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도심에서 성서IC방면으로 8㎞쯤 자동차로 달리면 서남쪽으로 낙동강이 굽이쳐 흐르는 성서산업단지와 만난다. 지난 88년 조성된 성서 1차 산업단지와 지난 92년 완료된 2차 단지를 통과하면 대구지역 최초의 첨단산업단지라고 할 수 있는 대구 달서구 호림동 일대 성서 3차 첨단산업단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성서 첨단산업단지는 총 100만평 부지 가운데 IMF환란기를 겪으면서 역사 속으로 사라진 삼성상용차공장 부지를 제외한 46만평에 전자, 반도체, 디스플레이 관련 첨단기업이 입주해 있다. 이와 별도로 구마고속도로를 따라 최근 성서 4차 산업단지가 조성돼 분양을 마쳤으며, 앞으로 3·4차 산업단지는 지방분권시대를 맞아 대구지역 경제의 중심역할을 할 고부가가치 첨단기업의 산실로 자리잡을 전망이다. 9월초 찾아간 성서 3차 첨단산업단지는 모처럼 맑게 갠 날씨탓인지 사각으로 정돈돼 있는 공장과 깨끗한 도로 위로 드문드문 지나다니는 승용차가 마치 선진국의 한 첨단연구소 밸리를 연상케 했다. 탁 트인 시야에 갓 지은듯한 회사 건물과 공장, 거기다 건물들 사이로 우뚝우뚝 솟은 화려한 모텔들이 한눈에 들어왔다. 이처럼 성서 첨단산업단지는 굴뚝연기와 먼지, 패인 도로, 요란한 기계음으로 대변되던 기존 산업단지를 거부하고, 첨단기업들의 집적지가 바로 이런 모습이라는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성서첨단산업단지에는 현재 신안SNP, 메트로닉스, 성림첨단산업, 유니빅 등 12개 반도체 및 LCD 첨단장비업체들이 사이좋게 다닥다닥 붙어있다. 단지내에는 또 올 연말 준공을 목표로 대구테크노파크 벤처공장 건립공사가 한창이다. 테크노파크는 현재 벤처공장에 입주할 기업에 대한 신청을 받고있으며 내년 1월쯤 공장형 밴처 20여개사가 입주할 예정이다. 바로 곁에는 지난 6월 준공한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이 대구지역 기계부품산업의 고도화라는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총 180억원이 투입돼 3200평 규모로 준공된 대구기계부품연구원은 앞으로 지역 전통기계산업에 IT를 접목, 고부가가치산업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데 중심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처럼 성서첨단산업단지에는 차츰 첨단 제조기업과 이들 기업들을 뒷바침하기 위한 인프라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지난해 이맘때쯤 성서1차 산업단지에서 이곳으로 자리를 옮긴 플라즈마 코팅기술 전문업체 뉴테크의 김창준 사장은 “첨단산업단지로 이사를 온 뒤로 근무환경이 크게 좋아진 데다 공장을 증설해 다시 한번 도약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방분권에 대한 기대감을 묻는 질문에 대해서 김 사장은 “단지내 사장들과 만나면 뭐 그런 얘기는 별로 안한다”며 “지방분권이 지방 중소기업들에게 직접적으로 혜택이 있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한다. 뉴테크와 같은 블록에 위치한 성림첨단산업은 매년 100% 이상의 성장세를 유지하고 있는 ‘마그네틱 코팅 및 하드디스크용 모터(VCM)’ 생산 전문기업이다. 지난해까지 매년 두배씩 고속성장해온 이 회사도 요즘 경기불황 탓에 힘들다고 한다. “대기업들이 공장을 대부분 중국으로 이전하고 있기 때문에 협력업체인 중소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서는 대기업을 따라갈 수 밖에 없습니다. 공장을 중국에 옮겨도 현지기업과 또다시 경쟁을 해야 하기 때문에 반드시 살아남는다는 보장도 없구요. 지금 중소기업들은 정말 죽을 맛입니다.” 공군승 사장은 찾아온 기자에게 중소기업의 어려움부터 털어놨다. 공 사장은 “그나마 우리같은 기업이 살아갈 수 있는 것은 꾸준한 연구개발을 통한 제품 경쟁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성림첨단산업 역시 내년쯤에는 모기업을 따라 중국내 현지 공장을 증설하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성서첨단산업단지에서 지난 5월 화물연대파업으로 적지않은 피해를 본 평판디스플레이(FPD)용 글라스 연마업체 신안S&P(대표 안경철)는 이번에 재발한 파업사태에서는 미리부터 비노조원 화물과 계약하면서 피해를 비켜갔다. 안사장은 “지난 5월 파업에서는 수출물량을 제때 선적하지 못해 항공편으로 보내는 등 많은 손실을 입었는데 이번엔 아예 철저히 대비해 피해를 전혀 입지 않았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성장단계에 있는 성서첨단산업단지 입주기업들에 화물연대파업 등은 기업의 신뢰도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에 성장의 발목을 잡는 복병이나 다름 아니다. 성서첨단산업단지에는 다른 산업단지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모텔촌이 형성돼 있다. 입주기업 건물 사이로 보이는 화려한 모텔들에 대해 한 입주사 대표는 “첨단산업단지의 이미지를 훼손하고 있다”며 못마땅한 반응을 보이는 반면, “기업에 직접적으로 악영향을 미치는 것도 아니고 가끔 회사를 찾아온 손님들의 숙소로도 활용한다며 나쁘지 않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성서첨단산업단지내 12개 기업의 올해 매출목표는 3800억원에 달한다. 이 가운데 지난해 4억원의 매출을 올린 S&STECH의 경우 올해 무려 170억원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으며, 평판디스플레이(FPD)용 글라스 연마 및 연마장비 개발업체인 신안SNP도 지난해 63억 매출에서 올해는 연말까지 15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대하고 있다. 이같은 성장에 힘입어 성서첨단산업단지는 앞으로 지방분권시대를 이끌어갈 대구지역 중심 산업단지로 자리매김할 전망이다. <대구=정재훈기자 jhoon@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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