동시에 개선 방안을 마련, 인터넷 신청에서 발급까지의 모든 민원 절차를 일괄적으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 도입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주상돈기자 sdjoo@etnews.co.kr>
◆ 성공사례 - 강남구 통합정보포털(EIP) 서비스 강남구 주민들은 세금 납부기한을 놓쳐도 과태료를 걱정하거나, 납부 증명을 위해 영수증을 따로 보관할 필요가 없다. 구청이 통합정보포털(EIP)을 구축해 세금 납부기간을 자동으로 알려주고 영수증도 따로 보관해 주기 때문. 실제로 강남구(구청장 권문용)가 이달 개통한 통합 정보보털에는 △각종 세무관련 개인 행정정보를 통합한 ‘강남 세무포탈’ △구민 개인의 행정정보를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주는 ‘맞춤형 정보제공서비스’ △업무 편의를 위한 ‘단일 로그인 시스템’ △업무 노하우를 공유, 축적하는 ‘지식관리시스템’ 등이 포함돼 있다. ‘강남 세무포털’을 통해 주민들은 △5년간 모든 납부내역을 조회할 수 있어 더 이상 영수증을 보관할 필요가 없고 △과오납금 발생안내, 취득세 등 지방세 납부안내 등을 e메일 및 핸드폰 문자서비스로 제공받으며 △재산세와 종토세 산출근거와 압류 및 체납내역 조회도 가능하다. 또 ‘맞춤형 정보제공 서비스’는 세무·보건·차량 관련 행정정보를 구민 개인별로 통합해 e메일이나 핸드폰 문자메세지로 알려준다. 특히 ‘단 한번의 로그인’으로 접속하는 SSO(Single Sign On) 기술을 적용, 그동안 구청직원 평균 5∼6개의 업무시스템을 통해 처리하던 민원업무를 단일 로그인으로 통합·관리토록 해 중복 작업을 최소화했다. 근무상황부, 행사일정, 교육신청 등 각종 업무대장도 약식결재로 처리하고 자료검색 및 문서 보관 절차도 간소화했다. 이같은 EIP서비스를 위해 강남구는 지난 2001년부터 이미 별도의 정보화추진단을 구성하고 ‘강남 STAR 프로젝트’라는 종합정보화계획을 마련했다. 정부부처, 서울시, 강남구청 등이 운영하는 정보시스템을 전체 구정 업무흐름에 맞도록 재설계하고 강남구청 관할 내외부의 행정정보를 공동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STAR 프로젝트의 목표. 권문용 구청장은 “강남구는 행정종합정보포털(GEIP)을 통해 업무생산성을 높이고 구민들에게 보다 빠르고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것”이라며 “이젠 행정도 품질경쟁 시대”라고 강조했다.
◆ 기고 - IT 아키텍처 도입 필요성 김상수 LG CNS 기술연구소 EA/MDA 팀장 정부는 행정전산화와 초고속 정보통신 인프라를 기반으로 지나 2000년부터 본격적인 전자정부 구축을 추진해왔다. 그러나 최근들어 대규모 IT 투자에 대한 효과가 기대에 못 미친다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는 정보시스템의 대규모화에 따른 상호 운용성과 통합성의 결여, 내부적인 중복 개발 및 시스템에 대한 평가체계 미흡에 기인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또 정보화 사업의 주체가 해당 업무 부서의 인원만으로 이뤄지고 있고, 보다 큰 단위인 부·처 차원에서의 정보시스템 청사진에 대한 상호 이해가 부족한 것도 원인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들은 이미 90년대부터 IT 아키텍처를 개발하고 유지함으로써 상호 운용성과 통합성 문제를 해결하고 있다. 미국의 정보기술관리개혁법 규정은 IT 아키텍처를 ‘조직의 전략적 목표와 정보자원관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새로운 정보기술을 획득하고, 기존 정보기술을 유지 및 진화시키기 위한 통합된 프레임워크’로 규정하고 있으며 그 구성 요소로서 전사적 아키텍처(EA:Enterprise Architecture)와 기술 참조모델(표준 프로파일 포함)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전자정부 구현을 위한 기반으로 정부차원의 EA 도입은 필수적이다. 전자정부 추진에 범정부 차원의 EA 를 도입함으로써 비즈니스 전략과 이를 지원하는 비즈니스 프로세스 및 정보시스템 설계를 가능하게 한다. 예를 들어 정부가 사용하는 인사 정보시스템은 주관부서의 의도에 따라 별개의 시스템으로 개발되지만 범정부차원의 EA를 통해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정보의 공통 부분을 도출, 기개발된 인사 정보시스템의 일부를 사용하도록 강제화함으로써 부·처 또는 범정부 단위에서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 EA를 진행하기 위해서는 EA기반 정보계획 수립이 선행돼야 한다. 이 과정을 통해 현행 아키텍처와 목표 아키텍처를 수립하고 비즈니스, 데이터, 애플리케이션, 기술구조 구성요소별 차이 등을 분석해 이행계획을 세우며 이를 토대로 정보화 추진팀은 비용 및 효과 분석을 실시해 가장 적합한 예산이 배정되도록 한다. 추후 진행되는 정보시스템의 개발 및 유지보수는 전사적 아키텍처를 기반으로 IT 자산(EA 산출물)에 대한 관리가 효율적으로 진행되게 된다. 도표 참조 결국 전자정부를 성공적으로 추진하기 위해서는 전자정부의 전략으로 기인한 비즈니스 프로세스와 정보시스템에 대한 체계적인 개발 접근방법을 통해 부·처 차원, 정부 차원에서의 정보화 사업에 대한 비즈니스·기술 평가를 포함한 IT 관리체계가 요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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